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2022년

39년만의 '성적 부진' 감독대행…박진만의 어깨가 무겁다

사비성 2022. 8. 2. 15:39

39년만의 '성적 부진' 감독대행…박진만의 어깨가 무겁다

 

삼성 5번째 감독대행…성적 부진 사례는 1983년 이후 처음
무너진 불펜 재건 등 분위기 수습이 시급한 과제

 

(서울=뉴스1) 권혁준 기자 = 야구 명가로 군림하던 삼성 라이온즈에 시즌 중 사령탑이 교체되는 상황까지 발생했다. 위기에 빠진 팀을 추스러야 할 '국민 유격수' 박진만 감독대행(46)의 어깨가 무거워졌다.

삼성은 지난 1일 "허삼영 감독이 부진한 팀 성적에 책임지고 자진 사퇴했다"면서 박진만 퓨처스 감독이 감독대행으로 남은 시즌을 이끈다고 밝혔다.

KBO리그 원년부터 참여한 삼성은 역대 최다인 18차례 한국시리즈에 진출해 8번 우승하는 등 전통의 강호로 자리매김했다. 특히 2011년부터 2014년까지 4년간 통합 우승을 차지하며 '삼성 왕조'를 구축하기도 했다.

이런 삼성이 시즌 중 감독이 바뀐 사례는 손에 꼽는다. 성적이 좋지 않더라도 시즌이 끝난 뒤 교체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시즌 중 감독대행이 투입된 경우는 이번이 5번째다. 1983년 이충남 감독대행, 1986년 정동진 감독대행, 1997년 조창수 감독대행, 2000년 장효조 감독대행 등이었다.

그러나 이 중 성적 문제로 감독이 바뀐 것은 1983년의 이충남 감독대행 뿐이었다. 당시 삼성의 지휘봉을 잡고 있던 서영무 감독이 성적 부진의 책임을 지고 물러나면서 이충남 대행이 자리를 물려받은 것.

남은 3명은 모두 성적 이외의 이슈가 있었다.

정동진 감독대행의 경우 김영덕 감독이 요로결석으로 입원한 2주 가량 팀을 맡았고, 조창수 감독대행도 백인천 감독이 병원에 입원하면서 두 차례에 걸쳐 임시감독직을 수행했다. 장효조 감독대행은 김용희 감독이 심판 판정 항의로 6경기 출장정지 징계를 받았을 때 선수단을 이끌었다.

결국 부진한 성적이 문제가 돼 시즌 중 감독이 바뀐 것은 프로야구 초창기 시절 이후 무려 39년만의 일이다. '야구명가' 삼성의 자존심이 구겨질 수밖에 없는 일이다. 특히 지난해 76승9무59패(0.563)로 KT 위즈와 1위 결정전을 벌일 정도로 강했던 팀이 1년 만에 성적이 고꾸라졌기에 충격은 더욱 크다.

엄밀히 말해 올 시즌 삼성은 시즌 내내 완벽한 전력으로 경기를 치르지 못했다. 시즌 전부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대거 나오면서 주전들이 이탈했고 시즌 중반에는 구자욱과 김상수, 이원석 등 부상자들이 속출했다. 왕조 시절 유독 여름에 강했지만 이번엔 오승환을 비롯한 불펜진이 무너지면서 구단 최다인 13연패의 오명을 쓰기도 했다.

여러모로 분위기가 뒤숭숭하지만 삼성의 잔여 경기는 50경기에 달한다. 남은 시즌이 길기에 박진만 감독대행의 어깨도 무거울 수밖에 없다.

당장 2일부터 경기에 나서야 하는 상황이다. 가라앉은 선수단 분위기를 끌어올리는 것이 첫 번째 과제다.

세부적으로 보면 마운드, 특히 구원진의 재건이 시급하다. 삼성은 올 시즌 불펜 평균자책점이 4.89로 최하위에 머물러있다. 마무리 오승환(4.21)은 물론이고 좌완 이승현(5.35), 우완 이승현(6.00), 김윤수(7.27), 장필준(4.97) 등 안정적인 평균자책점을 보여주는 이가 없다. 그나마 우규민(1.47)과 문용익(4.10) 정도가 분투 중이다.

허삼영 감독은 사퇴 전인 지난 27일 한화 이글스전에선 오승환을 6회에 기용하는 등 변화를 꾀하기도 했는데, 박진만 감독대행 체제에서도 이같은 시도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퓨처스 감독직을 수행해온만큼, 자신이 잘 아는 2군 선수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전체적으로 봤을 땐 역시 베테랑들이 분위기를 이끌어야한다. 오승환을 필두로 강민호, 백정현, 이원석, 오재일 등이 이 역할을 해줘야하는데, 역시 성적만한 분위기 반등 효과는 없다. 올 시즌 부진한 성적에 이들 베테랑의 책임이 적지 않은만큼, 최대 위기를 맞은 현 시점에서 달라진 모습이 나와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