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2006년

[WBC] 한국, 완벽수비 ‘돌풍의 근거’

사비성 2006. 3. 17. 15:24
[WBC] 한국, 완벽수비 ‘돌풍의 근거’


'수비의 힘'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아시아 라운드와 8강 라운드에서 6전 전승을 거두며 4강 진출이라는 눈부신 성과를 올린 한국야구 대표팀. 야구의 변방으로 취급받았던 한국이 이렇게 WBC에서 세계를 깜짝놀라게 만들 수 있었던 데에는 바로 수비의 힘이 있었다. 큰 경기일수록 수비의 비중이 커진다는 것을 감안할 때 고비 때마다 빛을 발한 수비가 어쩌면 한국을 4강까지 이끌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듯하다.

김인식 감독은 대표팀을 구성할 때부터 수비에 포커스를 맞췄다. 이름값이나 타격보다는 탄탄한 수비력과 풍부한 경험을 갖춘 선수들을 뽑는데 중점을 뒀다. 박진만(삼성) 김종국(기아) 김민재(한화) 김재걸(삼성) 등이 대표적인 선수들. 비록 이들 모두 타격은 다소 떨어지지만 완벽한 수비로 타격에서의 부진을 상쇄시키고 있다. 박진만은 대만전에서의 멋진 다이빙 캐치, 미국전에서의 절묘한 더블 플레이 등으로 타팀 감독들마저 감탄사를 연발케하고 있고, 김종국 김민재 등도 훌륭한 수비력을 선보이고 있다. 여기에 '깜짝스타' 이진영(SK)도 타격에서는 극심한 부진에 시달리고 있지만 두 차례의 일본전에서 다이빙캐치와 그림같은 홈 송구를 해내며 일약 영웅으로 떠올랐다. 이들의 수비는 경기의 흐름을 180도 바꿨다는 점에서 더욱 빛난다.

한국은 이번 WBC에서 유일하게 무실책을 기록하는 물샐틈없는 수비를 과시하고 있다. 팀 방어율 1.33을 기록 중인 탄탄한 마운드 역시 뒤에서 든든하게 뒷받침하고 있는 수비진의 힘이 컸음에 틀림없다. 미국 현지 언론으로부터도 최고의 수비수라는 극찬을 받고 있는 박진만은 "타자의 성향을 미리 분석한 뒤 투수의 사인을 보면서 수비 위치를 움직이기 때문에 좋은 수비가 나오는 것 같다"고 말했다. 야수가 투수를 믿고 미리 타구 방향을 예측하고, 투수는 야수를 믿고 자신감있게 피칭하고 있는 것이 강력한 시너지 효과를 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박진만은 또한 "큰 경기일수록 수비에 많은 비중을 둬야하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수비가 안정되어야 투수들이 마음 놓고 공을 던질 수 있기 때문에 수비할 때 더욱 집중한다"며 수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상대적으로 타선이 뒤처지는 한국은 김인식 감독과 선동렬 투수코치의 '지키는 야구'로 승부하고 있다. 해외파와 국내파를 가리지 않고 투수들이 위력적인 피칭을 거듭하고 있는 가운데 코칭스탭의 한 박자 빠른 투수교체도 빛을 발하고 있다. 그리고 그 뒤에 메이저리그 못지 않은 한국 야수들의 완벽한 수비가 있었다. 야수들의 물샐틈없는 수비는 한국의 '지키는 야구'에 있어 큰 버팀목이 되고 있으며, 이는 곧 한국 돌풍의 근거로도 작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