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의 이례적 대행 체제, 박진만 감독대행의 시험대 혹은 이승엽
프로야구 삼성이 이례적으로 감독대행에게 잔여 시즌을 맡긴다. 진짜 감독을 찾기 위한 고민의 시간이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삼성은 시즌 중간에 감독을 교체하지 않는 구단으로 유명하다. 감독대행 체제로 시즌을 치르는 건 25년 만이다. 1997년 백인천 감독이 건강상의 문제로 자리를 비웠고 9월4일부터 시즌 끝까지 조창수 감독대행이 팀을 이끌었다. 그동안 성적 부진을 이유로 감독대행이 대신 지휘봉을 잡은 적은 없었다.
허삼영 전 삼성 감독은 지난 7월31일 대구 롯데전을 마치고 구단에 사퇴 의사를 밝혔다. 삼성은 다음날 허 감독의 사퇴 의사를 받아들이기로 했고 박진만 퓨처스 감독을 감독대행으로 앉혔다.
대개 감독이 도중에 물러나게 되면 수석코치가 대행으로 남은 시즌을 이끄는 경우가 많은데 삼성은 최태원 수석코치를 퓨처스 감독으로 보내고 박진만 감독대행을 선택했다. 1군에서는 수석코치 없이 시즌을 치른다. 박 감독대행에 대한 구단의 기대치를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시즌이 50경기 정도 남은 가운데 벌써부터 삼성의 차기 정식 감독에 벌써부터 관심이 모아지고 있는 이유다.
박 감독대행은 그동안 삼성의 감독 후보로 하마평에 종종 올랐던 인물이다. 박 감독대행은 현대(1996∼2004년), 삼성(2005∼2010년), SK(현 SSG·2011∼2015)에서 활약하며 ‘국민 유격수’라는 애칭을 얻은 스타 플레이어 출신이다. 2016년 SK에서 지도자 생활을 시작한 그는 2017년부터 삼성에서 수비, 작전 코치를 맡았다.
올시즌에는 퓨처스팀 감독을 맡았다. 구단 측은 “강한 팜을 만드는데 매진하고 있다”며 그간 공로를 평가했다. 그러면서 그를 감독대행으로 앉힌 것에 대해서는 “적임자라고 판단했다”라고 설명했다.
이제 박 대행의 지도력이 본격적으로 시험대에 오르게 된다. 삼성은 10개 구단 중 9위로 밀려나 있다. 사실상 가을야구는 멀어진 상태다. 박 대행이 남은 기간 팀을 어떻게 추스르고 새로운 희망을 보여주느냐에 팬들과 구단의 시선이 쏠린다.
상황이 녹록지는 않다. 삼성은 최근 부상 선수들이 돌아와서 완전체 전력을 갖춘지 얼마 되지 않았다. 마운드 불안은 여전하고 마무리 오승환에 대한 물음표도 가지고 있다. 이를 어떻게 풀어나가는지 여부 자체가 박 대행의 과제로 남아있다. 위기 속에 팀을 살려내는 리더십을 보여준다면 대행의 꼬리표를 뗄 희망도 커진다.
박 감독대행의 승격이 아닌 외부 인사의 감독 발탁 가능성도 있다. 특히 삼성을 상징하는 레전드 ‘라이언 킹’ 이승엽의 이름이 벌써부터 야구계 안팎에서 흘러나온다.
1995년 삼성에 입단한 이승엽은 2017시즌을 마치고 은퇴할 때까지 줄곧 푸른 유니폼을 입었던 프랜차이즈 스타다. 은퇴 후 KBO 홍보대사, SBS스포츠 해설위원 등으로 활약을 했고 최근에는 예능프로그램 ‘최강야구’에서 은퇴한 선수들을 이끌고 경기를 치르고 있다. 지난 16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올스타전에서는 40주년 레전드로 참가해 “‘최강 야구 감독’ 이승엽입니다”라고 자신의 소개를 하기도 했다. 삼성이 배출한 최고 스타 이승엽이 지휘봉을 잡는다면 팬심을 단숨에 가져올 수 있고 선수단 장악에도 유리한 측면이 있다.
제3의 인물에 대한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올시즌을 맞이할 때까지만 해도 삼성은 단순히 가을야구 진출이 아닌 그 이상을 바라봤다. 지난해 시즌 막판 1위 결정전을 치를 정도로 치열하게 선두 자리를 두고 다툼을 벌였지만 짧은 플레이오프를 치르고 탈락했기에 더 큰 아쉬움이 남았기 때문이다. 가을야구 진출은 물론 그 이후의 노하우까지 필요로 한다. 삼성이 경험 많은 새 사령탑을 선택할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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