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2022년

PS는 가지 못했지만…지면 잠 못 들던 승부사의 승부욕, 잠자는 사자를 깨웠다 [삼성 팀 결산]

사비성 2022. 10. 12. 14:43

PS는 가지 못했지만…지면 잠 못 들던 승부사의 승부욕, 잠자는 사자를 깨웠다 [삼성 팀결산]

 

포스트시즌 진출에는 실패했지만, 승부사의 승부욕은 잠자는 사자를 깨웠다.

삼성 라이온즈는 지난 시즌 6년 만에 포스트시즌 진출에 성공했다. 지난 시즌 정규리그 공동 1위로 kt 위즈와 타이브레이커 끝에 2위에 자리했다. 비록 플레이오프에서 두산 베어스의 벽에 막혀 한국시리즈 무대를 밟지는 못했지만, 2016년부터 2020년까지 이어져오던 9-9-6-8-8 하위권 순위를 끊는 데 성공했다.

올 시즌을 앞두고 주전 중견수 박해민이 자유계약(FA) 자격을 얻어 LG 트윈스로 떠났지만 그래도 많은 전문가들은 삼성을 5강 후보로 봤다. 박해민 외 기존 전력이 남아 있었고, 지난 시즌 맹활약한 데이비드 뷰캐넌과 호세 피렐라도 잔류했기에 기대는 컸다.

 

그러나 뚜껑을 열어보니 지난 시즌과는 완전히 다른 흐름으로 흘러갔다. 시즌 초반부터 코로나19 여파로 주축 선수들이 함께 하지 못했고, 이후에도 삼성은 탄력을 받지 못했다. 급기야 7월 1일부터 23일까지 13연패에 빠지며, 구단 역대 최다 연패 불명예라는 수모를 쓰기도 했다.

결국 팀을 6년 만에 포스트시즌으로 이끌었던 허삼영 감독이 자진 사퇴했고, 퓨처스리그 감독을 맡고 있던 박진만 감독이 감독대행직을 맡았다. 박진만 감독대행이 삼성 1군 지휘봉을 잡았을 때 삼성의 성적은 38승 2무 54패(승률 0.413) 리그 9위에 머물렀다.

현역 시절 국민 유격수로 불릴 정도로 스타플레이어였던 박진만 감독대행이 온 후 삼성은 달라졌다. 코칭스태프 변화는 물론이고, 과감한 선발 기용도 눈에 띄었다. 베테랑과 신예 선수들의 조화도 돋보였다. 한 명에 의존하지 않았다. 선수가 아닌 팀에 맞춰 경기를 준비했다.

많은 선수들이 박진만 감독 밑에서 힘을 냈는데, 특히 터지지 않던 강한울의 잠재력을 폭발했다. 강한울은 박진만 감독대행 부임 이후 타율 0.317 53안타 1홈런 20타점을 기록했다. 또 데뷔 후 4번타자로 출전하는 등 박진만 감독대행의 사랑을 듬뿍 받았다.

 

선수들의 활약만 된다고 해서 팀이 굴러가는 건 아니다. 1군 지휘가 이번이 처음인 박진만 감독대행도 선수들과 함께 웃고, 울고, 뛰었다. 그 역시 경기를 치르면서 많은 것을 배웠다.

박진만 감독대행은 "내가 야수 출신이다. 야수 쪽 운영은 어느 정도 마음먹은 대로 할 수 있는데, 어려운 게 투수 쪽이다. 투수는 교체나, 분위기 넘어갔을 때 어떻게 흐름을 끊어줘야 하는지 힘들더라. 아직도 많이 배우고 있다"라고 말했다.

또 박진만 감독대행은 "퓨처스에 있을 때는 승패를 떠나 게임 감각을 익히는 데 주안을 뒀지만, 1군은 아니다. 전쟁터다. '이럴 때는 이렇게 해야 되는구나'를 여전히 느끼고 있다"라고 말했다.

8월 3일 두산 베어스와 감독대행 데뷔전에서 패한 후 잠을 제대로 자지 못했다고 했다. 이후에도 마찬가지였다. 박진만 감독대행은 단 한 경기의 패배도 허투루 넘기지 않았다. 침대에 누워 경기를 복기했다.

박진만 감독대행은 "이기면 뭘 해도 웃어넘기고 할 수 있는데, 한 경기만 져도 스트레스 받고 열받고 그런 게 당연하다. 지면 늘 아쉽다. 그래도 패배 속에서 공부도 많이 했고 배우고 있다"라고 말했다.

달라진 선수들의 정신력과 집중력, 수장의 승부욕의 더해지니 성적이 쑥쑥 오르는 건 당연했다. 박진만 감독대행은 50경기를 지휘했는데 삼성은 이 기간 28승 22패 승률 0.560으로 LG-kt-NC 다음으로 좋은 승률을 보였다. 1위 SSG(0.510)보다도 성적이 좋았다.

 

9위에서 쑥쑥 치고 올라와 시즌 막판까지 5강 싸움을 했다. 물론 시즌 초반 깎아 먹은 승리가 많았기에, 포스트시즌 싸움에서 밀렸지만 삼성이 시즌 막판 보여준 투혼은 박수를 받았다.

팬들 역시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불굴의 사자 정신을 보여준 선수단에게 박수를 보냈다. 8일 SSG와 시즌 홈 최종전에는 24,000명 만원 관중이 들어왔다. 시즌 마지막 홈경기에서 시즌 첫 매진 사례를 만든 삼성이었다. 플레이오프 탈락한 팀이 시즌 마지막 경기에서 매진을 만든 이례적인 일이었다.

삼성의 2022년은 끝났다. 이제 다음 시즌을 준비해야 한다. 물론 그 전에 가장 먼저 해야 될 일은 팀의 수장을 정해야 한다. 박진만 감독대행도 차기 감독 후보 중 한 명이 될 수 있겠지만, 프로 스포츠 세계에서 최종 발표가 나기 전까지 어떤 이가 감독이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하나, 확실한 건 박진만 감독대행이 오고 나서 삼성이 달라졌다는 점이다. 28승 22패라는 성적이 증명했고, 또 홈-원정을 가리지 않고 찾아온 팬들의 응원이 그것을 말해준다.

포스트시즌 진출은 실패했지만, 승부사의 승부욕은 잠자던 사자를 깨우는 데만큼은 성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