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2012년

[엿보기] 박진만, '근우방망이가 최고야 최고!'

사비성 2012. 10. 30. 22:18

[엿보기] 박진만, '근우방망이가 최고야 최고!'

 

SK 박진만이 ‘정근우 사랑’을 드러냈다. 엄밀히 말하면 정근우가 아니라 그가 사용하는 방망이다.

박진만은 한국시리즈 3차전서 역전의 발판을 놓는 솔로포와 2루타 등 3안타를 때려내는 기염을 토했다. 비록 데일리MVP는 김강민이 받았지만 그 역시 활약을 인정받아 인터뷰룸을 찾았다.

비결은 바로 정근우의 방망이였다. 8월 들어 정근우는 타격감이 좋지 않은 박진만에게 자신의 방망이를 한 자루 선물했고, 은근히 효과(?)를 보자 9월에는 박진만이 다시 두 자루를 받아왔다. 그리고 3차전에서 마지막 남은 근우표 방망이를 들고나와 폭발한 것이다. 당초 880g짜리를 사용해왔지만 860g짜리 정근우의 배트가 손에 착 감겼고, 박진만은 후반기부터 정근우의 신봉자가 됐다.

그런데 문제가 발생했다. 그만 마지막 타석에서 사이클링 히트를 노리고 힘주어 돌리다 그만 딱 하나 남은 배트가 부러진 것이다. 행운의 장비가 사라졌으니 산전수전 온갖 징크스를 다 겪은 베테랑은 불안해 질 만하다.

아니나 다를까. 4차전을 앞두고 박진만은 “근우 것보다 좋은 게 없는데 큰 일났다”며 “잘치는 선수 것으로 하면 빗맞아도 안타가 될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새로 안주면 몰래라도 들고나가야겠다”고 웃었다.

다행히 박진만의 걱정은 눈 녹듯 사라졌다. 정근우에게 이 말을 전해주니 그는 “방망이가 없대요?”라고 반문하고는 “그럼 당연히 줘야죠, 아끼다가 똥되는데.”라고 호탕하게 웃었다. 이어 정근우는 “사실 배트는 자기에게 맞는 것을 쓰는데, 진만이형은 내년에 배트 자체를 모조리 바꿔야겠네요”라고 언급해 스폰서 활동을 계속 이어갈 생각은 없음을 내비쳤다.

마지막에는 “나중에 밥 한 끼 안 사줄까요? 시즌 때는 안 사줬는데 한국시리즈서는 그냥 있으면 안되죠”라고 살짝 대가를 요구해 웃음폭탄을 터뜨렸다.

향후 시리즈 성적을 떠나 3차전 활약만으로도 박진만은 나중에 정근우에게 제대로 한 턱 쏴야할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