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2006년

"대만전은 서재응, 일본전은 구대성"

사비성 2006. 2. 24. 14:00
"대만전은 서재응, 일본전은 구대성"
[오마이뉴스 양형석 기자]
▲ 시민기자 선정 WBC 예상 라인업
ⓒ2006 양형석
세계 야구의 최강국을 가리는 제1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이 3월 3일 개막한다. 한국 대표팀은 대만, 중국, 일본과 한 조가 되어 도쿄돔에서 예선전을 치르고, 조 2위 이상의 성적을 거두면 미국 캘리포니아로 건너가 3월 12일부터 8강이 겨루는 본선 라운드에서 경기를 펼치게 된다.

한국 대표팀은 '덕장' 김인식 감독이 사령탑에 부임하고, '코리안 특급' 박찬호(샌디에이고)를 비롯해 최희섭·서재응(이상 LA 다저스), 김병현(콜로라도) 등 현역 메이저리거들과 일본 프로야구에서 활약하는 '라이언킹' 이승엽(요미우리), 한국 프로야구를 빛내고 있는 손민한(롯데)ㆍ이종범(기아)ㆍ김동주(두산)ㆍ이병규(LG)ㆍ배영수(삼성) 등을 모두 모아 역대 최강 팀을 구성했다.

WBC 개막 D-7일에 맞춰 <오마이뉴스> 스포츠 시민기자들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른 한국 '드림팀'의 주전 라인업과 대만, 중국, 일본전의 선발 투수를 예상해 보았다. '미리 보는 WBC 한국 대표팀' 선정에는 필자와 이현, 고동현, 유동훈, 조지환, 이종길 시민기자에 신명철 <오마이뉴스> 스포츠 편집위원까지 모두 기자 7명이 참여했다.

대만전 = 서재응 '만장일치'...박찬호의 활용은?

한국 대표팀 김인식 감독은 본선 진출의 분수령이 될 대만과의 경기(3월 3일)에 모든 전력을 쏟아 부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은 특히 지난 2003년 아테네 올림픽 예선전에서 대만에 덜미를 잡히며 올림픽 출전이 좌절된 바 있어 이번 경기는 설욕의 의미도 함께 지닌다.

<오마이뉴스>의 모든 시민기자들은 첫 경기인 대만전의 선발 투수로 한결같이 서재응을 지목했다. 조지환 시민기자는 "1998년 방콕 아시안게임에서 대만 선수들이 '메이저리거'라는 위압감에 눌려 박찬호에게 맥을 못 춘 것을 기억해야 한다"며 코리안 메이저리거 중에서 작년 성적이 가장 좋았던 서재응의 선발 기용을 예상했다.

특히 서재응은 제구력이 좋아 이번 대회 최대 변수가 될 투구 수 제한 규정(예선 65개)에도 5이닝 정도는 충분히 소화해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본선 진출과 상관없이 언제나 총력전을 펼쳐야 하는 일본전(5일)에서는 많은 기자들이 일본 프로야구에서 잔뼈가 굵은 구대성을 지목했다. 구대성은 전성기가 지났다는 평가를 받고 있긴 하지만 지난 시드니 올림픽 3, 4위전에서 일본을 상대로 완투승을 거뒀을 만큼 '일본 킬러'로 명성이 나있다.

신명철 편집위원은 "일본전에는 왼손 투수를 선발로 기용하는 것이 한국대표팀의 오랜 '공식'"이라며 "구대성은 일본 선수들의 특징을 잘 알고 있어 선발로 적당하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반면에 이현 시민기자는 작년 시즌 메츠에서 중간계투로 뛰었던 구대성의 체력을 걱정하며 구위가 좋은 김선우(콜로라도)의 등판을 조심스럽게 전망했다.

한국 투수진의 '뜨거운 감자'는 역시 박찬호다. 이름값으로만 보면 당연히 '에이스'가 되어야 하지만 최근 몇 년간의 부진을 생각하면 중요한 경기에 선뜻 선발로 내세우기가 부담스럽다. 박찬호 자신은 보직에 상관없이 등판할 수 있다고 하지만 몸이 늦게 풀리는 타입이라 중간계투로 활용하기도 쉽지 않다.

이런 점을 고려해 이종길ㆍ조지환ㆍ유동훈 시민기자는 박찬호를 상대적으로 부담이 적은 중국전에 선발로 등판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비해 박찬호가 '빅리그 100승 투수'라는 상징성이 있는 만큼 일본과의 경기에 투입해야 한다는 고동현 시민기자의 의견도 있었다.

경기를 마무리 지을 소방수 자리에는 현재 가장 컨디션이 좋은 '신인왕' 오승환(삼성)과 메이저리그 86세이브의 기록을 가지고 있는 김병현이 가장 높은 지지를 받았다.

이승엽-김동주-최희섭, '한미일 중심타선' 뜬다

수비에서는 1루수 이승엽, 유격수 박진만(삼성), 3루수 김동주, 외야수 이병규ㆍ이종범이, 지명타자로는 최희섭이 거의 만장일치로 지목을 받은 가운데 포수와 2루수, 외야 한자리가 치열한 각축을 벌였다.

투수 13명을 이끌어야 할 안방마님 자리는 고려대 시절부터 국제 경기 경험을 많이 쌓은 진갑용(삼성)과 투지가 좋은 홍성흔(두산)으로 양분됐고, '리틀 쿠바' 박재홍(SK)의 부상으로 공석이 된 외야 한자리도 정확한 타격을 자랑하는 이진영(SK)과 일발 장타를 보유한 송지만(현대)을 골고루 활용해야 한다는 의견으로 나뉘었다.

대표팀의 '아킬레스건'으로 꼽히는 2루수 자리에는 경기 후반에 대주자, 대수비 요원으로 다양하게 기용할 수 있는 김재걸(삼성)보다는 국제 경험이 많은 김종국(기아)이 더 많은 지지를 받았다.

타순에서는 이승엽-김동주-최희섭으로 이어지는 '한미일 크린업트리오'가 별다른 이견 없이 중심 타선을 형성할 것으로 전망됐다. 공격 첨병 역할을 해야 할 테이블세터(1, 2번타자)를 놓고는 다양한 의견이 있었으나 그 중 이종범-이병규 조합이 가장 지목을 많이 받았다.

이현 시민기자는 이종범의 적지 않은 나이를 고려해 '적토마' 이병규를 1번 타자로 중용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고, 이종길ㆍ조지환 시민기자는 하위타선 강화를 위해 이병규를 6번으로 내리고, 이종범과 오랜 시간 호흡을 맞췄던 김종국을 2번 타자로 기용해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한편 신명철 편집위원은 이종범-이병규 조합을 예상하면서도 "이번 대표팀은 볼넷을 고르고, 2루를 훔친 뒤 진루타 때 3루로 달리고 이어진 희생플라이로 득점을 올리는 소위 '발로 하는 야구'가 어려울 듯하다"며 기동력이 다소 떨어지는 대표팀의 약점을 지적했다.

WBC에 출전하는 한국 대표팀이 프로야구 출범 후 가장 뛰어난 선수들이 모인 것은 분명한 사실이지만 '역대 최강의 멤버가 모인 대표팀'이 언제나 '역대 최고의 대표팀'이 되는 것은 아니다. 한국 야구를 대표하는 선수 30명이 세계 최고 선수들이 모두 모인 사상 첫 '야구 월드컵' WBC에서 '역대 최고 대표팀'으로 등극하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