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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들이 거의 쓰지 않는 양귀 헬멧을 아마추어 규정에 따라 꼭 써야 하다 보니 불편함을 느꼈고, 게다가 헬멧이 한국선수들의 머리모양과 맞지 않았다. 특히 선수들이 쓸 때 헬멧의 윗부분까지 꽉 들어가지 않는다. 양쪽 귀부분에 스펀지가 너무 많아 헬멧을 쓰면 다른 사람의 소리가 잘 안 들린다는 선수도 있었다.
그러다 보니 자신의 머리에 맞게 손질에 들어가는 건 당연한 일. 몇몇 선수들은 가위와 칼로 잘라낸 게 맞나 싶었다. 마치 까마귀가 파먹은 듯 스펀지가 고르지 못하고 울퉁불퉁했다. 코나미컵 때문에 이틀간 휴식을 취한 뒤 16일 처음으로 그라운드에 모습을 보인 박진만은 덕아웃에서 지저분해진 동료들의 헬멧을 보고 씩 웃었다. "양귀 헬멧 오랜만에 쓴다"고 말하더니 작은 가위를 가져와 자신의 헬멧 양쪽 귀부분만 살짝 잘라냈다. 울퉁불퉁하게 자른 다른 선수들과는 달리 비교적 깔끔한 면이 드러났다. 헬멧이 머리에 쏙 들어가고 쉽게 벗겨졌다. 옆에서 다른 선수의 헬멧을 거의 난도질한 대표팀 관계자는 그저 놀란 눈을 할 뿐.
박진만은 자신의 머리에 딱 맞는 헬멧을 쓰고 16일 대표팀 선수로 첫 타격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