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완 듀오' 봉중근.구대성 위력 발휘
(도쿄=연합뉴스) 이동칠 기자 = '왼손타자 잡는 데는 좌완투수가 제격'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한국 대표팀의 '좌완 트리오'의 맏형 구대성(38.한화)과 빅리거 출신의 봉중근(26.신시내티 레즈)이 왼손 타자들이 즐비한 일본 타선을 상대로 위력을 발휘했다.
일본은 오른손 타자인 다무라 히토시(요코하마 베어스타스)와 사토자키 도모야(롯데 마린스)를 제외하고 9명 중 무려 7명이 왼쪽 타석에 등장했다.
테이블 세터진의 2번 니시오카 쓰요시(롯데)는 스위치 히터지만 한국 선발로 나선 우완 김선우(콜로라도 로키스) 공략을 위해 왼손 타석에 섰던 것.
김선우는 초반 최고 146㎞의 직구를 앞세워 윽박지르는 피칭을 선보였지만 일본 타자들은 허점을 파고 들며 7안타로 2점을 뽑았다.
선동열 투수코치는 김선우가 4회 1사 2, 3루에서 투구수가 60개로 1라운드 한계치(65개)에 육박하자 급히 '좌완' 봉중근을 호출했다.
0-2로 뒤진 상황에서 봉중근은 선 코치의 기대에 부응했다.
좌타자 가와사키 무네노리(소프트뱅크)를 땅볼 타구를 유도했고 유격수 박진만(삼성)이 홈으로 송구해 3루 주자를 잡는 재치있는 플레이 덕을 봤다.
이어 스즈키 이치로(시애틀 매리너스)를 볼넷으로 내보냈지만 우익수 이진영(SK)의 그림같은 다이빙캐치의 도움을 받아 대량 실점 위기를 무사히 넘겼다.
봉중근은 4회에도 우타자 다무라에게 볼넷을 허용했지만 후쿠도메 고스케(주니치 드래곤스), 마쓰나카 노부히코(소프트뱅크 호크스), 이와무라 아키노리(야쿠르트 스왈로스) 등 좌타자 3명을 차례로 플라이로 처리했다.
5회 첫 타자인 왼손잡이 오가사와라 미치히로(니혼햄 파이터스)를 삼진으로 돌려 세우고 임무를 성공적으로 완수한 뒤 배영수(삼성)에게 마운드를 넘겼다. 2이닝 동안 볼넷 2개에도 안타 1개없는 무실점의 깔끔한 피칭이었다.
배영수에 이어 6회 1사 후 등판한 건 '좌완 스페셜리스트' 구대성.
2000시드니올림픽 때 좌타자가 수두룩한 일본의 타자들을 잠재우며 동메달 쾌거의 주역이었던 '일본 킬러' 구대성은 배영수가 7회 선두타자 이치로를 몸 맞는 공으로 내보내자 곧바로 구원 등판했다.
구대성은 앞선 2경기에서 타율 6할의 신들린 방망이를 과시했던 니시오카 쓰요시(롯데)를 공 4개만에 삼진으로 잡았고 8회까지 2이닝 동안 6명의 타자를 상대로 삼진 2개 등 무안타 무실점의 퍼퍽트 피칭을 했다.
8회말 이승엽(요미우리 자이언츠)의 역전 2점홈런이 터지면서 승리투수가 되는 기쁨을 덤으로 누릴 수 있었다.
물론 절묘한 투수 교체 타이밍을 포착한 선동열 코치의 뛰어난 마운드 운용 능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그럼에도 선 코치의 믿음을 저버리지 않고 좌타자들을 효과적으로 봉쇄한 봉중근과 구대성 등 '좌완 듀오'의 활약은 화려한 피날레를 장식한 박찬호 못지 않게 '도쿄 대첩'에서 빼놓을 수 없는 승부의 백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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