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2017년

[김원익의 휴먼볼] 박진만 코치 “‘수비 명가’ 삼성, 기본이 우선.”

사비성 2017. 6. 13. 17:16

[김원익의 휴먼볼] 박진만 코치 “‘수비 명가’ 삼성, 기본이 우선.”

  • 기사입력 2017.06.13 12:56:52   |   최종수정 2017.06.13 12:56:52



“기본이 우선이다.”


 

삼성 라이온즈의 수비가 확 달라졌다. 기초부터 차근차근 팀을 정비한 것이 점차 결과로 나타나고 있다. 이런 안정감을 견인한 박진만 삼성 수비 코치는 기본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삼성은 KIA 타이거즈와의 개막 3연전을 1승 2패 열세시리즈로 시작했다. 이어 내리 7연패를 당한 것이 악몽 같은 시즌 초반의 시작이었다.

 

7연패 기간 삼성은 실책을 연발하며 긴박한 상황에서 자멸했다. 4월 12일까지 10경기에서 9개의 실책을 기록했는데, 기록되지 않은 실책은 더 많았다. 본헤드플레이로 허용하지 않았어야 할 추가 진루를 내준 경우도 수없이 많았다. 

 

이런 상황은 계속 반복됐다. 결국, 삼성은 이후 8연패를 추가로 더 기록하며 최악의 암흑기를 보냈다. 4월 성적은 4승 2무 20패, 승률 0.259. 비관적인 전망이 쏟아진 것도 당연했다. 

 

하지만 삼성의 수비만큼은 작은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한 때가 4월 말이다. 공교롭게 그 시기는 박진만 퓨처스 수비코치가 1군으로 승격된 시점이다.

 

‘수비의 달인’ 박진만 코치 승격 이후 지금 삼성은? 최소 실책 3위




연패가 이어지던 4월 28일. 삼성은 김종훈 퓨처스 타격코치와 박진만 퓨처스 수비코치를 1군으로 불러올리는 결단을 내렸다. 코칭스태프 교체를 통한 분위기 반전을 꾀한 것이다.

 

효과는 서서히 나타났다. 성실하고 카리스마 있는 지도자로 이름 높은 김종훈 코치와 이론과 경험으로 무장한 박진만 코치 합류 이후 공격과 수비가 동반 상승세를 탔다.

 

특히 수비 부문에서 변화는 눈부실 정도다. 4월 28일부터 삼성은 38경기에서 같은 기간 2위에 해당하는 19개의 실책만을 기록했다. 그러면서 삼성은 어느덧 시즌 전체 수비 기록에서도 상위권으로 올라섰다. 39개로 최소 실책 3위다. 최소 실책 2위 한화 이글스와는 단 1개 차이다. 

 

단기간 안정감 있는 수비진을 만든 공으로 박 코치의 역할을 빼놓을 수 없다. 하지만 박 코치는 가장 먼저 ‘캡틴’이자 내야의 중심인 김상수의 역할을 먼저 언급했다.

 

“사실 나보단 주전 유격수인 김상수가 함께 1군에 합류한 영향이 컸다. 김상수를 중심으로 선수들이 어려운 상황을 잘 이겨내고, 심리적으로 반등하면서 최근엔 집중력을 잘 유지하고 있다. 확실히 안정감이 생겼다.” 

 

김상수가 박 코치와 함께 1군에 올라오면서 내야는 포지션 연쇄이동에 따라 안정을 찾았다. 일단 팀 내 최다 실책으로 흔들렸던 강한울이 2루로 이동하면서 실책이 확 줄었다. 강한울은 초반 22경기에서 5개의 실책을 비롯해 무수히 많은 실책성 플레이를 했다. 하지만 김상수 합류 이후 35경기에선 3개의 실책만 범했다. 

 

박진만 삼성 수비 코치 "기본 강조하겠다."

 

이런 삼성의 변화를 김상수 합류만으로 설명할 순 없다. 삼성 구단 관계자는 “젊은 박진만 코치가 1군에 합류한 이후 선수단 분위기가 눈에 띄게 더 밝아졌다”라며 “코치님이 최근까지 현역에서 뛰었던 만큼 선수들과 더 쉽게 소통하는 것 같다”고 했다.

 

사실이다. 많은 이들이 삼성의 5,6월 상승세(17승 18패, 승률 0.486, 13일 경기 전 기준)의 비결로 ‘달라진 선수단 분위기’를 꼽는다. 거기엔 박 코치와 강봉규 타격보조코치 등의 이른바 ‘젊은 피 코치’들이 주도한 파이팅 넘치는 분위기도 한몫을 했다. 

 

2015년까지 현역으로 뛰었던 ‘수비의 달인’ 박 코치는 선수들에게 세세한 맞춤형 지도를 전했다. 때론 팀 선배 같은 ‘형님 리더쉽’으로 선수들을 다독였다. 

 

“아무래도 몇 년 전까지 현역에서 뛰었기 때문에 선수들과 공감대 형성이 조금은 더 잘 되는 편이다. 선수별로 문제점이나 보완점을 파악해서 그걸 개선해가는 데 시간을 쏟았다. 선수들이 잘 따라와 줘서 금세 좋아졌다.” 선수들의 노력을 한참이나 설명하는 박 코치의 얼굴엔 자랑스러운 표정이 떠나질 않았다.

 

박 코치는 “선수들에게 먼저 다가가려 애쓴다. 코치기 때문에 권위도 필요하지만, 때론 형님이나 선배처럼 선수들 눈높이에서 이해하고 도움을 주려고 하는 편”이라며 “팀 분위기가 좋아졌다면 그건 이기고 있기 때문은 아닐까. 감독님 이하 코칭스태프를 비롯해 선수단 전원이 더 힘을 내서 열심히 하고 있다. 선수단 전체의 노력을 지켜봐 달라”고 당부했다.

 

삼성은 5연속 우승(2011~2015년) 기간 KBO리그의 대표적인 ‘수비 명가’로 꼽혔다. 같은 기간 꾸준히 최소 실책 상위권을 유지했다. 그랬기에 삼성의 경쟁력으로 ‘강력한 마운드’와 ‘탄탄한 수비’를 꼽았던 이들이 많다. 

 

현재는 kt 위즈의 수비코치로 옮긴 김용국 전 삼성 수비코치와 류중일 전 삼성 감독이 늘 뿌듯하게 여겼던 자부심. 김용국 코치는 kt의 수비 안정에도 상당한 기여를 하고 있다. 

 

“삼성은 내가 뛰었을 당시(2005년~2010년)에는 물론 이후 5연속 우승 기간 포함 최근까지 수비력이 쭉 훌륭한 ‘수비 명가’였다. 훌륭한 감독님과 코치님들이 이어온 전통과 유산을 이어받았기에 더 강한 책임감을 느낀다.” 탄탄한 ‘수비왕국 건설’에 더 깊은 책임감을 느끼는 박 코치였다. 

 

박 코치는 앞으로 딱 한 가지를 더 약속했다. 바로 ‘기본을 지키겠다’라는 것이다.

 

“전통적으로 삼성은 수비의 기본을 중시한다. 화려한 플레이도 좋지만 일단 수비가 안정돼야 투수가 좋은 투구를 할 수 있는 건 당연한 이치다. 최근에 투수들이 잘해주니 야수들의 집중력이 올라가고, 야수들이 잘 막아주니 투수들도 편하게 던지고 있다. 앞으로도 ‘기본을 놓치지 않는 안정감 있는 수비’를 강조할 생각이다.” 박 코치의 약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