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야구를 애틋하게' 박진만의 19번째 야구일기
OSEN=김태우 기자] 가는 세월을 붙잡을 수 있는 사람은 없다. 그렇다면 그 한정된 시간을 소중하게 사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요즘 박진만(38, SK)은 그런 생각으로 산다. ‘절박함’이라는 단어를 꺼내자 고개를 저을 정도다. 이제는 ‘애틋한’ 심정으로 야구를 바라본다고 했다.
자타가 공인하는 역대 프로야구 최고 유격수 중 하나인 박진만은 지난 1996년 프로에 데뷔했다. 어느덧 시간이 흘러 올해 박진만의 19번째 시즌이 열린다. 통산 1896경기 출전이라는 기록, 수많은 국가대표팀 경력 등 결코 허투루 살아오지 않은 야구 인생이었다. 하지만 이제 막바지에 다다른 것을 스스로 느끼고 있기 때문일까. 앞만 보고 달려왔던 박진만은 이제 뒤가 보인다고 했다.
젊었을 때와는 많은 게 달라졌다는 게 박진만의 솔직한 심정이다. 신체 능력이 떨어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박진만은 “젊었을 때야 열심히만 하면 됐는데 이제는 회복력이 떨어진다. 체력도 달린다”라며 껄껄 웃었다. 마흔을 바라보는 나이에도 여전히 체력 소모가 극심한 유격수 포지션을 지키고 있으니 더 그렇다. 반대로 경력이 쌓이면서 노하우는 많아졌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예전과는 생각이 많이 달라졌다고 말한다.
흔히 젊은 선수들은 “절박하게 야구에 매달린다”라는 말을 많이 쓴다. 그러나 박진만은 “그런 말을 할 때는 지나가지 않았을까”라면서 “말 그대로 애틋하다. 요 근래는 야구에 대해 그런 생각을 가지고 산다”라고 했다. ‘애틋하다’의 사전적 정의는 “섭섭하고 안타까워 애가 타는 듯 하다”다. 박진만도 이제 얼마 남지 않은 야구 인생이 섭섭하고 안타깝다는 것이다. 그럴수록 현재의 시간을 더 소중하게 생각할 수밖에 없다.
박진만은 “지금까지는 앞만 보고 달렸는데 이제는 옛 시절을 많이 회상한다. 사실 이제 다치면 사실상 은퇴라고 봐야 한다. 말 그대로 내년에 은퇴를 할 수도 있는 것 아니겠는가”라고 담담하게 말했다. 모든 것에 초연한 심정이 묻어 나온다. 그래서 언젠가부터 어떤 거창한 목표는 세우지 않고 있다. 2000경기 출장이 얼마 남지 않았지만 그것도 특별히 신경쓰지 않는다. 그저 할 수 있는 데까지는 후회 없이 최선을 다하겠다는 것이 박진만의 마지막 목표다.
박진만은 “이제 캠프에 가면 한 해 한 해가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면서 훈련하는 것 같다”라고 했다. 박진만이 올해 캠프를 앞두고도 문학구장에 나와 충실히 몸을 만들고 있는 이유 중 하나다. 언제든지 마지막이 될 수 있기에, 후회는 남기지 말자며 자신을 채찍질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 야구에 대한 애틋함과 함께, 박진만이 자신의 19번째 야구 일기에 첫 문장을 적어 넣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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