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2006년

한국, 일본 격파하며 ‘아시아 왕좌’ 등극

사비성 2006. 3. 6. 10:49
한국, 일본 격파하며 ‘아시아 왕좌’ 등극
[데일리안 김태훈 기자] 30년 동안 일본 야구의 벽을 넘을 수 없도록 해주겠다는 이치로의 망언을 비웃기라도 하듯 WBC에 출전한 한국 대표팀은 단 3시간 만에 일본 야구의 상징 도쿄돔에서 일본 콧대를 꺾어 놓았다.

5일 도쿄돔에서 열린 WBC(월드 베이스볼 클래식) 1라운드 마지막 경기에서 한국 대표팀은 1-2로 뒤지던 상황에서 ‘국민타자’ 이승엽이 우중간 담장을 넘기는 역전 투런 홈런을 작렬, 3-2로 ‘난적’ 일본을 제압하며 3전 전승으로 WBC 1라운드 A조 1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한국 선발 ‘써니’ 김선우의 볼 무브먼트는 괜찮았지만, 컨트롤이 다소 흔들린 틈을 타 일본 타선은 철저하게 밀어 치며, 홈런과 내야안타로 2점을 먼저 달아나며 기선제압에 성공 했다.일본 선발 와타나베(15승4패/방어율2.17)는 130Km/h가 안 되지만 볼 스피드의 완급조절을 통해 경기 초반 한국 타선을 무력화 시켰다. 재팬 시리즈 무사사구 완봉승까지 기록한 일본 최고급 언더 핸드 투수 와타나베의 투구에 눌려 4회까지 제대로 된 공격 한 번 펼쳐보지 못하며 경기 주도권을 일본에게 완전히 빼앗겼다.

김선우를 구원 등판한 봉중근이 들어선 4회말 1사 2/3루 상황에서, 내야땅볼 때 홈으로 파고드는 순간 유격수 박진만의 자신감 있는 판단으로 홈 송구해 추가 실점을 일단 막았다. 이치로에게 볼넷을 허용하며 2사 만루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맹타를 휘두르고 있는 2번 타자 니시요카의 우중간을 가를만한 주자 ‘싹쓸이’ 타구를, 우익수 이진영은 몸을 날리는 다이빙 캐치를 통해 나락으로 떨어질 뻔했던 한국을 구출했다. 경기 후 일본 대표팀 왕정치 감독도 말했듯, 이 수비 하나가 일본에게는 결정적인 패인이요, 한국에는 경기 흐름을 바꿀 수 있는 계기가 되는 최고의 수비였다.

곧바로 이어진 5회초 한국 타선은 선두 타자 박진만의 깨끗한 우전 안타를 시발로 조인성의 몸에 맞는 공과 이병규의 희생플라이를 묶어 깨기 어려워 보였던 와타나베를 마운드에서 끌어 내렸다. 계속되는 동점 찬스인 주자 1/3루 상황에서 바뀐 투수 좌완 후지타를 상대했지만, 이승엽은 헛스윙 삼진으로 물러나 3회 2사 만루에서 내야 플라이에 그친 것에 이어 다시 한 번 실망을 안겼다.

그러나 ‘국민타자’ 이승엽의 영웅 기질은 1-2로 끌려가며 패색이 짙던 상황에서 발휘됐다. 볼카운트 1S3B에서 일본 야구 세이브 2위에 오른 이시이의 5구를 통타 우측 담장을 넘기는 120m 아치를 그리는 투런 홈런으로 요원해 보이던 역전의 환희포를 날리며 오늘 승리의 결승점을 뽑아냈다.

3-2로 앞선 한국 대표팀은 100% 신뢰도를 보이고 있는 구대성과 박찬호의 황금계투로 메이저리그 셋업맨(04시즌 홀드 1위) 오츠카까지 투입하며 재역전을 노리던 일본을 잠재우며 도쿄대첩을 승리로 이끌었다.

WBC 한국 대표팀이 조 1위로 2라운드에 진출하는데 혁혁한 공을 세운 ‘해외파’ 투수 구대성은 대만전 홀드에 이어 첫 승을 따냈고, 박찬호 역시 대만전에 이어 박빙의 상황에서 마운드에 올라 2세이브를 올렸다.

반면, 아시아 최고의 야구스타 이치로는 오늘 3타수 1안타 1볼넷을 기록했지만, 3경기 타율 .231라는 초라한 성적으로 1라운드를 마감했다.

WBC 한국 대표팀은 오는 16일 미국 애너하임에서 열리는 2라운드에서 4강 진출을 놓고 또 다시 일본과 격돌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