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한상숙기자] "선수단 분위기가 많이 다운됐다. 자꾸 지다 보니 점점 눈치를 보게 된다. 지고 있어도 웃으면서 분위기를 살려야 하는데, 잘 안 됐다. kt전 대승 후 연승을 달렸어야 했는데, 그게 아쉽다." SK의 안팎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는 베테랑 내야수 박진만의 냉정한 진단이다.
SK의 5월 팀 타율은 2할5푼2리로, LG와 공동 최하위였다. 한때 단독 선두까지 올라섰지만, 추락하는 데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5월 20일 문학 한화전에서 2연승을 거두며 1위를 기록한 SK는 이튿날 1-7로 패한 것을 시작으로 5연패를 당했다. 이후 SK는 13경기를 치르면서 2승 1무 10패를 기록했다. 승률은 1할6푼7리에 불과했다. kt(3할8리)에도 뒤진 꼴찌였다.
특히 팀 타격이 극도로 침체했다. 팀의 주포인 최정이 왼쪽 어깨 부상을 당해 재활군으로 내려갔고, 테이블세터 김강민은 시범경기서 부상을 당해 지난달 30일에야 1군에 합류했다. 이재원과 브라운, 박정권의 중심타선도 분위기를 바꾸지 못했다.
결국 SK는 5일 김무관 1군 코치를 2군으로 내려보내는 특단의 조치를 취했다. 김용희 SK 감독은 "김무관 코치의 노력이 잘못됐다는 뜻이 아니다. 변화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면서 "김 코치에게 책임을 묻는 게 아니다. 모든 잘못과 책임은 감독에게 있다"고 말했다.
선수단 역시 분위기 전환의 필요성을 절실하게 느끼고 있었다. 5일 잠실 LG전을 앞두고 치른 훈련은 다른 때보다 생기가 돌았다. 그동안 고요했던 운동장이, 이날만큼은 선수들의 파이팅을 외치는 목소리로 빈틈이 없었다.
경기를 앞두고 치른 미팅에서 팀 내 최선참 박진만이 선수단 앞에 섰다. "우리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팀 분위기가 달라진다. 안 좋은 결과가 나오더라도 웃자. 지고 있더라도 팀 분위기는 밝아야 한다. 아직 시즌 3분의 1밖에 안 했다. 신나게 하자."
박진만은 "선수들이 부담감을 많이 느끼는 것 같다"고 했다. 그는 "시즌 전 1위 후보로 꼽히기도 했는데, 성적이 갑자기 떨어지니 우리도 당황스러웠다. 위에 올라가 있어야 할 팀인데 그러지 못하니 위기감이 더 커졌다"고 설명했다.
'기록'도 선수들을 압박했다. SK의 올 시즌 역전승은 단 7차례에 불과했다. 리그에서 가장 적은 수치다. 박진만은 "이기고 있다가도 점수가 뒤집히면 '또 지는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역전승이 별로 없다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스트레스를 받기도 한다. 우리도 충분히 역전할 수 있는데, 스스로 '힘이 없다'는 생각을 하는 것 같다"고 털어놨다.
타격코치 교체로 선수들은 이를 악물었다. 박진만은 "팀에서 어려운 결정을 하셨으니, 선수들은 이기는 경기를 만들어야 한다. 지금은 완전히 바닥을 쳤다. 이제 올라갈 일만 남았다. 코치님들은 열심히 하셨는데, 선수들이 못 받쳐줬다. 이제 다른 모습을 보여드려야 한다"고 말했다.
SK는 5일 LG전에서 연장 12회까지 간 끝에 2-3으로 졌다. 2-2로 맞선 연장 12회말 2사 1, 2루에서 LG 채은성에게 끝내기 안타를 맞았다. 선수들의 의지와는 관계없이 또 패배를 당하며 4연패에 빠졌다. 6일 LG전에서 다시 연패 탈출에 나서야 한다.
1996년 현대에 입단하며 프로 생활을 시작해 20년차가 된 베테랑 박진만은 "시즌은 단기전이 아니다. 앞으로 남은 경기가 더 많다. 다시 분위기가 살아나면, 지금의 부진은 생각도 안 날 것"이라면서 다시 한 번 파이팅을 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