[박현철의 behind] '동체시력 감퇴' 이긴 박진만의 노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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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It ain't over till it's over)'. 뉴욕 양키스의 전설적인 스타 플레이어였던 요기 베라의 이 말은 굉장히 유명한 명언 중 하나입니다. 야구 뿐만 아니라 우리가 살아가면서 벽에 부딪히더라도 다시 한 번 마음을 다잡을 수 있게 하는 좋은 글귀입니다. 지금 소개할 이 선수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바로 말이 떠올랐습니다.
박진만(35. SK 와이번스). '국민 유격수'로서 한 시대를 풍미하며 최고 선수 중 한 명으로 명성을 떨친 그는 어느덧 프로 16년차 선수가 되었습니다. 특히 삼성 시절이던 지난해는 부상과 슬럼프 등으로 인해 출장 기회를 잃고 46경기 출장에 그쳤네요. 부활을 위해 스스로 자유계약선수의 길을 택한 박진만은 올 시즌부터 고향팀 SK서 뛰고 있습니다.
올 시즌 박진만은 사구 충격, 발목 부상 등이 겹치면서 풀타임 활약을 펼치지는 못했습니다. 그러나 72경기 3할3리 5홈런 27타점 6도루(25일 현재)를 기록하는 동시에 수비 면에서도 다시 전성기 시절의 모습을 재현 중입니다. 바운드 하나를 줄여 기민하게 주자를 잡아내던 그 모습 말입니다.
사실 야수가 베테랑이 될 수록 선구안이 좋아지면서 정확도 있는 타격을 선보이는 경우는 있어도 수비 능력을 다시 회복하는 경우는 보기 드뭅니다. 특히 유격수처럼 시프트 이동 등이 잦고 타구에 대한 반응이 빨라야 하는 포지션인 경우는 굉장히 어려운 일인데요.
이 중에는 무릎이나 발목 부상의 고질화로 인해 수비 범위가 좁아지는 경우도 있습니다만 '동체시력 감퇴'로 인한 수비력 저하 케이스도 있습니다. 현역 시절 견실한 수비를 보여주는 2루수로 활약했던 김광수 두산 감독대행은 자신의 현역 시절을 떠올리며 이렇게 이야기한 바 있습니다.
"30대가 되면서 내 앞으로 오는 타구를 처리할 때 점으로 보이던 타구가 어느 순간 선으로 보이는 경우가 있었다. 그와 함께 타구에 반응하는 속도도 늦어지게 되더라". 김 감독대행만이 아니라 내야수로 활약했던 야구인들은 이 이야기에 동의하며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자신들도 그 과정을 거치며 수비의 한계를 느꼈다구요.
![](http://osenimg.mt.co.kr/gisaimg/2011/08/26/201108260250774060_1.jpg)
박진만도 다르지 않았습니다. "예전과 달리 지금은 방망이를 세우고 스탠스를 넓히면서 타격 정확성이 삼성 시절에 비해 좋아졌다. 바뀐 팀에서 잘 적응하고 있다"라던 박진만은 김 감독대행을 비롯한 야구인들의 이야기를 전하자 맞장구를 쳤습니다.
"지난해 그걸 나도 느꼈다. 부상이 있기도 했었지만 어느 순간 내 쪽으로 향하는 타구가 흰 선형으로 날아오더라. 예전에는 점으로 딱딱 보이면서 바운드를 줄여서 처리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선 궤적이 되어 날아오면서 힘든 점도 많았다. 그 선만 따라가다가 그대로 놓쳐버리는 경우도 더러 있었다".
모든 사람은 노쇠화를 겪게 마련입니다. 어르신들이 노안으로 인해 고생하듯 선수로서 체력의 절정기를 지나고나면 가파른 하락세가 찾아오는 것은 누구도 막지 못합니다. 다만 노력이나 투자를 통해 그 하락폭을 줄이거나 다시 반등의 기회를 잡는 경우도 있습니다.
"정말 열심히 했다. 지난해서부터 스스로 생각할 것도 많았고 심적 부담도 컸고 그 와중에 팀도 옮겼다. 그러나 이 곳에서 정말 많은 연습을 했다. 16년 간 했던 것과는 확실히 다른 야구를 여기서 익혔다. 지금은 심신이 적응하면서 '내가 생각해도 플레이가 좋아진 것 같다'라는 생각이 들더라".
아직 타구가 선으로 보이는 현상은 어쩔 수 없는 모양입니다. 그러나 박진만은 궤적의 방향을 예측해 그 타구 궤적과 직각을 이루는 동선으로 움직여 잡는 방법을 택했다고 밝혔습니다. 이론은 쉽지만 선으로 이어지는 궤적을 빠르게 파악해 포구 시 동선과 타구 궤적이 직각을 이루는 풋워크를 보여준다는 것. 부단한 연습이 없다면 현역 내야수라도 결코 쉽지 않습니다. 박진만은 이 방법을 제대로 몸에 익히기 위해 수없이 많은 펑고를 받았습니다.
"언급했다시피 정말 많이 훈련하다보니 절로 몸이 가벼워지는 느낌이 들었다. 그러다보니 실책 빈도가 지난해에 비해 많이 줄었고. 경기 출장도 자주 하면서 자신감도 많이 높아졌다".
김성근 감독 중도 사퇴 등으로 인해 어수선했던 SK. 그러나 SK 선수들의 2011시즌은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선수단 구성원 중 한 명으로서 이를 잘 알고 있는 박진만은 새 둥지가 가르쳐 준 연습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뇌리에 되새겼습니다. '국민 유격수'의 야구도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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