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2008년

'예비 FA', 포지션별 대어는 누구?

사비성 2008. 2. 28. 20:36
'예비 FA', 포지션별 대어는 누구?

 


[OSEN=이상학 객원기자] ‘거품’ 제거가 2008년 프로야구의 화두로 떠올랐다. 연봉 거품, FA 거품을 모두 제거하겠다는 의지가 어느 때보다 강하다. 8개 구단 전체가 허리띠를 졸라매는 분위기다. 그러나 몇몇 스타급 선수들과 부자 구단들을 위해 맞춰진 FA 제도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다행히 올 겨울에는 선수공급이 여느 해보다는 활발해질 전망이다. 지난 1999년 FA 제도가 도입된 이래 양적·질적으로 가장 풍부한 FA 시장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물론 준척급 FA 선수들에게는 먼 나라 이야기일지 모르지만 공급이 많아지면 FA 시장 흐름이 달라질 여지는 남아있다.

▲ 투수

투수에게는 장기계약은 위험 부담이 크다. 하지만 올 겨울에는 2006년 박명환 못지않은 특급 FA 투수가 출현한다. 바로 ‘전국구 에이스’ 손민한(롯데)이다. 손민한은 2000년대 최고 토종투수다. 2000년대 이후 토종투수 가운데 가장 많은 84승을 올렸으며 방어율도 가장 낮은 3.37이었다. 투구이닝(1232) 역시 2000년대 토종투수 1위였다. 검증된 리그 최고 선발투수를 탐내지 않을 구단은 없다. 2008년 연봉도 4억 원으로 전년도서 동결됐다. 롯데는 손민한에게 예비 FA 대우를 하지 않았다. 나쁜 관례를 없앤 경우였지만 타구단들이 손민한에게 입질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다만 FA 계약 첫 해가 되는 2009년 손민한이 만 34살이 된다는 것이 걸림돌이다.

최대어가 부담스럽다면 준척급에게 눈길을 돌릴 수 있다. 준척급 FA 투수 중에서는 김수경(우리)이 두드러진다. 2006년 FA 시장에서 찬밥 대우를 받았던 김수경은 지난해 팀 내 최다승(12승)을 거두며 부활에 성공했다. 부상이 있었지만 김수경은 2000년대 나름 꾸준한 투수 중 하나였다. 김수경이 2000년대 거둔 80승은 리그 전체 4위에 해당하는 수치다. 제8구단 센테니얼과 연봉 협상이 지지부진한 가운데 현재로서는 낮은 금액에 계약할 가능성이 높다. 올 시즌 다시 꾸준한 활약을 보여준다면, 오히려 김수경에게 기회가 될 수 있다. 물론 2008년 성적이 중요하다.

이외 이혜천(두산)·문동환(한화)·전준호(우리)·최향남(롯데)·이대진(KIA)·가득염(SK) 등이 2008시즌을 마치면 FA로 풀린다. 이혜천은 만 29살로 나이가 젊고, 빠른 공을 뿌리는 왼손 투수라는 점에서 투자가치가 있다. 문동환·전준호·최향남·이대진·가득염 등은 나이가 많고 내구성이 완전치 않다. 문동환은 지난해부터 잦은 부상으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고 최향남·이대진도 몸 상태가 언제나 걱정이다. 전준호와 가득염은 보이지 않게 제 몫을 톡톡히 하는 베테랑 투수들이지만 FA 시장에서 얼마나 대우받을지는 미지수다.

▲ 포수

홍성흔이 소속팀 두산에 트레이드를 요청한 것도 어느덧 두 달하고도 반이 지났다. 신생 우리 히어로즈 승선이 유력하지만 아직 구체적인 움직임은 없다. 포수로 남기 원하는 홍성흔으로서는 시간이 지날수록 불리한 상황이다. 포수는 투수들과 일정 기간 호흡을 맞추는 등 최소한의 합동훈련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2008년 홍성흔이 포수로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면, FA 시장에서 대우를 받기 어려울 것은 자명하다. 시즌 개막까지는 한 달밖에 남지 않았다. 하루 빨리 트레이드를 통해 안정을 취하고 적응해야 한다. 2008년 가능성을 보인다면 포수 홍성흔에 대한 가치는 유효하다.

우리와 연봉 협상에 난항을 겪고 있는 ‘40세 최고령 포수’ 김동수도 시즌 후 FA 자격을 얻는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40세 포수에게 투자할 구단은 많지 않다. 그런 점에서 KIA 김상훈의 가치가 올라갈 것으로 전망된다. 홍성흔이 아직 포수로서 재검증을 받지 못했으며 김동수는 나이가 아킬레스건으로 작용하고 있는 가운데 김상훈은 만 31살의 비교적 젊은 검증된 포수라는 점에서 가치가 상승한다. 물론 지난 몇 년간 하향세를 거듭한 것이 아쉬움이지만, 조범현 감독이 배터리코치로 들어온 지난해 후반기부터 부활 가능성을 엿보였다.

▲ 내야수

연봉 한파를 불러일으킨 우리는 지난 27일 ‘예비 FA’ 정성훈과 3억 2000만 원에 2008년 연봉 계약을 체결했다. 전년도보다 무려 1억 원이 오른 금액으로 예비 FA 프리미엄을 누린 셈이다. 정성훈은 1980년생으로 나이가 젊고, 공수 양면에서 알짜배기 실력을 갖춘 데다 부상이 적은 건실하고도 꾸준한 선수라는 점에서 벌써부터 가치가 치솟고 있다. 현대가 자금난을 겪을 때 타 팀으로부터 정성훈 영입 요구가 많았다는 건 잘 알려진 사실이다. 최근 3년 성적도 타율 2할8푼2리·15.3홈런·71.3타점으로 뛰어났다. 나이·기량이 최상인 만큼 운이라는 제3조건이 따른다면 FA 대박을 기대해 볼 만하다.

하지만 내야수 중에는 정성훈 못지않은 대어가 있다. 바로 박진만(삼성)이다. 지난 2004년 말 삼성과 4년간 최대 39억 원에 FA 계약을 체결하며 대박을 터뜨렸던 박진만은 올 시즌을 마치면 계약기간이 끝나 다시 FA 자격을 얻는다. 지난 3년간 박진만은 타율 2할8푼3리·8.3홈런·55.0타점을 기록했다. 특히 지난해에는 데뷔 후 최고타율(0.312)을 기록하며 중심타선의 한 축을 맡았다. 트레이드마크인 수비는 나이가 들어도 부족함이 없다. 안정된 수비에다 타격까지 좋아진 유격수는 어딜 가나 환영받을 수 밖에 없다. 박진만은 올해 만 32살밖에 되지 않았고, ‘우승청부사’라는 점에서 타팀들이 군침을 흘릴 것으로 전망된다. FA 자격 재취득 선수 중 가장 큰 대박이 기대된다.

정성훈·박진만 외 FA 내야수로는 최동수(LG)·박종호(삼성)·손지환(삼성) 등이 있다. 지난해 LG에서 풀타임 주전 1루수 겸 4번 타자로 활약한 최동수는 올해가 관건이다. 2년 연속으로 꾸준한 활약을 한다면 시장에서 어느 정도 대우받을 수 있지만 만 37살이라는 나이는 매우 부담스럽다. 지난 몇 년간 부진과 부상으로 고생한 박종호도 마찬가지. 올 시즌을 앞두고 KIA에서 삼성으로 이적한 손지환도 올해 이렇다 할 활약을 보여주지 못하면, FA 선언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제도 변화가 없는 한 준척급 선수들에게 FA 선언은 무모한 도전이 될 가능성이 높다.

▲ 외야수

외야수 중에서 가장 돋보이는 예비 FA는 역시 이진영(SK)이다. 정성훈과 마찬가지로 1980년생으로, 예비 FA 중 가장 젊다. 그동안 쌓아올린 실적도 훌륭하다. 9시즌 통산 타율이 정확히 3할이다. 7시즌 이상 뛴 현역 선수 중 통산 타율 3할이 넘는 선수는 이진영을 포함해 양준혁·이종범·장성호·김태균 5명밖에 되지 않는다. 두 자릿수 홈런도 5시즌이나 기록했다. 지난해 부상으로 80경기만 뛰었지만 그 와중에도 타율 3할5푼·7홈런·42타점으로 활약했다. 외야수비도 뛰어나 공수 양면에서 쓰임새가 많다. 팔팔한 젊은 피에다 공수를 두루 겸비한 외야수에 대한 영입 경쟁이 어느 때보다 뜨거울 것으로 전망된다. 물론 올 시즌 활약이 필수적이다.

이진영을 제외하면, 외야수들은 노장들밖에 남지 않는다. 그 중에서는 김재현(SK)이라는 이름이 눈에 띈다. 지난해 데뷔 후 최악의 페넌트레이스를 보냈지만 한국시리즈 MVP로 보상받았다. 번개같은 배트스피드를 회복해 타자로서 가치는 유효하다. 이진영이나 김재현이나 올해 플래툰 시스템에서 얼마나 벗어날 수 있느냐가 관건으로 작용할 것이다. 이외에도 조원우(한화)·장원진(두산)이 시즌을 무사히 마치면 FA로 풀리지만, 전성기가 지난 30대 후반 베테랑에게 투자할 팀은 드물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