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91세이브’ 트리오 보유…박진만 감독에게 물었다 “그래서 마무리는 누굽니까?!” [춘추 이슈분석]
-2024년 사자군단의 뒷문, 도합 ‘691SV’ 삼중벽이 지킨다
-삼성, 올겨울 활발한 움직임으로 약점 ‘불펜’ 재구성 및 보강
-시즌 준비 중인 박진만 감독 “마무리 포함 불펜 보직은 미정”
-직전 시즌 불펜에서의 쓰라린 기억과 교훈…“지금은 다르다
[스포츠춘추]
삼성 라이온즈의 올겨울은 정말 치열했다. ‘불펜 보강’이란 지상 최대 과제 앞에 선 이종열 신임 단장은 기민하게 움직였고, 그 결과 역대급 필승조 구축에 성공했다.
이른바, ‘세상에 다시 없을’ 뒷문 조합이 대구 라이온즈파크에 뜬다. 당장 2023년 KBO리그에서 현역 마무리로 활약한 선수 셋이 한 유니폼을 입는다. KBO리그 통산 기록만 놓고 보면, 도합 691세이브를 쌓아 올린 김재윤, 임창민, 오승환 얘기다.
든든했던 프런트의 지원, 이젠 현장의 시간이 다가온다
단장님이 새로 오신 뒤에 지난해(2023년) 팀이 부족했던 점 관련해 대화를 정말 많이 나눴죠. 대구면 대구, 마무리캠프가 열렸던 일본이면 일본, 장소를 가리지 않고 말입니다.”
17일 오후 스포츠춘추와 연락이 닿은 박진만 삼성 감독의 말이다. 이때 삼성은 내부 FA 야수 강한울과 계약하면서 스토브리그를 사실상 마친 시점이었다. 그 덕분이었을까. 통화 속 사령탑의 목소리엔 후련함이 한결 가득했다.
두 수장이 머리를 맞대고 2024년 대비 1순위 과제로 손꼽은 건 불펜 보강이었다. 삼성의 뒷문은 직전 시즌 내내 부진을 면치 못했다. 팀 불펜 평균자책(5.16)이 KBO리그 10개 구단 가운데 최하위였고, 야구통계사이트 ‘스탯티즈’에서 제공하는 불펜 WPA(추가한 승리 확률)는 삼성의 경우 팀 전체 -8.43 및 리그 10위다. 참고로 WPA는 불펜의 팀 기여를 언급할 때 주로 쓰인다.
이종열 단장은 단기간에 팀을 파악했고, 박 감독과 현장의 의견을 취합해 ‘외부 영입’을 통한 선수 보강을 약속했다. 이후 삼성은 그 어느 때보다 분주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먼저 2차 드래프트에선 상위 1, 2라운드를 모두 불펜 자원에 썼다. 1라운드 3순위로 전 LG 소속 좌완 최성훈을, 2라운드 8순위는 전 키움 잠수함 양현을 지명한 것. 이뿐만이 아니다. 방출 선수 테스트를 거쳐 국가대표 출신이자 전 NC 우완 이민호를 불펜 강화 목적으로 영입했다.
삼성은 올겨울 FA(자유계약선수) 시장에서도 가장 바쁘게 움직인 팀이다. 개장하자마자 이틀 만에 김재윤을 영입한 뒤 새해엔 임창민까지 데려왔다. 여기에 내부 FA 집토끼인 오승환이 1월 16일 잔류 계약을 맺으면서 말 그대로 ‘화룡점정’을 찍었다.
프런트는 약속을 지켰다. 이젠 박 감독을 비롯한 현장의 시간이다.
박 감독은 한층 두터워진 불펜 뎁스를 두고 “시즌 들어가기에 앞서 정민태 투수코치를 비롯해 코칭스태프들과 끊임없이 대화할 생각”이라면서 “마무리는 아직 정하지 않았다. 개막 전까지 불펜 보직을 모두 확정해 가능한 한 시즌 내내 그대로 고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더블 스토퍼 및 마무리 교체 등 불펜에 변수가 많았던 2023년의 쓰라린 교훈 때문이다. 참고로 지난해 마무리 역할을 잠시 맡았던 좌완 영건 이승현은 올 시즌 선발 투수로 테스트 기회를 받을 예정이다.
다사다난했던 2023년의 불펜을 떠올린 박 감독은 “지금은 다르다”면서 “우승 경험이 있는 마무리 투수가 팀에 3명이나 있다. 든든한 만큼, 제대로 고민해서 이번 시즌을 준비하는 게 맞다. 투수 출신 코치진의 도움도 많이 받으려고 한다. 특히 지난해를 겪어 보니 알겠더라. (보직 결정은) 투수 파트의 조언도 참고할 것”이라고 밝혔다.
삼성이 691SV 트리오에게 기대하는 건 성적뿐만이 아니다
박진만 감독은 마무리가 누가 될지 말을 아끼면서도 마무리 후보 셋의 장점과 이들이 가져다줄 시너지 효과를 강조했다.
“김재윤은 근래 본 선수 가운데 가장 힘찬 공을 던져요. 심지어 경험이 부족한 것도 아닙니다. 큰 부상 없이 많은 경기를 꾸준히 던져온 건 그만큼 ‘몸이 탄탄하다’는 뜻이죠.”
박 감독은 오승환을 향해선 “설명이 필요 없는 선수”라며 “갖고 있는 노련함, 책임감은 다른 선수들과 비교가 어려울 정도다. 어떤 역할, 어느 포지션을 맡겨도 해낼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 했다. 임창민에게도 “전력분석 파트와 단장님께 칭찬을 워낙 많이 들었다. 속구 관련 볼 회전수, 무브먼트는 리그 정상급 투수들과 견줘도 경쟁력이 있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베테랑 셋으로부터 기대하는 건 성적 외에도 더 있다. 바로 팀 내 젊은 선수들의 모범적인 ‘롤 모델’이 되는 것이다. 박 감독이 “경험이 부족한 선수들이 불펜에 많다. 훌륭한 선배들이 있으니 많이 보고 배우고, 또 자극을 받았으면 한다. 그런 시너지가 있어야 팀이 장기적으로 강해진다”고 말한 까닭이다.
한편 필승조 셋만 2024년 삼성 뒷문을 책임지는 게 아니다. 이들이 중심을 잡아주되 김태훈, 이승현(우완) 같은 중견급 투수들도 제 역할을 해줘야 한다. 올해로 42세를 맞이하는 오승환(1982년생), 38세인 임창민(1985년생) 둘을 효율적으로 기용하기 위해선 시즌 중 체력 안배가 필수다. 이 점을 주목한 박 감독 역시 베테랑들의 휴식 관리를 시즌 운영과 관련해 키 포인트로 손꼽았다.
박 감독이 정식으로 지휘봉을 잡은 지 올해로 2년째다. 달라진 건 팀 구성뿐만이 아니다. ‘국민 유격수’ 또한 더 단단해지고 있다.
박 감독은 “지난해를 복기하면, 특히 불펜 운영에서 느낀 게 많다. 보직 관련해 갈팡질팡이 잦았다. 어떤 선수는 5회에 들어갔다가, 다음 경기에선 또 7회에 던지기도 했다”고 반성했다. 이어 “불규칙한 등판 주기는 투수를 혼란스럽게 한다. 내가 야수 출신이라 그런 부분을 많이 놓치고 있었다. 투수 파트 도움을 많이 받으려고 한다. 올해는 선수층도 탄탄해졌다. 틀을 확실히 정해놓고 가겠다”고 힘줘 말했다.
사자 군단은 지난 아쉬움을 뒤로 한 채 앞을 향해 걸어간다. ‘691세이브’ 필승조의 역할은 단연 그 길을 환하게 비춰줄 ‘등대’다. 삼중벽으로 무장한 삼성이 2024년 재도약에 성공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출처 : 스포츠춘추(http://www.spoch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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