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2004년

<베이스볼 프리즘> 박진만, 배영수 '퍼펙트 투' 깼다

사비성 2004. 10. 25. 22:55

<베이스볼 프리즘> 박진만, 배영수 '퍼펙트 투' 깼다
[iMBCsports 2004-10-25 23:41]

 

 

'환상의 피칭이었음에도 불구, 너무나 아쉬웠다.'

바로 2004 한국시리즈 4차전 삼성 선발 배영수의 투구에 대한 결과였다. 완벽에 가까운 환상적인 투구를 기록한 배영수. 환상만 있을 뿐, '승리'라는 실체는 온데간데 없었다. 10이닝 무안타 11탈삼진, 승리도 없고 패전도 없었다.

삼성 선발 배영수는 최고구속 151km의 위력적인 포심 패스트볼과 138km대의 고속 슬라이더, 그리고 간간히 스플리터를 섞어 던지며 현대 강타선을 완전히 농락했다. 8회 초까지 단 한 타자도 출루시키지 않았던 것.

하지만, 8회 등판과 동시에 배영수의 표정은 굳어있었다. 퍼펙트 게임을 의식한 것이다. 첫 타자 4번 이숭용을 투수앞 땅볼로 잡아낸 배영수. 가장 큰 산인 5번 심정수를 삼진으로 솎아냈다. 이제 한국 프로야구 23년 역사상 최초의 퍼펙트 게임을 위해 남은 아웃카운트는 단 4개.

◎ '퍼펙트 게임' 무산시킨 박진만의 볼넷

배영수는 그 마지막 4개의 아웃카운트를 넘어서지 못했다. 7번 박진만 타석에서 투스리 풀카운트 접전 끝에 던진 6구째 회심의 슬라이더가 볼로 처리된 것. 배영수는 허공을 향해 안타까움의 탄성을 질렀다.

그리고, 0-0의 무승부는 9회를 지나 연장전으로 접어들었다. 아직까지 노히트 노런 경기는 유효한 상황. 배영수는 다시 한번 호흡을 가다듬었다. 10회를 3자범퇴시킨 뒤 11회에 접어들었다. 1사 후 접한 상대는 자신의 퍼펙트 경기를 무산시킨 장본인 박진만.

전 타석의 박진만을 의식한 배영수는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고 말았다. 박진만이 배영수의 3구를 받아쳐 중전안타를 기록한 것. 10이닝 동안 무안타의 대기록, 그것도 한국시리즈에서 수립한 배영수의 꿈은 와르르 무너져 내렸다.

◎ '퍼펙트 게임' 막아 낸 7회 호수비가 시작

사실상 박진만에게 집중적인 포커스가 맞춰진 건 8회 타석에서의 볼넷이다. 하지만, 퍼펙트 게임과 노히트 노런의 대기록을 무산시킨 박진만의 활약상은 사실상 7회 말 수비부터 발동이 걸렸다.

배영수와 팽팽한 투수전을 이끌어왔던 현대 선발 피어리가 물러나고 7회 초부터 현대는 좌완 이상열이 마운드에 올랐다. 하지만, 이상열은 팽팽한 긴장감을 넘지 못했다. 선두타자 박한이를 볼넷으로 출루시키며 위기를 자초한 것. 이상열이 내려가고 신철인이 마운드를 건네 받았지만 팽팽한 긴장감은 이어졌다.

2사 1,2루. 5번 김한수가 안타 하나만 터트리면 종반 승부는 퍼펙트 게임을 노리는 배영수의 페이스로 흘러갈 게 분명했다. 신철인의 3구째 직구는 날카롭게 홈플레이트를 가로질러 들어왔고 김한수의 배트도 이에 밀리지 않았다.

투수 옆을 관통해서 중견수 앞으로 빠질듯한 타구를 유격수 박진만이 슬라이딩 캐치하면서 1루주자 김대익을 2루에서 봉살시킨 것. 그림같은 박진만의 호수비 하나가 삼성의 1-0리드를 제지한 것이다. 만약, 박진만이 이 타구를 안타로 만들어줬다면, 이어진 8회 초 공격에서 풀카운트 접전 끝에 볼넷을 골라내는 타석에서의 집중력은 발휘되지 않았을 수도 있다. 호수비로 기분이 살아난 박진만이 타석에서 엄청난 일을 해낸 것.

그리고, 만약 7회 말 수비에서 현대가 실점을 했더라면, 배영수는 9회 말 완투와 동시에 한국시리즈 노히트 노런의 대기록을 수립했을 것이다. 결국, 한국시리즈 1패를 건져낸 동시에 상대 선발 배영수의 대기록을 무산시킨 장본인은 박진만 혼자였다. 8명의 팀 동료가 판 구덩이에서 위기의 현대를 건져낸 건 박진만의 원맨쇼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