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동열 감독, 타순 변경으로 "박진만 효과 봤다"
삼성 선동열 감독이 박진만을 5번 타자로 기용하는 타순의 변경을 꾀해 접전끝에 3차전을 승리로 이끌었다.
삼성은 25일 대구구장에서 열린 한화와의 한국시리즈 3차전에서 연장 12회 초 박진만의 결승 적시타에 힘입어 4-3으로 신승,우승에 2승 만을 남겨 놓게 됐다.
이날 삼성 선동열 감독은 한화의 깜짝 선발 카드 최영필을 대비해 그 동안 부진한 성적을 기록한 김한수를 7번 타자로 끌어내리면서 박진만을 김한수의 자리인 5번 타자로 올렸다. 또한 진갑용도 6번 타자로 전진 배치시켰다.
선동열 감독의 작전은 보기 좋게 들어맞았다. 삼성은 1-0으로 리드한 상황에서 5회 초 박진만의 1타점 적시타로 추가점을 뽑아냈다. 계속된 공격에서 진갑용은 상대 투수 최영필을 상대로 11구까지 가는 끈질긴 승부 끝에 볼넷으로 출루하면서 최영필을 흔들었다.
이에 흔들린 탓일까. 최영필은 최근 타격감이 좋지 않은 김한수에게 1타점 2루타를 허용하며 김한수의 타격감이 살아나는 데 도움 아닌 도움을 줬다.
삼성은 8회까지 3-0의 리드를 안고 승리를 눈앞에 두었지만 믿었던 필승 카드 권오준과 오승환이 차례로 김태균과 심광호에게 홈런을 내주며 무너져버렸다.
그러나 삼성은 연장 12회 초 2사 3루 찬스에서 상대 투수 구대성을 상대로 박진만이 1타점 적시타를 터뜨려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한화 김인식 감독은 올 시즌 내내 중간 게투로 활약한 최영필을 깜짝 선발 투수로 등판시켰다. 당초 송진우의 등판이 예상됐지만 컨디션이 좋지 않아 최영필을 출격시키는 모험을 감행했다.
그러나 최영필은 불안하게 마운드를 운영했다. 3회를 제외하고 1회부터 5회까지 매회 주자를 득점권에 출루시키는 피칭을 거듭했다.
최영필은 1회 선두 타자 박한이에게 안타를 맞은 뒤 조동찬의 3루쪽 희생 번트 때 3루수 이범호의 1루 악송구가 나왔고 조동찬을 3루까지 진출시키며 삐걱거리기 시작했다.
이어 양준혁의 1루 땅볼 때 1루수 김태균이 삼성의 선취 득점을 막기 위해 홈으로 던진 공이 3루쪽으로 치우치면서 홈으로 파고 드는 주자 박한이를 막는 데 실패했다.
최영필은 살얼음판 승부에서 나오는 중간계투답게 더 이상의 점수를 허용하지 않았고, 4회까지는 비교적 호투를 선보였다. 직구, 슬라이더, 체인지업, 커브 등의 여러 구종을 섞어 던지며 삼성 타선을 막아냈지만 결국 4회까지가 한계였다.
삼성은 하리칼라를 선발로 출격시켰다. 하리칼라는 꼭 이겨야 된다는 부담감을 가졌는지 1회부터 경기를 어렵게 풀어갔다.
너무 낮은 공을 의식한 나머지 눈에 확연하게 드러나는 낮은 직구와 변화구를 구사했고 삼성 배터리는 한화 타자의 바깥쪽만 집요하게 공략했다. 결국 하리칼라는 클리어에게 2루타를 허용한 뒤 볼넷 2개를 내주며 2사 만루의 위기를 맞았다.
적절한 시기에 삼성 벤치는 마운드에 올라와 하리칼라를 진정시켰고 다행히 후속 타자 이도형을 내야 뜬공으로 처리해 위기를 넘겼다.
그러나 한화 타선은 2회 결정적인 실수를 범했다. 제구가 좋지 않은 하리칼라를 상대로 공 8개 만에 공격 기회를 날려버린 것이다. 특히 신경현은 하리칼라의 초구에 외야플라이를 당하는 우를 범했다. 하리칼라를 살려주는 한화의 어설픈 공격이 경기를 힘들게 이끌어갔다.
한화는 4회까지 이렇다할 득점 기회를 얻지 못하다 5회 2사 만루의 찬스를 잡았다. 그러나 삼성은 기회를 주지 않았다. 필승 카드 권오준을 조기 투입시켜 한화의 득점 찬스를 원천 봉쇄했다.
권오준은 7회까지 무실점으로 호투했지만 8회 선두 타자 김태균에게 솔로홈런을 허용했다. 그러자 삼성 벤치는 즉시 마무리 투수 오승환을 마운드에 올렸다.
8회 오승환이 올라온 이상, 2점 차를 뒤집는 것은 한화에게 버거워 보였다. 그러나 이범호가 안타를 치고 나가면서 포문을 열었다. 김인식 감독은 8회 2사 후 이날 2타수 무안타로 부진한 신경현을 빼고 심광호를 타석에 세웠다.
심광호는 국내 최고 마무리 투수 가운데 한 명인 오승환을 상대로 동점 투런홈런을 작렬시켜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한화는 8회 동점을 기록하자 구대성을 투입했다. 구대성은 11회까지 완벽한 투구를 펼치고 12회에도 마운드에 올라섰지만 결국 박진만에게 적시타을 허용하면서 패전 투수로 남고 말았다.
한화는 구대성을 4이닝이나 던지게 해 다음 경기 출장이 어려워졌다. 한국시리즈 3차전은 한화에게 출혈이 너무 큰 경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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