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쉼표 하나 찍을 자리가 없었다. 삼성 박진만(30)과 오승환(24).
이들은 프로야구 등록선수 483명 가운데 최근 2년 동안 공식 일정이 가장 많았던 선수들이다.
소속팀이 연거푸 우승을 하고, 대표팀으로도 줄곧 뽑힌 ‘유이한’ 선수들로 휴식과는 담을 쌓을 수밖에 없었다. 철인경기를 하듯 힘든 발걸음을 떼온 이들이 마지막 코스인 도하아시안게임을 앞두고 있다.
13일 일본에서 돌아온 이들은 단 하루 동안만 숨을 돌린 뒤 15일 부산에서 훈련 중인 대표팀에 합류한다.
코나미컵 아시아시리즈에서 팀이 대만 라뉴 베어스에 무너지는 것을 생생히 보고 자존심에 상처를 입었지만 가는 길을 멈출 수는 없다. 아시안게임을 끝내면 잠시나마 숨을 돌릴 수 있기 때문에 막판 스퍼트를 하는 기분으로 대회를 준비하기로 했다.
코나미컵에서 팀 성적은 나빴지만 나름대로 건재를 확인한 것도 다행스럽다. 박진만은 니혼햄전 2타수 무안타, 라뉴전 3타수 무안타를 기록하며 중요한 경기에서 방망이로는 아쉬움을 남겼다.
하지만 1차 임무인 유격수로는 명성에 걸맞은 활약을 펼쳤다. 아시안게임 역시 수비 하나가 승부를 가를 수 있는 단기전인 것을 감안할 때 박진만의 역할은 중요하다.
박진만은 아시안게임 얘기가 나오면 장난스럽게 힘든 표정을 짓다가도 “가서 금메달 따와야죠”라며 바로 ‘살인미소’를 날린다.
조금 지쳐 보였던 오승환도 회복세다. 오승환은 지난 13일 코나미컵 참가를 위해 일본으로 가는 비행기 안에서 현기증을 일으키기도 했지만, 우려를 잠재우듯 마운드 위에서 제 모습을 보였다.
오승환은 지난 11일 라뉴전에서 2-3이던 8회 등판, 1이닝 동안 삼진 2개를 낚아내며 3타자를 완벽히 잡아냈다. 오승환은 성격적으로 외부의 목소리에 별 내색을 하지 않는 스타일이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피로 누적에 대한 걱정의 말이 봇물을 이루자 “괜찮은데”라는 말을 연발하고 있다. ‘대만 폭탄’을 맞은 이들이 아시안게임에서 대만 사냥으로 강행군의 대미를 장식하려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