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도 많이 먹었는데"…박진만표 '지옥 훈련', 2위 삼성의 밑거름
시즌 전 하위권 전망 뒤집어…박진만 "신진급 활약 결정적"
"'언제적 야구' 비판 있었지만 젊은 선수 경험·승부욕 커져"
(광주=뉴스1) 권혁준 기자 = "제가 잘한 건 없죠."
정규시즌 2위를 확정한 박진만 삼성 라이온즈 감독이 쑥스럽게 웃었다. 자신의 공보단 선수들이 잘해준 덕이라며 연신 손사래를 쳤다.
그럼에도 굳이 하나를 꼽아달라는 질문이 이어지자, 박 감독이 떠올린 건 스프링캠프였다. 박진만 감독은 정식 감독이 된 지난해부터 스프링캠프에서 엄청난 양의 '지옥 훈련'으로 선수들을 녹초로 만들었다. 삼성 선수들은 연신 기합을 질러댔고 유니폼은 흙투성이가 됐다.
박 감독은 "사실 연습경기에서 전패할 때는 욕도 많이 먹었다"면서 "선수들 '뺑뺑이' 돌리고 할 때는 '언제적 야구'를 하냐는 말도 들었다"고 돌아봤다.
양보다는 질의 체계적인 훈련을 추구하는 최근의 트렌드와는 다소 동떨어져 보이는 훈련 시스템이긴 했다.
그래도 박 감독은 자신의 소신을 굽히지 않았고, 시즌 전 '약체'로 평가받던 삼성을 2위로 올려놓았다.
박 감독이 자체 평가한 올 시즌 삼성의 저력은 '신진급' 선수들의 활약이었다. 김영웅을 비롯해 김지찬, 이재현 등 어린 선수들과 좀처럼 '유망주' 딱지를 떼지 못하던 이성규, 윤정빈도 힘을 냈다.
김영웅은 올 시즌 26홈런을 때렸고, 김지찬은 주전 중견수로 뛰며 0.316의 타율과 42도루를 기록했다. 이재현도 유격수로 풀타임을 소화하며 두 자릿수 홈런을 치는 경쟁력 있는 선수로 거듭났다.
박 감독은 "김영웅이 홈런을 그렇게 뻥뻥 칠 줄 누가 알았겠나. 김지찬도 포지션을 중견수로 바꾸면서 우려가 있었지만 잘 해줬다"면서 "만년 유망주였던 이성규와 윤정빈도 빛을 봤다"고 설명했다.
특히 시즌 초반인 4월 8연패의 흐름에서 젊은 선수들의 활약으로 연패를 벗어난 것이 '터닝포인트'가 됐다고 봤다.
박 감독은 "광주 3연전에서 첫 경기를 지고 2경기를 이겼는데, 그때 새로운 선수들의 활약으로 분위기가 확 바뀌었다"면서 "시즌 초반이 전환점이 된 시기였다고 본다"고 했다.
이어 "신진급 선수들의 활약이 나오면서 전체적인 파급 효과로 이어졌다. 물론 구자욱과 강민호, 박병호 같은 베테랑 선수들 역시 본인의 역할을 잘해주며 어우러졌다"고 덧붙였다.
젊은 선수들이 기량을 만개하게 된 밑바탕엔 '박진만 표' 지옥 훈련이 있었다.
박 감독은 "캠프에서 선수들이 잘 따라와 줬다. 비판적인 시선도 있었지만 그 과정에서 젊은 선수들의 기량이 올라왔다고 생각한다"면서 "또 다른 장점은 선발 로테이션이 꾸준했다는 것인데, 이 역시 우리 수비가 안정감을 보인 영향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신예 선수들의 활약과 스프링캠프 이야기를 한참 이어가던 박 감독은 "그거 하나는 잘했네요"라며 멋쩍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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