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만은 지난 3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일본과 미국의 야구전문가들도 입을 다물지 못할 만큼 멋진 수비솜씨를 자랑했다. 특히 예선 첫 경기인 한국-대만전 9회말 위기에서 가운데를 뚫을 듯한 안타성 타구를 몸을 날려 잡은 뒤 2루수에게 백핸드 토스로 포스아웃 처리한 장면은 압권이었다.
한국이 본선무대에 오르자 미국도 박진만을 주목했다. 다른 선수들은 몸을 날려도 잡기 힘든 타구를 그는 어느새 자리를 잡고 평범하게 처리했다. ESPN은 메이저리그 최고 유격수인 데릭 지터(뉴욕 양키스)와 박진만의 수비장면을 번갈아 보여주며 “박진만의 수비솜씨는 지터보다 낫다”는 찬사를 보냈다. 멕시코의 파킨 에스트라다 감독도 한국에 패한 뒤 인터뷰에서 “유격수의 그물수비에 졌다”며 고개를 숙였다.
WBC에서 팀무실책 행진의 중심에 섰던 박진만은 지난달 한화와의 한국시리즈에서도 아트 수비를 자랑하며 팀의 무실책 행진을 이끌었다. 또한 중요한 순간에 방망이까지 불을 뿜으면서 생애 첫 한국시리즈 MVP가 됐다.
삼성은 9일부터 열리는 아시아시리즈에서도 니혼햄 파이터스(일본)와 라뉴 베어스(대만)의 투수진이 막강해 공격에서 큰 점수를 뽑기는 힘들다는 자체분석이다. 선동열 감독의 ‘지키는 야구’의 핵인 그가 수비뿐만 아니라 필요할 때 방망이로도 활약해야 승산이 높다.
박진만은 지난해 11월 아시아시리즈. 올해 1월초 삼성의 전지훈련. 2월 중순 WBC 대표팀 소집훈련. 그리고 한국시리즈와 아시아시리즈에 이어 12월 아시안게임까지 출전하면서 쉴 틈이 없다.
한편 일본언론들은 최근 “삼성의 박진만과 진갑용을 주목해야한다”며 잔뜩 경계했다. 그의 이름은 이제 일본에서도 널리 알려져 있다.
박진만은 이에 대해 “상대가 주목한다니 좀 부담도 되고…”라며 특유의 익살을 떤 뒤 “조금 피곤하기는 하지만 큰 경기에서는 집중력이 중요하기 때문에 서서히 컨디션을 끌어올리고 있다. 한두 번 경기 하는 것도 아닌데”라며 큰 경기를 많이 치러본 자신감을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