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 박진만, 왜 그랬을까
기사입력 2008-10-17 11:18
삼성의 ‘국민 유격수’ 박진만이 명품 수비에 큰 흠집을 남겼다. 플레이오프 1차전 승부처였던 7회말 고영민의 내야땅볼때 타자주자를 살려준 것은 그렇다고 해도 2루에 있던 김현수가 홈으로 들어가는 동안 고개만 숙이고 있었다. 생애 최악의 실책을 범한 그는 평소답지 않은 모습이었다. 왜 그랬을까.
◇글러브가 바뀌었다?
플레이오프를 앞두고 박진만은 새 글러브로 훈련했다. 글러브의 엄지와 나머지 손가락을 연결하는 ‘웹’이 모두 막혀있는 검정색 글러브였는데. 1차전에는 평소 쓰던 웹에 구멍이 있는 갈색 글러브를 들고 나왔다. 실전에서는 손에 익숙한 글러브가 낫다고 판단한 것이다. 새 글러브를 손에 익숙하게 만들기 위해 쓰던 힘과 기존의 글러브로 타구를 처리할 때 미세한 힘의 차이가 있다. 더욱이 웹의 모양이 다르다면. 글러브 안에서 볼의 회전이 달라진다. 아무리 명품 유격수라도 급박한 상황에서 나타날 수 있는 작은 차이까지 염두에 두지는 못했을 수 있다.
◇너무 여유를 부렸다?
1차전 7회말 삼성 수비진은 잇단 실책으로 무너졌다. 무사 만루에서 나온 최형우의 불안한 포구 동작과 중계플레이 실수. 3루수 조동찬의 실책성 플레이 등이 연달아 나왔다. 4-6으로 뒤집힌 2사 2루에서 고영민이 친 타구는 방망이가 부러지면서 느리게 굴러왔고 이를 여유있게 백핸드로 걷어올린 박진만이 송구동작에서 볼을 떨어뜨렸다. 포핸드로 잡을 수도 있는 상황이었는데 굳이 백핸드로 처리를 하려고 했던 이유는 고영민의 빠른 발 때문이었다. 너무 여유를 부린 게 아니라 서두르다 저지른 실수였다.
◇2루주자를 못봤다?
부러진 방망이의 파편이 유격수 쪽으로 튀었기 때문에 적극적인 대시를 하지 못했을 수도 있고. 타이밍이 아슬아슬할 거라는 예상에 백핸드 포구를 선택했을 수도 있다. 평소와 같은 동작이었지만. 수비수들이 앞서 보이지 않는 실책을 연발해 ‘추가 실점을 막아야 한다’는 심리적인 부담도 한 몫을 했을 것이다. 더 큰 문제는 2루 주자가 홈까지 달리도록 내버려 뒀다는 것이다. 송구동작에서 볼을 떨어뜨린 후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땅만 보고 있었다. 2사였기 때문에 2루주자는 무조건 홈으로 뛰는 ‘당연한’ 상황을 간과했다. 두산 김경문 감독은 “박진만이 주자가 홈으로 가는 것을 못봤다. 설마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진만은 뒤늦게 동료들의 콜을 듣고서야 고개를 들었다.
박진만은 “내야수. 특히 유격수는 실책을 두려워하면 안된다. 결정적인 실책을 할 수도 있지만 같은 실수를 되풀이 하지 않으면 된다”는 지론을 갖고 있다. 현대 시절인 지난 2004년 한국시리즈 9차전에서 8-6으로 앞선 9회 평범한 내야 플라이를 놓쳐 8-7에 다시 2사 만루의 위기를 맞았다. 힘겹게 승리를 거두긴 했지만 이날 박진만은 “경기의 흥미를 위해서 일부러 그랬다”며 웃었다. 분명한 것은 뛰어난 유격수도 실책을 저지를 때가 있다는 것이고. 그 확률을 얼마나 줄이느냐 하는 스스로의 싸움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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