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2006년

김재박 감독 "하루 쉬었으니 더 열심히 해"

사비성 2006. 11. 16. 23:35
김재박 감독 "하루 쉬었으니 더 열심히 해"
[조이뉴스24 2006-11-16 09:44]    

<조이뉴스24>

"그래, 국가대표 마무리 투수 오승환이구나."

15일 밤 부산 해운대 부근 단골 식당에서 저녁식사를 하던 김재박 감독은 대표팀 문승균 매니저에게 휴대폰을 받아들었다.

삼성 소속인 박진만, 오승환, 조동찬이 숙소인 롯데 호텔에 도착하자마자 전화를 걸어온 참이었다. 이들은 일본에서 코나미컵 아시아시리즈에 참가하고 돌아오느라 다른 선수들보다 이틀 늦게 선수단에 합류하게 됐다.

김 감독은 대표로 전화를 건 오승환에게 짐짓 농담을 건네더니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전화를 끊었다. 동시에 "하루 더 휴식을 준 게 고마운지 알아서 보고를 한 모양이다"고 귀띔했다.

사연은 이랬다. 당초 세 사람은 14일 오후 부산으로 내려와 15일 오전 훈련부터 합류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현대 시절 김 감독의 애제자였던 박진만이 후배들 대신 총대를 맸다. 직접 김 감독에게 전화를 걸어 "너무 피곤하니 부디 하루만 더 쉴 수 있게 해주시면 안되겠냐"고 애교(?)를 부린 것이다.

페넌트레이스는 물론 올스타전, 한국시리즈, 코나미컵 대회까지 연이어 소화한 이들이 녹초가 된 것은 당연지사다. 이 중 박진만과 오승환은 3월에 벌어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도 참가했으니 피로가 쌓일대로 쌓인 상태다.

김 감독도 그런 세 선수가 안쓰러웠던 모양이다. 특히 박진만은 김 감독에게 의미가 각별한 제자다. 현대 시절 자신의 등번호까지 물려줘가면서 박진만을 특급 유격수로 키운 사람이 바로 김 감독이다.

박진만 역시 국가대표로 선발된 몇몇 베테랑들이 부상 등을 이유로 출전을 고사하는 와중에도 김 감독의 부름에 군소리없이 응했다. 김 감독도 그런 박진만의 특별한 요청을 거절할 수는 없었던 것이다.

이 모습을 지켜본 주변에서 "아마도 박진만이 후배 오승환에게 직접 전화를 드리라고 한 것 같다"는 추측을 내놓았다. 그러자 김 감독은 짐짓 "하루 더 쉬게 해줬으니 그만큼 더 열심히 훈련해야지"라며 흐뭇하게 웃을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