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유례없는 강행군을 펼친 박진만과 오승환이 아시안게임에서도 강철 체력을 유지할 수 있을지가 관심사로 떠올랐다.
두 선수는 지난 3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한국 대표로 한 해를 시작한 뒤 정규 시즌-한국시리즈-아시아시리즈를 거쳐 아시안게임까지 '고난의 길'을 함께 걷게 됐다. 여태까지 10개월 간 대장정에 동행했던 진갑용과 김재걸은 아시안게임은 뛰지 않는다.
두 선수는 13일 귀국한 뒤 14일 밤 부산으로 이동, 아시안게임 대표팀과 합숙훈련을 시작한다. 이들은 12일간 전술 훈련을 치르고 27일 격전지 카타르 도하로 출국한다.
박진만과 오승환은 휴식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빡빡한 일정을 치르면서 이미 체력에서 바닥을 드러냈다. 박진만은 "이렇게 피곤한 해가 없었던 것 같다"고 말했고 오승환은 이미 코나미컵 아시아시리즈를 위해 일본으로 오던 중 비행기 내에서 갑작스러운 현기증으로 쓰러지기까지 했다. 최근에는 코피를 쏟는 등 심신이 지칠 대로 지쳤다.
대표팀 주전 유격수와 뒷문지기로 한국 대표팀에서 막중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이들이 끝까지 집중력을 가져줄 수 있을 지 여부는 아시안게임 3연패와 직결돼 있다.
특히 최대 걸림돌인 대만과 최근에 맞붙어 봤고 상대 전력도 잘 알고 있다는 점에서 이들의 책임이 크다.
대만프로야구 챔피언 라뉴 베어스는 한국야구를 2년 연속 평정한 삼성 라이온즈를 물리치고 아시아시리즈에서 결승에 올랐을 정도로 탄탄한 전력을 과시했다.
이 중 한국을 격침시킨 3번 거포 린지셩과 대만 최고 스타 첸진펑, 삼성전 선발로 나섰던 좌투수 우스요우, 포수 첸펑민 등이 아시안게임에도 그대로 출전한다.
항상 껄끄러운 경기를 펼쳐왔던 대만이 해외파를 총망라한 역대 최강팀을 꾸리고 한국 타도를 외치고 있는 상황에서 이들에 대한 전력 분석이 급선무다. 김재박 대표팀 감독과 정진호 코치는 지난 10일 대륙간컵 대회가 열리고 있는 대만을 방문, 전력 분석에 나섰다.
하지만 보다 정확한 것은 직접 뛰어본 선수들이 더 잘 안다. 비록 한 경기였지만 삼성을 침몰시키는 데 큰 구실을 했던 린지셩과 첸진펑의 장단점을 박진만과 오승환은 이미 머릿 속에 담았다. 우스요우에 대한 공략 비법도 어느 정도 꿰고 있어 대표팀 합숙 훈련 때 박진만과 오승환이 날카로운 전력 분석원으로 활약할 전망.
다양한 국제경기 경험을 바탕으로 세계 명품급 수비라는 찬사를 받은 박진만과 돌직구로 아시아 한 시즌 최다 세이브 신기록(47개)을 세운 오승환이 막판까지 체력과 집중력을 유지, 대만을 넘어 한국을 아시안게임 3연패로 이끌 수 있을지 기대가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