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2006년

[WBC]‘박진만 드라마’…9회말 1,3루서 몸날려 공잡아 토스

사비성 2006. 3. 4. 20:53
[WBC]‘박진만 드라마’…9회말 1,3루서 몸날려 공잡아 토스
[동아일보]

‘삿포로의 악몽이여, 이젠 안녕.’

WBC에 참가하는 한국야구대표팀 선수단은 대만에 대해 일종의 트라우마(trauma·정신적 외상) 상태에 빠져 있었다.

2월 19일 일본 후쿠오카 전지훈련 시작부터 3일 아시아 예선 첫 경기까지 누구나 대만 하면 2003년 11월 일본 삿포로 아시아 선수권을 먼저 떠올렸다.

이종범(기아) 이승엽(요미우리) 등 선수들은 인터뷰 때마다 “삿포로의 경험을 되풀이 하지 않기 위해…”란 말을 입에 달고 살았다.

당시 한국은 9회 말 1사까지 4-2로 앞서다가 동점을 허용했고, 10회 연장 끝에 4-5로 역전패했다. 대만에 지는 바람에 한국은 2004 아테네 올림픽에도 나가지 못했다.

2006년 3월 3일 WBC 개막전에서 한국과 대만이 또 만났다. 공교롭게 한국은 9회 또다시 2-0, 두 점 차로 앞섰다.

잘 던지던 박찬호(샌디에이고)가 9회 첫 타자 린웨이주에게 2루타를 허용했다. 삿포로의 악몽이 모든 선수의 뇌리에 새삼 떠올랐으리라.

그때 한국을 구한 것이 바로 유격수 박진만(삼성)이었다. 2사 1, 3루 상황에서 대만의 대타 장즈야오는 투수 옆을 빠르게 스쳐지나가는 안타성 타구를 날렸다. 모든 선수가 ‘아, 큰일 났다’고 생각하는 순간 박진만의 몸이 허공을 날았다.

공은 박진만의 글러브 안에 들어가 있었다. 박진만은 엎드린 상태에서 2루수에게 토스해 선행주자를 아웃시키며 한국의 승리를 지켰다.

박진만은 “일단 몸을 던졌지만 나 자신도 공을 잡은 줄을 몰랐다. 천만다행이다. 만약 뒤로 빠졌다면 또다시 대만에 당했을지도 몰랐다”며 웃음을 지었다. 한국이 삿포로의 악몽을 떨쳐내는 데는 정확히 2년 4개월이 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