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2006년

이진영과 박진만 빅리거급 수비

사비성 2006. 3. 6. 10:33
큰 경기일수록 작은 ‘변수’ 하나가 전체적인 흐름을 바꿔 놓는다.

5일 벌어진 한·일전이 꼭 그랬다. 8회 터진 이승엽의 투런 홈런으로 승부가 갈렸지만 박진만과 이진영의 호수비가 없었더라면 역전은 불가능했다.

0-2로 끌려가던 4회말 일본 공격. 일본은 연속안타와 희생번트로 1사 2, 3루의 찬스를 잡았다. 안타 한방이면 일본은 승리를 굳힐 수 있는 반면 추가점을 내준다면 한국의 추격은 힘들어지는 절체절명의 위기 순간이었다. 이때 유격수 박진만(삼성)은 가와사키(소프트뱅크)의 땅볼 타구를 잡은 뒤 곧바로 홈으로 송구, 주자를 아웃시켜 추가 실점을 막았다. 지난 3일 대만전 9회말 수비 2사 1, 3루에서 안타성 타구를 다이빙캐치로 잡은 뒤 절묘한 2루 토스로 승리의 디딤돌을 놓은 박진만의 ‘빛나는 수비 2탄’이었다.

또한번 위기의 한국팀을 구한 건 이진영(SK)이었다.

이어 타석에 들어선 이치로(시애틀)가 볼넷을 골라 1루로 걸어나가면서 2사 만루. 또한번의 대량 실점 위기. 다음 타자로 나선 니시오카(지바 롯데)는 봉중근의 2구째를 밀어쳐 우익선상으로 총알처럼 빠지는 2루타성 타구를 날렸다. 쭉쭉 뻗어나간 타구에 관중들은 눈을 떼지 못했고 한국응원석에선 단말마의 비명이 터져나왔다. 순간 타구의 방향을 놓치지 않고 쫓아간 이진영이 힘차게 뛰어오르며 몸을 날리는 그림 같은 수비로 완벽하게 공을 잡아냈다. 메이저리그에서도 흔하지 않은 명장면에 일본팬마저 탄성을 질렀고 일부는 기립박수까지 보냈다. 한국의 짜릿한 역전드라마는 박진만과 이진영의 잇단 호수비가 있어 가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