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2004년

박진만은 삼성 소속…그럼 브룸바는?

사비성 2004. 12. 13. 16:53
박진만은 삼성 소속…그럼 브룸바는?
[스포츠한국 2004-12-13 07:51]

 

현대 유니폼을 입고 1년을 뛴 끝에 올린 결과는 삼성의 것? 삼성증권배 2004 골든글러브 시상식에서 삼성 소속으로 유격수부문 황금장갑을 안은 박진만의 얘기다.

박진만은 이날 골든글러브 사상 처음으로 한 팀이 내야 전 포지션을 휩쓰는데 공헌을 했다.

1루수 양준혁-2루수 박종호-3루수 김한수가 골든글러브를 받은 데 이어 박진만이 유격수부문 수상자가 되면서 삼성은 내야 전 포지션의 황금장갑 만들기에 성공했다.

삼성은 2002년에도 내야 전포지션 싹쓸이를 노렸으나 2루수 김종국(기아)에 밀려 뜻을 이루지 못했다.

당시 삼성은 1루수 이승엽-3루수 김한수-유격수 브리또 트리오가 있었다.

이보다 먼저 내야 싹쓸이를 노렸던 팀은 94년의 LG였다.

그 해 한국시리즈 우승 프리미엄을 앞세워 1루수 서용빈-2루수 박종호-3루수 한대화를 수상자로 내세웠다.

그러나 유지현이 해태의 이종범에게 지는 바람에 진기록을 세우지 못했다.

11일 열린 시상식에서 박진만의 시상자로 나온 사람은 공교롭게도 현대의 김재박 감독이었다.

한국야구 역사상 가장 빼어난 유격수 가운데 한 명인 그가 자신의 품을 떠난 제자에게 상을 주는 모습은 여러가지를 느끼게 해줬다.

이런 좋은 선수를 빼앗긴 현대의 허약함과 이에 반비례해 공룡처럼 커진 삼성의 힘을 느끼게 해주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과연 박진만은 어느 팀 소속으로 이 상을 받아야 할지 여부다.

KBO는 관례에 따라 현 소속팀 삼성 소속으로 상을 안겼다.

그러나 그렇게 따진다면 이미 일본프로야구로 가버린 외야수부문 현대의 수상자 클리프 브룸바의 경우가 걸린다.

따지고 보면 브룸바는 지금 현대 선수가 아니다.

이미 오릭스 버팔로스와 계약을 맺었다.

박진만의 경우대로 한다면 브룸바는 무적선수 혹은 오릭스 소속으로 상을 줘야 맞다.

그동안 KBO는 이런 경우에 대해 명확한 규정을 세워두지 못했다.

이번에는 골든글러브 수상자로 문제가 불거졌지만 앞으로 명예의 전당이 세워졌을 때 이 같은 상황은 큰 논란을 빚을 여지가 있다.

만일 어느 선수가 여러 팀을 거쳤을 경우 그가 어떤 팀의 소속으로 명에의 전당에 오를 것인지 생각해봐야 한다.

그 선수가 전성기를 누렸던 팀 소속으로 할 것인지, 아니면 마지막 유니폼을 입은 팀으로 할 것인지, 혹은 당사자에게 선택의 권리를 줄 것인지에 대해 미리 규정을 정해둬야 좋을 것이다.

만일 지금 같은 식이라면 명예의 전당에 들어갈 것이 확실한 삼성 김응용 사장은 삼성소속이 된다.

그러나 팬들은 해태감독 김응용을 더 기억할 것이다.

해태에서 선수생활을 마치고 삼성에서 지도자 생활을 시작한 선동열 감독은 어떻게 할 것인가. 참고로 메이저리그는 명예의 전당에 들어갈 때 입는 유니폼을 당사자가 고르도록 하고있다.

우리는 어떤 규정을 정해두는 것이 좋을지. 야구팬들의 현명한 생각이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