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년만에 최고의 강도" '꼴찌후보→6연패' 보이는 것이 전부는 아니다...드라마틱한 반전의 숙성[오키나와리포트]
[오키나와=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우려 반, 기대 반, 찾아온 오키나와 온나손 아카마 삼성 라이온즈 캠프.
놀라운 광경이 있었다.
오랜만에 만나는 선수들. 두가지 공통점이 있었다.
첫째, 얼굴이 시커멓게 그을렸다. 둘째, 모두 볼 살이 쑥 들어가 보일 정도로 해쓱해져 있었다.
도대체 오키나와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걸까.
예외 없이 검게 그을린 고참급 불펜 핵 우규민은 "21년 스프링캠프 중 손에 꼽을 정도로 힘들다"며 고개를 절레절레 젓는다.
고참 선발 백정현 역시 킬리만자로에 다녀온 직후보다 더 퀭해 있었다. 그는 "3㎏ 정도 빠진 것 같다"며 강훈의 여파를 설명했다.
고참이 이럴 지경인데 젊은 선수들은 말할 것이 없다.
거의 강제 다이어트가 될 정도의 강도 높은 훈련을 소화하고 있다. 가뜩이나 '굴비즈'란 애칭의 삼성 선수들이 더 홀쭉해질 판이다.
이적생 김태훈은 "솔직히 힘들기는 한데 그래도 못 할 정도는 아닌 것 같다"며 짐짓 의연함을 유지했다. 하지만 '살이 좀 빠졌느냐'는 질문에 "한 6kg 정도 빠졌다"며 놀라움을 안겼다. 그는 "좀 많이 먹고, 영양제도 챙겨 먹고, 프로틴(단백질)도 챙겨 먹고 하는데 계속 빠지더라"며 강도 높은 훈련 여파를 설명했다.
실제 연습경기 초반 홈런을 날리던 김태훈은 잠시 주춤했다. 그러다 28일 롯데전에 2루타 두방을 포함, 매 타석 날카로운 타구를 날리며 반등을 알렸다. 그는 페이스가 떨어졌다가 다시 올라오고 있는 부분이 강도 높은 훈련 탓이냐는 질문에 "너무 힘들어서 그랬던 건 있다. 잘 치고 나서 더 욕심 생겨 변화를 주고 하다보니 안 좋았던 부분도 있다"며 "연습량이 많다보니 다시 조금씩 찾아가면서 또 오늘의 결과가 좋았던 것 같다"고 복기했다.
지난해 하위권 팀들 중 삼성은 가장 보강이 없었던 팀이다.
특히 밑에 깔려 있었던 한화 두산 롯데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상대적으로 불안감을 느낄 수 밖에 없는 상황.
하지만 믿는 구석이 있다. 극한의 경지를 이끌어내는 지옥 훈련의 효과다.
삼성은 일본 팀과의 연습경기부터 28일 롯데전, 1일 KIA전까지 내리 6연패를 했다. 일본 팀들과의 경기는 무기력할 정도로 완패를 당했다. '꼴찌 후보'라는 세간의 부정적 평가와 맞물려 살짝 걱정이 되는 대목.
하지만 박진만 감독의 표정에서 초조함은 발견되지 않는다. 박 감독은 "너무 빨라도 좋을 것이 없지 않은가. 계획대로 맞춰서 잘 진행되고 있다"고 태연하게 설명했다. 강훈을 통해 페이스를 바닥까지 떨어뜨린 뒤 역으로 계산해 정규 시즌에 맞춰 실전 컨디션을 끌어올린다는 복안.
1일 온나손 아카마 구자에서 만난 최고참 오승환도 "다들 열심히 하고 있다. 캠프 시작한 지 한 달 정도 되는 것 같은데 다들 지금 엄청 힘들 거다. 몸도 엄청 무거울 거고, 지금 저희가 1승도 없는데 선수들이 그거에 대해서 조금 연연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다만 그는 "단 하나 걱정되는 건 지는 거에 또 익숙해지면 안 된다는 점"이라고 당부했다. 개막에 맞춰 페이스를 올릴 수 있다는 자신감을 잃지 말라는 후배들을 향한 조언이다.
분명한 사실은 오키나와에서 만난 삼성 선수단은 마치 지옥 훈련을 마치고 돌아온 '공포의 외인구단' 같은 포스였다는 점.
과연 전통의 명가 삼성이 세간의 예상을 비웃듯 파란의 중심에 설 수 있을까. 시커멓게 탄 퀭한 얼굴을 배경으로 상대적으로 더욱 강렬하게 빛나는 안광. 무언가를 대변하고 있다. 심상치 않은 분위기 속 반전의 에너지가 축적되고 있다.
정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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