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2006년

[WBC]韓日준결승전 관전포인트

사비성 2006. 3. 18. 15:27
[WBC]韓日준결승전 관전포인트
[동아일보   2006-03-18 03:20:23] 
[동아일보]

《얄궂은 운명이다. 역사의 라이벌 한국과 일본이 한 대회에서 무려 세 번째 맞붙게 됐다. 맞대결에서 2연승한 한국은 “일본은 영원히 없다”고 외치고 있고, 탈락 위기에서 4강의 행운을 잡은 일본은 “더 이상의 패배는 없다”고 맞서고 있다. 김인식 한국 감독과 오 사다하루 일본 감독은 총력전을 펼치기 위해 ‘베스트 오브 베스트’를 투입하겠다고 선언했다. 한국과 일본의 자존심을 지켜줄 선수들의 투·타·수(投·打·守) 포지션 맞대결이 볼만하다.》

아트 제구력 vs 환상 포크볼

양 팀 감독이 선발로 자신 있게 뽑은 선수들이다. 서재응은 컨트롤 아티스트, 우에하라는 포크볼의 달인으로 불리는 양 팀의 명실상부한 간판 투수.

서재응은 각각 본선 진출과 4강 진출의 사활이 걸렸던 3일 대만전과 13일 멕시코전에 선발로 나서 2승을 올리며 한국팀의 6전 전승 신화에 중요한 기폭제 역할을 했다. 그는 이번에도 정교한 컨트롤을 앞세워 한국의 결승 진출에 디딤돌을 놓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서재응은 2경기에 9이닝 1실점으로 완벽한 피칭을 선보였다.

이승엽이 인정한 요미우리의 에이스이자 일본프로야구 최정상급 투수인 우에하라는 두 번이나 한국에 패한 치욕을 이번에는 기필코 씻겠다는 각오로 혼신의 투구를 펼칠 전망. 우에하라는 부드러운 손목 움직임을 통해 구종(球種)을 철저히 감추고 나오는 투수로 이번 WBC에서 3일 중국전과 13일 미국전에 선발 등판했다. 중국전에서 1승을 챙겼고 미국전에서는 5이닝 7피안타 1실점으로 호투했다.

불붙은 거포 vs 독품은 천재

누가 뭐래도 한국과 일본을 대표하는 타자다. 이번 대회에선 이승엽이 스즈키 이치로를 압도하고 있다. 이승엽은 4경기 연속 홈런포를 가동하며 5개의 아치를 그려 미국 메이저리그 관계자들의 입을 벌어지게 만든 한국 최고의 타자. 이승엽은 스포츠전문채널 ESPN이 13일부터 홈페이지를 통해 실시하고 있는 최우수선수 투표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을 정도로 인기를 독차지하고 있다. 이승엽은 “말이 아닌 실력으로 보여 주겠다”며 다시 한번 이치로의 자존심을 무너뜨리겠다고 다짐하고 있다. 이번 대회에서 8안타 5홈런 10타점.

일본 퍼시픽리그에서 7년 연속 타격왕을 차지한 이치로는 미국으로 건너가 2004년 조지 시슬러가 보유한 한 시즌 최다안타(257개)를 뛰어넘는 262안타를 뽑아낸 일본의 영웅. 빠른 발과 정교한 배팅 컨트롤로 언제든 안타를 만들어 낼 수 있고 마음만 막으면 도루를 할 수 있는 전천후 선수다. 전문가들은 “한국 투수들이 이치로를 막아야 승산이 있다”고 말한다.

 

무결점 행진 vs 그물망 명성

라이벌 대결에선 수비 실책 하나가 전체 승부를 좌우할 수 있다. 이 점에서 양 팀 유격수의 어깨가 무겁다. 한국이 참가국 중 유일하게 하나의 실책도 하지 않은 ‘무결점 수비’를 펼칠 수 있었던 데는 박진만의 역할이 컸다. 미국과 일본 등 세계적인 강호들과의 경기에서 흔들리지 않는 수비를 펼쳤다. 한국을 상대한 팀들의 감독들이 박진만 칭찬을 빼놓지 않을 정도로 빈틈없는 수비를 보여 줬다. 특히 2루수 김민재(SK)와 함께 키스톤 플레이를 펼치며 잡아내는 병살 플레이도 상대의 의욕을 떨어뜨리고 있다.

박진만은 “일본은 10번 만나면 10번 다 이겨야 한다”라며 승리를 자신했다.

가와사키는 ‘이기는 야구가 아닌 지지 않는 야구’를 하는 일본 수비의 핵이다. 역할은 박진만과 똑같다. 부동의 유격수로 차분하고 냉정한 플레이로 그물망 수비를 펼친다. 가와사키가 니시오카 쓰요시(일본 롯데)와 펼치는 콤비 플레이는 일본 수비라인에 안정감을 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