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2006년

WBC 꿈의 전사 '찬호 머리-종범 눈-재응 손...' 탄생

사비성 2006. 3. 23. 20:46
WBC 꿈의 전사 '찬호 머리-종범 눈-재응 손...' 탄생
WBC 꿈의 전사
박찬호 머리-이종범 눈-서재응 손-오승환 심장-이승엽 하체

열도 잡은 이진영 어깨 …빅리거 기죽인
박진만 발

최희섭 손목-구대성 허리 환상…홍성흔 입도 최고
WBC 4강에 빛나는 태극전사들이 소속팀으로 복귀했다. 사상 최강의 탄탄한 팀워크와 든든한 전력으로 뭉쳤던 그들이다. 이제 한국, 미국, 일본에서 서로의 소속팀을 위해 최고의 한시즌을 보내는 일만 남았다. WBC 4강의 훈훈한 기억이 사그라들기 전에, 그들의 활약을 가슴 속에 남겨두기 위해 스포츠조선 야구팀이 색다른 시도를 했다. 최고의 활약을 보인 선수들의 장점만을 모아 'WBC 최강 전사'의 이미지를 구성해봤다.

 ▶이종범의 눈(선구안)

2라운드 첫경기인 멕시코전. 2번타자 이종범은 첫 타석에서 상대 선발 로드리고 로페스에게 공 9개를 던지게 한 뒤 좌전안타를 뽑아냈다. 기를 쓰고 덤빈 상대를 허탈하게 만든 셈. 멕시코전 2대1 승리는 이종범의 기싸움 덕분이었다. 날카로운 선구안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 이종범은 25타수 10안타, 대표팀 주전타자 가운데 가장 좋은 타율 4할을 기록했다.

 ▶이승엽의 하체(힙턴과 홈런)

WBC 홈런왕(5개)인 이승엽의 힘은 엉덩이와 탄탄한 허벅지에서 나온다. 지난 99년 54홈런을 기록하며 '국민타자'로 등극했을 때부터 이승엽의 힙턴은 연구대상이었다. 부드럽고, 때론 날카로우며, 몸쪽 공마저 가벼운 스윙으로 우측 담장을 넘겨버린 이승엽의 홈런포는 WBC 내내 온국민을 열광케했다.

▶오승환의 심장(돌부처)

메이저리그 공식홈페이지가 꼽은 WBC 5대 스타에 이승엽과 함께 이름을 올리는 영광을 안았다. 1m75 남짓한 키, 크지 않은 덩치 어디에서 빅리그 타자들을 호령하는 배짱이 나왔을까. 지난해 신인왕, 올해 프로 2년차. 오승환은 2라운드 미국전때 마지막 투수로 등판, 치퍼 존스를 2루 땅볼로 돌려세워 승리를 지켰다. 2라운드 일본전에서도 2-1로 쫓긴 9회 1사 1루서 두타자 연속 삼진으로 불을 껐다.

 ▶이진영의 왼어깨(홈 송구)

이진영 때문에 일본 열도가 두번 울었다. 도쿄돔 예선때 혼신의 다이빙캐치로 추가점을 막더니 2라운드 일본전에선 환상의 홈송구로 주자 이와무라를 잡아냈다. 그의 어깨가 없었다면 선취점을 내줬을 것이고 승리와는 한걸음 멀어졌을 것이다.

▶서재응의 오른손(컨트롤 아티스트)

그의 손가락 장난에, 때론 정곡을 찌르는 과감한 어깨 스윙에 상대 타자들이 쩔쩔 매는 모습이었다. 서재응은 이번 WBC에서 3경기에 선발등판해 2승, 방어율 0.64를 기록했다. 2라운드 일본전서 승리한 뒤 에인절스타디움에 태극기를 꽂을 때에도 그의 손놀림은 정확했다.

 ▶박진만의 발(스텝)

눈에 띄지 않지만 한국의 4강을 밑바닥에서 지킨 일등공신이다. ESPN의 해설자들은 한국 경기때마다 박진만의 혼이 담긴 수비에 찬사를 아끼지않았다. 평소 느릿느릿해 보이기만 하는 그가 반박자 빠른 스텝을 밟을 때면 상대팀 감독들도 박수를 보냈다. 박진만이 있었기에 한국의 WBC무실책 기록이 가능했다.


 ▶박찬호의 머리(경험과 지략)

4경기(선발 1경기) 등판에 3세이브와 방어율 0. 박찬호의 현재 구위는 분명 최전성기였던 99~2001년의 그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에겐 메이저리그 '세자리 승수' 투수의 관록과 경험이 있었다. 왼손 타자의 바깥쪽으로 떨어지는 체인지업, 살짝살짝 꺾이는 투심패스트볼. 2라운드 일본전 선발로 나선 박찬호는 쉽게 쉽게 던지며 타자들을 요리했다.

 ▶구대성의 허리(유연성)

누가 그를 서른일곱의 나이로 볼 수 있을까. 구대성은 와인드업을 시작할 때 마치 1루를 향해 던질듯, 타자에게 등진 자세를 취한다. 그리고상대가 그립을 볼 수 없는 희한한 각도로 공을 뿌린다. 허리 유연성이 없다면 감당하기 힘든 일이다. 5경기서 1승에 방어율 1.13. 마지막 일본전에 담증세로 결장했지만, 구대성은 선산을 지키는 노송과 같은 역할을 했다.

 ▶최희섭의 손목(파워)

미국전에서 보여준 최희섭의 3점홈런. 곰곰히 되씹어보면 손목 힘이 아니었다면 절대 마지막 1m를 넘길 수 없는 타구였다. 힘에 관해 최희섭을따라갈 타자가 없다. 물론 정교함에서 단점을 지적받기도 하지만 최희섭의 손목이 제대로 돌 때면 어떤 공도 담장 너머가 가깝다.

 ▶홍성흔의 입(파이팅)

오른 발목과 오른 팔꿈치가 모두 정상이 아니었던 홍성흔은 기록상 활약이 미미했다. 하지만 쉴 새 없이 떠들며 동료들을 격려하는데 홍성흔을 따를 자가 있을까. 대표팀 공식 '오버맨' 홍성흔의 파이팅이야말로 선수단에 피로회복제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