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2006년

①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한 한국 야구

사비성 2006. 3. 19. 15:45

①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한 한국 야구

 

샌디에이고=연합뉴스) 장현구 기자 = 각국 리그에서 뛰고 있는 선수들이 모두 참가, 사상 첫 야구 국가대항전 형식으로 펼쳐진 제1회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한국은 4강 진출이라는 쾌거를 일궈내며 세계 야구팬을 깜짝 놀라게 했다.

한국은 이번 WBC를 통해 4강에 진입하면서 2002년 월드컵축구 4강 신화에 이은 한국 스포츠사에 또 하나의 이정표를 세웠다.

50여년 가까이 일찍 프로야구를 도입한 일본을 두 차례나 연파했고 130여년의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는 '야구 종가' 미국을 무너뜨리면서 한국 야구 101년사에서 가장 찬란한 업적을 이뤘다.

WBC 예선과 본선에서 참가국 16개팀 가운데 유일하게 6전 전승 행진을 달리던 한국은 19일(이하 한국시간) 일본과 준결승에서 딱 한 번 패해 결승 진출이 좌절됐지만 대회 기간 동안 감동의 대서사시를 써내려가며 사상 유례없는 야구붐을 일으켰다.

한국은 실력에서 여타 강국에 뒤졌지만 주장 이종범을 필두로 선후배간 끈끈한 조직력으로 뭉쳐 한 단계 높은 정신력과 팀워크를 발휘하며 예상을 깬 드라마를 연출했다.

해외 유수 언론이 진단한 한국의 연승 비결은 '수비야구'에 있었다.

'코리안 특급' 박찬호(샌디에이고)를 비롯, 김병현 김선우(이상 콜로라도) 서재응(LA 다저스), 봉중근(신시내티), 구대성(한화) 등 해외파 투수 5명이 주축을 이루고 국내 토종 선수들이 힘을 보탠 마운드는 미국과 일본의 강타자들이 쉽게 범접할 수 없는 최강의 높이를 구축했다.

'해외파 선발'에 이은 국내파, 해외파의 황금 계투 작전은 대만, 일본, 미국 등 한국의 앞길에 놓인 험준한 산을 넘는 데 있어 필승카드로 작용했다.

투수 지도에 있어 대가로 통하는 김인식 대표팀 감독과 '국보급 투수'에서 명장의 반열에 오른 선동열 투수코치가 펼친 '한 박자 빠른 투수교체'는 한국 투수의 활약상을 더욱 빛나게 해줬다.

또 3일 대만전에서 9회 위기 상황에서 나온 박진만(삼성)의 다이빙캐치, 5일 일본전에서 팀을 구한 이진영(SK)의 다이빙캐치, 16일 일본과의 본선전에서 홈을 파고들던 일본 주자를 정확히 잡아낸 이진영의 절묘한 송구 등은 한국의 '그물망 수비'를 상징하는 진기명기로 숱하게 TV 전파를 탔다.

특히 박진만의 물 흐르듯 부드러운 수비는 WBC 중계방송사였던 ESPN에 단골로 등장했다.

한국이 일본과 함께 보인 '스몰 베이스볼'(small baseball)은 일발 장타에 익숙한 메이저리그 팬들에 신선함으로 다가왔다.

도루, 히트 앤드 런, 번트, 진루타 등 득점에 필요한 각종 아기자기한 장치들을 온갖 작전으로 융합하는 스몰볼은 파워를 앞세운 메이저리그가 더 이상 간과해서는 곤란하다는 사실을 일깨워줬고 동시에 아시아 야구의 위상을 높인 원동력으로 평가 받았다.

'아시아 홈런왕' 이승엽(30.요미우리)의 분전도 돋보였다.

4일 중국과 예선전에서 2홈런을 몰아치면서 발동이 걸린 그의 홈런포 행진은 15일 미국전에서 지난해 22승을 거둔 돈트렐 윌리스를 상대로 1회 시원한 솔로포를 날릴 때까지 4경기 연속으로 진행됐다.

WBC 홈런과 타점 선두권인 5홈런과 10타점. 특히 5일 일본전에서 터뜨린 역전 결승 투런포와 13일 멕시코전에서 1회 쏘아올린 결승 투런포는 국민들의 가슴을 시원하게 뚫어주는 청량제로서 손색이 없었다.

그의 장타력에 대한 관심은 일본 언론을 뛰어 넘어 미국의 전국적인 스포트라이트로 이어졌다.

1998년 방콕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드림팀Ⅰ이 출범한 이후 '한국 야구 사상 최강의 드림팀', '드림 오브 드림팀'이라는 찬사를 받은 WBC 대표팀은 리그가 아닌 단기전에서라면 한국이 이제 미국과 일본 등 야구 강국들에 전혀 밀리지 않는다는 큰 성과를 얻어냈다. 한국 야구가 이제 세계 야구의 중심부로 확실히 진입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