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2008년

[PO분석] “박진만 너마저…” 나무에서 떨어진 원숭이 ‘삼성’

사비성 2008. 10. 17. 17:46
[PO분석] “박진만 너마저…” 나무에서 떨어진 원숭이 ‘삼성’
데일리서프라이즈  기사전송 2008-10-17 00:17 
원숭이가 나무에서 떨어졌다.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삼성은 4점차 리드를 지키지 못하고 두산에게 역전패를 허용했다. 8개 구단 최고를 자랑하는 수비진의 자멸이 결정적 패인이었다.

삼성의 출발은 순조로웠다. 1회초 1사 1,2루에서 진갑용의 타구가 우익수 앞에 떨어졌지만 양준혁이 2루에서 아웃당하면서 ‘우익수 땅볼’로 처리되는 희귀한 상황을 연출했지만 2회말 채상병 타격 때 포수 진갑용이 떨어지는 변화구를 잡아 2루로 뛰는 이대수 잡는 등 분위기가 나쁘지 않았다. 여기에 3회초 9명의 타자가 등장해 4점을 기록하며 상승세를 탔다.

삼성이 올해 정규리그에서 5회까지 리드할 경우 47승 2패라는 경이적인 승률을 기록했고, 정규리그 두산전에서도 선취점을 올린 경우 7승 1패로 압도했으며, 포스트시즌에서 두산전 7연승 중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삼성의 승리가 우세했다. 여기에 3회말 1사후 두산의 전상렬이 1루에서 배영수에게 견제사 당하면서 초반 분위기가 삼성 쪽으로 완전히 기울었다.

4회초 ‘1할대 타자’ 신명철이 선두타자로 나와서 연타석안타를 기록할 때까지만 해도 ‘SUN 매직’이 가동되는 듯 보였다. 하지만 박한이의 잘 맞은 타구가 2루수 라인드라이브에 걸려 신명철까지 아웃당하며 병살타로 기록되면서 분위기가 급변했다. 두산은 4회말 바로 3점을 추격한 뒤 5회말 동점에 성공했다. 삼성의 ‘5회 리드= 승리’ 방정식을 직전에 깬 셈이다.

삼성 타자들은 경기 초반 공 하나씩 빠지는 선발 김선우의 절묘한 제구력을 기가 막힐 정도로 잘 골라내며 두산을 압박했고, 산전수전 다 겪은 ‘베테랑’ 양준혁과 진갑용 등의 활약으로 득점에 성공하며 김선우를 3회초 무사에서 강판시키는데 성공했다. 또 2회 이대수의 도루를 저지한데 이어 3회 전상렬까지 견제사로 잡아내며 두산의 ‘발야구’를 제어하기도 했다.

하지만 삼성은 후반 4점을 더 허용하며 8대4로 무너졌다. 두산의 구원투수 정재훈, 이재우의 호투와 이종욱의 3안타, 오재원, 이대수, 전상렬의 멀티히트가 있었지만 삼성의 결정적인 패인은 바로 수비진의 자멸이었다. 6회 최형우와 7회 박진만의 실책 2개를 포함해 기록상으로는 3개에 그쳤지만 이외에도 기록되지 않은 어설픈 장면이 서너 차례나 반복됐다.

특히 6회 이대수의 2루타를 더듬으면서 3루까지 허용했던 최형우는 7회 만루에서 터진 김동주의 짧은 플라이 때 득점을 허용하는 아쉬운 수비를 보였다. 앞으로 뛰어나가면서 볼을 캐치한 뒤 그 탄력을 이용해 홈송구를 했어야 했지만 최형우는 일찌감치 앞으로 뛰어나왔다가 뒤로 물러나면서 공을 처리했고, 8회에도 판단미스로 이종욱에게 3루타를 만들어줬다.

박진만의 7회 실책은 평생 보기 힘든 장면이었다. 고영민의 빗맞은 타구를 놓친 뒤 고개를 푹 숙인 채 2루 주자 김현수가 홈으로 뛰어들 때까지 상황을 파악하지 못했다. 조동찬도 타구를 더듬어 홈송구에 실패하는 등 7회에만 4개의 실책성 플레이가 이어졌고, 권혁도 4구 2개를 연속 허용하며 자멸했다. 선동렬 감독으로서는 어떻게 해볼 도리가 없는 패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