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2005년

[프로야구]선동렬의 삼성, 확실히 달라졌다

사비성 2005. 10. 19. 13:26
[프로야구]선동렬의 삼성, 확실히 달라졌다
[세계일보   2005-10-19 21:33:53] 
 프로야구 삼성의 팀 컬러가 확 변했다.

선수시절 ‘국보급 투수’로 명성을 날렸던 선동렬 감독이 지휘봉을 잡으면서 홈런과 장타력을 앞세운 화력군단 이미지는 퇴색했으나 오승환 등이 버티는 탄탄한 마운드와 유격수 박진만을 축으로 한 물샐틈 없는 수비로 ‘지키는 야구’를 정착시킨 것. 그 결과 그동안 늘 큰 경기에서 약한 모습을 보였던 삼성은 이번 두산과의 한국시리즈에서 ‘지키는 야구’의 진수를 보이며 팀 창단 이후 처음으로 3연승이나 거뒀다

18일 한국시리즈 3차전이 대표적인 사례. 삼성은 2회 박진만의 재치 있는 도루와 두산 선발투수 박명환의 폭투로 선취점을 거저 주웠다. 선취점을 쉽게 빼낸 삼성은 선발 마틴 바르가스가 5회까지 무실점으로 막자 곧바로 오상민, 권오준, 전병호, 안지만, 박석진으로 이어지는 불펜진을 가동해 6-0의 완승을 이끌어냈다. 지키는 야구’의 본때를 보여준 것. 박진만은 안타성 타구를 거푸 걷어내기도 했다.

삼성은 3차전까지 두산의 득점을 단 4점으로 묶었다. 선발 투수가 16과 3분의 2이닝을 던져 3실점했고 불펜 투수진은 13과 3분의 1이닝 동안 1점만 내주는 등 철벽 마운드를 뽐냈다. 선동렬 감독이 활약하던 해태의 전성시대를 연상케 한다. 삼성은 탄탄한 마운드를 바탕으로 구단 사상 최초로 3할 타자 한 명 없이 정규리그를 1위로 마감한 데 이어 한국시리즈에서도 예상을 뛰어넘는 최고의 성적을 거두고 있다.

삼성은 2002년 처음으로 한국시리즈 우승의 한을 풀었지만 그동안 한국시리즈는 ‘삼성 라이온즈 잔혹사’나 다름없었다. 적어도 2001년까지는 그랬다.

1990년대까지 6차례나 한국시리즈 우승에 도전했으나 모두 실패한 삼성은 우승의 비원(悲願)을 풀기 위해 해태를 9번이나 정상에 올려놓은 김응용 감독을 영입했지만 2001년 한국시리즈에서마저 두산에 무릎을 꿇었다. 7번 도전, 7번 실패. 져도 그냥 진 게 아니었다. 1987년 해태에 4전 전패, 1990년엔 LG에 4전 전패. 지금까지 4차전 만에 끝난 4차례의 한국시리즈 가운데 절반이 삼성 몫. 한국시리즈 무대에서 삼성보다 많은 눈물을 흘린 팀도 없었다.

이런 결과는 수준급 투수가 총동원되는 단기전에서 기복이 심할 수밖에 없는 방망이에 의존한 팀 컬러 탓이었다. 상대 투수가 신통치 않으면 ‘화력쇼’를 벌이다가도 짭짤한 투수를 상대론 꼬리를 내렸다.

부임하자마자 ‘지키는 야구’를 선언한 선동렬 감독은 “사실 방망이는 기복이 심해 믿을 게 못된다. 단기전에선 더욱 그렇다. 강팀을 만들기 위해선 공격에 의존하기보다는 마운드와 수비를 바탕으로 한 ‘지키는 야구’밖에 없다”고 다시 한번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