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2006년

김재박 감독, 가을엔 박진만이 그립다

사비성 2006. 10. 16. 22:19

김재박 감독, 가을엔 박진만이 그립다

 

김재박 현대 감독은 아직도 삼성으로 떠난 박진만(30)을 그리워한다. 도하 아시안게임 지휘봉을 잡은 그는 온몸이 만신창이가 된 박진만을 기어이 대표팀에 선발했다. 김민재(한화)·박기혁(롯데)·손시헌(두산) 등 빼어난 유격수가 많지만 김 감독의 박진만에 대한 맹신은 대단하다.

물론 어느 감독이나 특급 유격수를 탐낸다. 그러나 1996년 현대 창단 때부터 박진만을 키워왔고 자신이 명유격수 출신인 김 감독은 박진만의 가치를 누구보다 높게 평가한다. 김 감독이 삼성에 이를 갈고 있는 것도 2005시즌 뒤 박진만을 데려간 것에 대한 적개심이 크게 작용했다.

올 가을. 김 감독은 또다시 박진만을 떠올린다. 플레이오프에서 선발 유격수로 서한규를 쓰고 타석 때 대타를 기용한 뒤 백업 차화준을 기용하는 시스템이 썩 성에 차지 않기 때문이다.

서한규는 플레이오프 1차전 7회 무사 1루에서 한화 김태균의 타구를 뒤로 빠뜨리는 실책을 저질렀다. 무사 1·3루. 7-3이었고 이후 1실점밖에 하지 않았지만 김 감독의 가슴이 철렁 내려 앉았었다.

현대는 2차전에서 3-0이던 6회 1사 2·3루에서 차화준이 한화 조원우의 내야 땅볼을 뒤로 빠뜨리면서 쐐기점수를 내줬다. 현대가 4-3까지 쫓아갔기에 아쉬움은 더욱 컸다. 김 감독은 “불규칙하게 바운드됐고 타구 판단이 늦었다. 주자가 3루에 있어 당황했던 것 같다”며 씁쓸해했다.

서한규와 차화준은 올 시즌 무난한 수비를 했다. 특히 차화준은 1차전 8회 직선타구를 점프해 잡아 박수를 받았다. 그러나 큰 경기에서는 잡고 던지는 능력이 다가 아니다. 경기 흐름을 읽고 한 수 앞을 내다볼 수 있는 경험과 감각이 더 중요하다.

박진만은 2004년 한국시리즈에서 귀신 같은 수비위치 선정으로 결정적인 안타를 몇 개씩 막아냈다. 지난해 삼성으로 이적한 뒤에도 한국시리즈에서 빛나는 수비로 우승에 공헌했다. 지난 3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도 세계 톱클래스급 수비를 선보였다.

현대는 지난해 7위에 그치며 박진만의 ‘가을 공백’을 느끼지 못했다. 그러나 다시 정상에 도전하는 올해 김 감독은 또 한 번 추억에 빠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