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앗싸~."
플레이오프 3차전이 열리기 전, 오전 11시30분쯤 대구구장 삼성 라커룸. TV에서는 보스턴 레드삭스와 탬파베이 레이스의 아메리칸리그 챔피언십시리즈 6차전이 중계되고 있었다.
몇몇 삼성 선수들이 환호성을 질렀다. 6회초 보스턴의 제이슨 배리텍이 결승 솔로홈런을 터뜨리는 장면이었다. 박진만은 "우~와, 저걸 넘기네"라며 놀라워했고, 옆에 있던 박한이도 "히~야" 하면서 짝짝짝 박수를 쳤다. 이날 보스턴은 4대2로 탬파베이를 누르고 3승3패로, 승부를 7차전까지 몰고갔다. 라커룸으로 들어오던 선수들 몇명은 "보스턴 어떻게 됐어? 누가 홈런쳤어?" 하면서 관심을 보였다. 삼성 선수들이 일방적으로 보스턴을 응원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보스턴은 이번 챔피언십시리즈에서 1승3패로 벼랑 끝에 몰렸었다. 게다가 이틀전 5차전에선 0-7로 끌려가면서 패색이 짙었다. 그날 졌다면 탈락이었다. 그런데 경기 막판 8대7의 대역전극을 펼쳐 화제가 됐다. 그 기세를 몰아 이날 6차전까지 이겼으니 역시 100년 전통의 명문팀다운 뒷심을 보이고 있다.
삼성도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두산에게 충격적인 역전패를 한 뒤 어려움에 빠졌었다. 그때만 해도 마치 4연패로 끝날듯 무기력한 분위기였다. 하지만 2차전에서 7대4 역전승을 거두며 분위기 반전에 성공했다. 2차전에 앞서 보스턴이 5차전에서 8대7로 역전승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왠지 동일시 내지는 감정이입의 분위기가 형성되기도 했다.
물론 막연한 동일시는 아니었다. 이날 박진만에게 "보스턴을 응원하는 이유가 무엇인가"라고 질문했더니 답변은 간단했다. "그래야 재미있다. 올라갈만한 팀이 월드시리즈로 올라가야 하는 것 아니겠는가." 그렇다면 삼성은? 박진만은 씨익 웃으면서 이 질문에는 답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