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김태우 기자] “아직 시즌이 절반 이상 남았다. 우리 선수들은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 지켜봐 주셨으면 좋겠다. 우리는 곧 올라갈 것이다”
27일 인천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한화와의 경기에서 극적인 끝내기 투런포를 터뜨린 최고참 박진만(39)의 어투에는 자신감이 있었다. 박진만은 “우리는 곧 올라갈 것이다”라고 당당하게 이야기했다. 일견 대담해 보일 수도 있는 발언. 그러나 산전수전을 다 겪은 박진만의 이야기라면 말이 달라진다. 그만한 근거와 이유가 있다는 것이다. 아직 포기하지 않고 있는 팀 분위기, 그리고 ‘할 수 있다’라는 의지가 그 자신감의 밑바탕에 깔려 있다.
올 시즌 삼성·두산과 함께 객관적인 전력에서 3강으로 뽑혔던 SK는 27일 현재 35승34패1무를 기록하며 6위에 처져 있다. 포스트시즌 진출권인 5위 한화와의 승차는 반 경기 밖에 나지 않지만 선두 삼성과의 승차는 6경기로 벌어졌다. 5월 중순까지만 하더라도 1위를 달리며 순항하는 듯 했으나 타격 침체, 부상자 속출이라는 악재가 한꺼번에 찾아오며 승률이 쭉 미끄러졌다. 이제는 5할 언저리에서 사투를 벌이고 있는 모습이다.
기대에 못 미치는 성적인 만큼 여론의 압박은 심하다. 선수들도 이런 분위기를 모르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팀 분위기까지 처져 있지는 않다. 선수들은 “아직은 성적에 대해 이야기할 때가 아니다. 끝까지 가봐야 아는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김용희 감독 또한 “경기에서 진 후 아무래도 선수단 분위기가 걱정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런데 선수단 미팅에서는 불안감을 찾아볼 수 없다”라면서 “자만과는 다른 분위기”라고 흐뭇한 미소를 숨기지 않았다.
역전의 베테랑들이 많은 SK다. 한국시리즈를 세 차례나 제패한 핵심 요원들이 아직은 팀에 더러 남아 있다. 말 그대로 끝까지 가본 선수들이다. 지금 현재의 성적에 큰 신경을 쓰는 게 무의미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설사 지금 성적이 1위라도 이는 마찬가지다. “아직 시즌은 절반도 지나지 않았다”라는 박진만의 말은 여러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 ‘앞으로 더 보여줄 것이 많다’라는 선수단의 메시지이기도 하다.
말만 그렇게 하는 것도 아니다. 주장 조동화를 필두로 선수단이 의지를 새롭게 다지고 있다. 그라운드에 나설 때는 선수들이 뛰어서 이동하고 도루를 하는 선수들은 1루 견제시 슬라이딩으로 귀루하고 있다. 한 때는 농군패션으로 선수단 분위기를 다잡기도 했다. 한곳으로 뭉치려는 일환이다. 개개인의 노력도 계속되고 있다. 경기 전 자청해 특타를 치는 선수들도 많고 경기 후 개인 훈련을 하는 선수들도 적지 않다. 부진에서 빠져 나오려는 안간힘이다.
가을 DNA라는 대명사답게 지난해에도 후반기에 강했던 SK다. 전반기 성적이 하위권으로 처졌지만 후반기에는 선수단이 똘똘 뭉쳐 외국인 선수 없이도 선전했다. 또한 현재의 상황이 그렇게 비관적인 것도 아니다. 지난해 SK의 6월까지 성적은 30승40패로 7위, 승패차가 무려 -10이었다. 선두 삼성과 16.5경기, 4위 롯데와 7.5경기 차이가 났다. 그럼에도 막판까지 LG와 4위 싸움을 벌였다. 작년과 비교하면 올해는 사정이 훨씬 낫다. 선수들은 스스로의 힘을 믿고 있다. 그리고 그 힘을 끌어내기 위한 남모를 노력도 이어지고 있다. 베테랑 박진만의 말이 근거 없이 들리지 않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