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유격수’ 대행에게서 ‘그라운드 여우’의 향기가 난다? [춘추 집중분석]
‘국민 유격수’ 감독대행은 현역 시절 김재박, 선동열, 김성근 등 여러 명 감독들과 함께했다. 삼성 지휘봉을 잡은 지금 박 대행은 자신이 모셨던 감독들의 장점은 본받고, 시대 흐름에 맞춘 변화를 가미해 자기만의 색깔을 내고 있다.
‘국민 유격수’ 출신 감독대행의 야구에서 그라운드 여우의, 국보 출신 감독의 향기가 난다?
삼성 라이온즈 박진만 감독대행은 현역 시절 여러 명 지도자 아래서 선수로 활약했다. 프로 데뷔와 성장 과정에선 선배 유격수 출신 김재박 감독의 지도를 받았고, 삼성으로 이적해서는 대투수 출신 선동열 감독과 함께했다. 선수 생활 막바지 이적한 SK에선 김성근 감독의 야구도 경험할 기회가 있었다.
다양한 스타일의 감독들 가까이에서 보고 배운 덕분일까. 8월 1일 삼성의 지휘봉을 잡은 뒤 박 대행은 침체했던 팀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으며 순항하는 중이다. 3일 데뷔전을 시작으로 13경기에서 6승 7패를 기록한 박 대행은 전임 감독과는 차별화된 선수 기용, 적절한 경기 개입 등으로 서서히 자기만의 색깔을 내고 있다.
19일 경기전 만난 박 대행은 “과거 내가 선수와 코치로 모셨던 감독님들로부터 많은 영향을 받았다”고 밝혔다. 박 대행은 “경기 흐름을 뺏겼을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 결단을 내려야 할 시기에 빠르게 대처하는 방법 등을 감독님들 옆에서 많이 봐왔다. 대행직을 수행하는 데도 그 영향이 분명 있다”고 했다.
경기중 기습적으로 시도하는 작전에서는 ‘그라운드의 여우’ 김재박 감독의 향기가 느껴진다. 18일 경기에서는 2대 2 동점 김상수 타석에서 페이크 번트 앤 슬래시 작전으로 달아나는 점수를 올렸다. 박 감독도 “프로에서 처음 만난 김재박 감독님이 워낙 작전 구사를 많이 하셨다”고 떠올렸다.
김성근 감독에게선 경기 흐름의 중요성을 배웠다. 박 대행은 “김 감독님은 경기 흐름에서 중요한 포인트를 많이 따지셨다. 상대에게 흐름을 안 뺏기려고 경기 중 투수도 많이 바꿨고, 흐름이 넘어가면 다시 가져오려고 시도했다”고 했다. 18일 대타 오재일의 조기 기용도 팀의 투수력과 경기 흐름을 고려한 선택이었다. 결과적으로 오재일이 쐐기 3점 홈런을 날리면서 이 카드는 성공했다.
‘지키는 야구’로 성공을 거둔 선동열 감독의 투수 운영도 박 대행에게 영향을 끼쳤다. 박 대행은 “선 감독님은 투수 운영을 현장에서 지켜봤고, 앞으로 어떤 상황이 생겼을 때 투수 운영을 어떤 식으로 가져갈지 나름대로 생각을 갖고 있었다”고 밝혔다.
그렇다고 무조건 옛날 감독들과 똑같은 야구를 하진 않는다. 박 대행이 함께한 김재박, 선동열, 김성근 감독은 선수들과 직접 스킨십을 나누거나 살갑게 대하는 스타일은 아니었다. 시대가 달라진 지금은 감독이 선수들을 대하는 방식도 달라야 한다. 박 대행 역시 선수들과 많은 대화를 나누고, 선수가 오기 전에 먼저 다가가려고 노력한다. 선수를 2군에 보내거나 경기 중 교체할 때도 충분한 설명으로 이해를 구한다.
박 대행은 “나도 선수 생활을 오래 한 만큼, 가급적 선수들과 대화를 하려고 한다. 2군에 내려보내는 결정을 내리거나, 경기 중 교체가 됐을 때는 선수들에게 직접 가서 설명해 주려고 한다. ‘지금은 이런 상황이라 이렇게 바꾸겠다’고 설명도 하고, 몸 상태가 어떤지 확인도 한다”고 했다.
일례로 18일 경기 도중 교체된 베테랑 이원석은 19일 경기후 인터뷰에서 “서운하지 않았다. 선수를 넣고 빼는 건 감독님 권한”이라며 “감독님이 직접 내게 와서 미안하다고 말씀하셨다. 굳이 안 그러셔도 되는데 직접 말씀해 주시고, 옷 갈아입으러 들어갔을 때도 오셔서는 ‘미안하다, 내일 잘 준비하자’고 하셨다. 그 얘길 듣고 더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고 말했다.
나이 어린 선수들에게는 먼저 다가가 조언을 건넨다. 박 대행은 “고참급 선수들은 먼저 와서 조언을 구하기도 하지만, 나이 어린 선수들은 아직 (감독을) 어려워하는 게 사실”이라며 선수들에게 다가가는 이유를 설명했다.
박 대행은 “최근에는 그래도 먼저 와서 궁금한 걸 물어보는 친구들도 있다. 과거보다 많이 바뀌긴 했다. 물어보는 말에 대답만 하는 게 아니라, 내가 먼저 시작하고 상대 선수가 질문을 하면서 대화를 주고받기도 한다. 옛날과는 달라진 부분”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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