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플레이오프 먼저 1승] 이호준 홈런·박정권 결승타
박진만 6회 몸 날린 호수비 롯데 번트 실패로 추격 못해지난해까지 5년 연속 한국시리즈 무대를 밟았던 SK는 역시 가을에 강했다.
SK는 16일 인천 문학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플레이오프(5전3선승제) 1차전에서 김광현의 호투와 이호준의 선제 홈런, 박정권의 결승타로 롯데를 2대1로 꺾고 1승을 선점했다. SK 선발투수 김광현은 6이닝 5피안타 1볼넷 10탈삼진 1실점으로 승리투수가 되면서 플레이오프 1차전 MVP로 선정됐다. 역대 28차례 플레이오프에서 1차전 승리 팀이 한국시리즈에 진출한 것은 총 21번으로 확률은 75%였다.
◇
SK의 '가을야구 DNA'1―1 동점이던 6회말. 선두타자로 안타를 때리고 출루한 박재상은 1사 후 이호준 타석 때 과감히 2루를 훔쳤다. SK는 앞선 2회 모창민이 도루를 하다 객사했다. 롯데 포수 용덕한의 약한 어깨를 시험하려는 성격이 짙었다. 모창민보다 빠른 박재상은 여유 있게 2루에서 세이프됐고, 4번 이호준의 중견수 플라이 때 3루까지 달렸다. 5번 박정권은 롯데의 두 번째 투수 김사율을 상대로 좌전 안타를 기록, 결승점을 뽑아냈다. 이호준과 박정권 모두 주자를 진루시키기 위해 무리하지 않고 의도적으로 밀어치는 팀 배팅한 대목이 돋보였다. 무서운 집중력으로 필요할 때 점수를 뽑아내는 능력. 바로 SK의 '가을 야구 DNA'였다. SK는 리그 최강의 '좌완 불펜' 박희수와 정우람을 8·9회 투입하면서 롯데의 추격을 원천 봉쇄했다.
◇
'노룡(老龍)' 비상하다
SK 지명타자 이호준과
유격수 박진만. 두 명의 만 36세 용띠 동갑들이 팀 승리의 버팀목이 됐다. 미디어데이에서 "FA(자유계약선수) '대박 계약'과 골든글러브 등 두 마리 토끼를 노리고 있다"고 공언했던 이호준은 2회 첫 타석에서 롯데 선발투수 쉐인 유먼의 2구째 141㎞ 직구가 한가운데 높게 들어오자 곧바로 후려쳐 왼쪽 펜스를 넘겼다. 선발 투수 김광현의 어깨를 가볍게 해준 선제 솔로포였다.
이만수 SK 감독은 주전 유격수로 박진만을 기용했다. 나이가 들어 수비 폭이 좁아진 그였지만, 큰 경기 경험을 높게 평가했다. 박진만은 6회 동점을 허용하고 이어진 1사 1·3루 위기에서 대타 박준서의 좌전 안타성 타구를 몸을 날려 잡아냈다. 롯데는 1루 주자 홍성흔이 2루까지 달리다 1루로 돌아오지 못하는 바람에 병살을 당하고 말았다. 이만수 SK 감독은 "박진만의 호수비가 최대 승부처였다"고 말했다.
◇
잠에서 덜 깨어난 거인롯데는 이날 SK 김광현·엄정욱·박희수·정우람 등 4명의 투수에게 삼진 14개를 당하며 플레이오프 정규 이닝 최다 탈삼진이란 불명예 신기록을 세웠다. 준플레이오프 때부터 부진한 2번 조성환은 삼진 2개를 당한 뒤 발목이 안 좋아 6회 대타와 교체됐고, 5번 박종윤도 4회 안타를 때리긴 했으나 6회 벤치와 사인이 맞지 않는 듯한 모습을 보이면서 박준서에게 타석을 넘겨줬다. 또 7회 무사 1루에선 황재균이 번트 미숙으로 주자를 2루에 보내지 못하는 바람에 마지막 추격 기회까지 날려보냈다.
[인천=강호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