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2006년

삼성 선수들 “이렇게 힘든 시즌은 처음”

사비성 2006. 11. 7. 00:55

삼성 선수들 “이렇게 힘든 시즌은 처음”

 

"야구 시작한 이래 이렇게 힘든 시즌은 없었습니다."
 
삼성 유격수 박진만의 하소연이다. 삼성 선수들이 부상과 피로 누적으로 '파김치'가 돼 있다. 어느 해보다 잦았던 국제대회 스케줄, 그리고 전쟁 같았던 한국시리즈를 치렀기 때문이다.
 
7일 코나미컵 출전을 위해 일본으로 떠난 삼성 선수단 중 몸이 정상적인 선수는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마무리 투수 오승환은 요새 밤마다 코피를 쏟는다고 한다. 야구 유니폼을 입은 후 자다가 코피가 터진 경우는 올 해가 처음이다.
 
삼성 마무리 투수 오승환의 스케줄을 들여다 보자. 지난 1월 괌 전지훈련을 시작했던 오승환은 이어 곧바로 2월 월드베이스볼 클래식(WBC)에 나섰다. 이어 WBC에 출전했고 4월 시범경기와 정규시즌, 그리고 포스트시즌 소화 등 올 한 해 살인적인 스케줄을 소화 했다. 괌 전지훈련+WBC 일본·미국 전지훈련 및 대회 참가만 벌써 100일이 넘어간다.

여기에 잦은 이동(한국→괌→한국→일본→미 애리조나·애너하임·샌디에이고)이 가져다 주는 시차 피로는 '살인 일정'의 결정타다. 한국시리즈 5차전 15회 무승부서 3⅓이닝(64개)을 뿌리며 2006시즌의 하일라이트를 내달렸다.
 
박진만도 마찬가지이다. 아침에 일어나기가 큰 고역. 몸이 천근만근이다보니 일어나기가 귀찮다. 박진만은 "코나미컵까지는 그럭저럭 버티겠다. 그러나 아시안 게임이 문제다. 내년에도 제컨디션을 유지할 지가 의문이다"며 걱정어린 표정을 지었다.

박진만과 오승환은 코나미컵에서 귀국하는 13일 다시 아시안 게임 국가대표 합숙 장소인 부산으로 곧장 내려가야 한다. 대회가 끝나는 다음달 6일 까지는 쉬지 못한다.

쉴 수 있는 기간은 이후부터 내년 초 해외 전지훈련을 떠나기전까지 밖에 없다. 연말에는 골든글러브와 각종 행사, 시상식 등이 기다리고 있다. 정신적인 피곤함이 시작되는 시기.
 
양준혁 등 고참들도 힘들기는 마찬가지이다. 양준혁은 "한국시리즈에다 우승 피로연 등등해서 컨디션을 유지하기 상당히 힘들다. 하지만 코나미 컵 우승을 목표로 하고있기 때문에 정신력으로 이를 극복할 계획이다"고 밝힐 정도이다.
 
주전 포수인 진갑용도 피로 누적으로 인해 코나미컵에서 전경기 출장이 어려운 상황이다. 선동열 감독은 "보기가 안쓰러울 정도이다. 중요한 대만전 정도에나 뛰게할 생각이다"고 말했다.

김포공항=이석희 기자

▲보통의 프로야구 선수 연간 일정

프로야구 선수들은 시즌 종료후 약 3개월의 휴식기를 갖는다. 이어 1월말 전지훈련을 떠나 귀국 길에 일본 등을 들러 연습경기로 경기 감각을 조율하고 시범경기에 들어간다.

시범경기까지도 사실 주전급들에겐 컨디션 조절 이상의 의미는 없다. 시즌 종료뒤 주로 4강 탈락팀들이 10월 중순 이후부터 시작하는 마무리 훈련에도 주전들은 참가하지 않는다.

오승환, 박진만 등 삼성의 주전급들이 2006시즌 겪는 일정과 비교하면 약 4개월 가량 삼성 주전 선수들이 더 뛰는 셈이라고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