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2014년

[인터뷰] ’SK 잔류’ 박진만 “인천서 마무리 위해 FA 포기”

사비성 2014. 12. 20. 14:04

[인터뷰] ’SK 잔류’ 박진만 “인천서 마무리 위해 FA 포기”

 



SK 박진만(38)은 김재박-류중일-이종범으로 이어진 한국 유격수 계보를 잇는 선수로 꼽힌다. 각종 국제대회 참가와 유격수 부문 골든글러브 5회 수상 이력이 이를 증명한다. 한국시리즈 우승반지도 6개나 된다.

그런 박진만이 생애 세 번째 FA(프리 에이전트) 권리 행사를 스스로 포기했다. 역대 프로야구에서 FA를 세 차례 신청한 선수는 아직 없다. 올겨울 총 21명이 FA 자격을 얻은 가운데 상무 입대 예정인 이원석(두산)과 박진만, 두 명만이 신청을 하지 않았다.

박진만은 지난 4월 중순 경기 도중 오른 무릎 십자인대 부분 파열을 당하면서 올 시즌 19경기에서 타율 0.250(32타수 8안타)에 그쳤다. 1996년 프로 데뷔 후 가장 오랜 기간 1군을 떠나 있었다. 박진만은 "정말 열심히 준비했는데 너무 아쉽다"고 했다.

결국 박진만은 현재 팀내 입지와 은퇴 후 생활을 위해 FA 권리를 포기했다. 그는 "나이가 젊었다면 미래를 내다보지 않고 현재만 생각하고 선택했을 것이다"며 "인천 출신으로 SK에서 마무리하는 게 가장 좋은 그림일 것 같다. 내가 처음 프로팀(현대)에 입단했을 때 인천 팬들이 많이 사랑해준 것에 보답하고 싶다"고 말했다.




- 2014 시즌을 돌아보면.

"아쉬움이 남는 한 해였다. 지난해 말 오랜만에 마무리 캠프를 갔다. 프로 입단 후 19년 동안 한 3번 갔나 싶다. 그만큼 준비를 많이 했는데 시즌 초반 다쳤다. 올해는 정말 많이 노력했는데 한 번에 무너지니까 많이 허탈했고 심적으로 힘들었다. 또 낙심이 컸다. 어린 나이도 아니고 한 번 다치면 회복하기 쉽지 않다 보니 많은 생각을 했다."


- 부상 전까지 성적은 좋았는데.

"타격과 수비 모두 괜찮았다. 생각 이상으로 잘 움직여졌다. 그래서 더 아쉬웠다. 컨디션이 안 좋았을 때 다쳤으면 수긍할 수 있겠지만 몸이 괜찮았기 때문에 고생한 게 한번에 물거품이 되니 아쉽더라. 프로 입단 후 가장 크게 다쳤던 것 같다. 한 시즌을 거의 통째로 쉰 거니까. 내년에도 선수 생활을 이어가게 됐으니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준비를 잘해야 한다. 올 시즌 못한 것을 보상 받기 위해서라도 준비를 더 착실히 해야 된다."


- 당시 수술 대신 재활을 선택했다.

"병원 두 곳에서 검진을 받았는데 모두 재활을 권유했다. 회복이 예상보다 빨랐다. 수술 안 한 게 정말 다행이다. 만약 수술을 했다면 재활하고 훈련해서 2016 시즌에야 복귀할 수 있으니까 거의 은퇴라고 봐야 한다."




- 현재 몸 상태는.

"시즌 종료 뒤 한 달 동안 쉬면서 회복했다. 아픈 곳은 없다. 우선 아프지만 않으면 운동량을 소화하면서 할 수 있다."


- FA 권리를 행사 안 했다.

"2011년 SK와 계약할 때 마지막 팀이라는 생각을 가졌다. 당시 '(고향팀) 인천에서 끝을 내야겠다'는 생각이었다. FA를 신청해 많은 금액을 받으면 좋겠지만 보여준 것도 없고 부상 이력도 있으니까 이후 어떻게 될지가 딱 보이더라. 주위에서도 'FA 신청을 왜 안 하냐'를 얘기를 많이 했는데 욕심 낼 때는 아닌 것 같다. 나이가 젊었다면 미래를 내다보지 않고 현재만 생각하고 선택하겠지만. 만약 다른 팀을 들어가면 다시 또 준비해야 한다는 부담감도 있을 것 같았다. 인천 출신으로 SK에서 마무리하는 게 가장 좋은 그림일 것 같다. 내가 인천에서 처음 프로팀(현대)에 입단했을 때 팬들이 많이 사랑해준 것에 보답하고 싶다."


- 지난 9월 1군 복귀 뒤 팀 성적이 큰 상승세를 그렸다. 주장 복귀 효과라는 이야기가 많았는데.

"SK가 워낙 가을에 강한 팀이고, 또 올라갈 시기가 됐었다. 공교롭게 단추가 잘 꿰어진 것일 뿐이다. 그렇지만 기분은 좋더라. 경기는 많이 못 나가지만 내가 복귀한 뒤 팀 성적이 오르고 파이팅이 나오니까 뿌듯하더라. 4강까지 올라갔으면 더 좋았겠지만, 그래도 선수들이 열심히 해서 후반기에 2위를 했다. 봄, 여름과 가을 때 분위기가 360도 다르다. 시즌이 더 길었으면 분위기상 어디까지 올라갔을지 모른다.(웃음) SK가 포스트시즌에 올라갔다면 제일 무서운 팀이 되지 않았을까 싶다."


- 자리를 비우는 동안 유격수 김성현이 많이 성장했다.

"프로세계에선 경쟁을 통해 성장한다. 경쟁이 없으면 낙후된다. 경쟁을 하다보면 서로 성적이 좋아지는 거다. 성현이가 경쟁에서 이겨서 많은 경기에 출장하다 보니 좋은 성적을 내고 자리를 잡은 거다."


- 내년 시즌 SK에는 부상 복귀 선수가 많다. 팀 성적에 대한 기대감도 클 텐데.

"그렇다. 올 시즌은 외국인 선수가 팀에 많은 도움이 안 됐다. 기존 선수들로 이 성적을 올렸으니 내년에는 훨씬 좋은 성적을 낼 것이다. 프로 세계에선 무조건 1등을 해야 한다."


- 내년 시즌에 대한 준비는.

"지난해 마무리 훈련부터 준비한 게 아깝다고 얘기하면 안 되지만, 그만큼 내가 할 수 있는 한계치에 도달할 만큼 열심히 했었다. 그게 너무 허무하게 날아가 버렸다. 구단에 '만약 경쟁에서 밀릴 경우 내년에는 깨끗하게 유니폼을 벗겠다'고 했다. 만약 경쟁에서 살아 남으면 또 어떻게 될지 모르는 것이고. 마지막이라는 생각을 갖고 캠프에 임하겠다. 이번 캠프가 정말 내 선수 생활의 마지막이 될 수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