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림에서 홍성흔까지' 유니폼 바꾸고 황금장갑 받은 사례는?

'김광림에서 홍성흔까지' 유니폼 바꾸고 황금장갑 받은 사례는?

기사입력 2008-12-12 14:05 

[마이데일리 = 윤욱재 객원기자] 2008 프로야구 골든글러브 지명타자 부문 수상자는 홍성흔으로 결정됐다. 홍성흔은 지난 시즌 타율 .331 8홈런 63타점을 올리며 타격 2위에 랭크되는 맹활약으로 두산의 한국시리즈 준우승을 이끌었다.

한 시즌 내내 두산에서 뛰었지만 시즌 뒤 FA 자격을 얻어 롯데로 이적했다. 올해 골든글러브는 롯데 소속으로 받는다.

이런 사례는 극히 드물다. 사실 골든글러브를 받을 만한 스타급 선수가 이적한다는 자체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홍성흔과 같은 사례를 찾아보니 꽤 흥미로운 인물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 1993년 김광림 (OB → 쌍방울)

1993년 OB는 누구도 예상치 못한 대성공을 거뒀다. 당시 라인업의 대들보는 김광림과 김형석이었다. 그러나 OB는 11월 23일 강길용을 받는 대신 김광림을 최동창과 묶어 쌍방울로 트레이드시켰다. 그 누구도 예상치 못한 거래였다.

지금 당시 기록(타율 .300 3홈런 32타점 13도루)을 보면 과연 '골든글러브 수상이 가능할까'하는 의심이 들지만 1993시즌엔 3할 타자가 고작 7명 뿐이라 김광림의 기록이 더 돋보일 수밖에 없었다.

이로써 OB는 1985년 박종훈(외야수 부문) 이후 끊겼던 골든글러브 계보를 잇지 못했다.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1995년이 되서야 그 한을 풀게 됐다. 1995년 OB는 4명(김민호, 김상호, 김형석, 이명수)의 수상자를 배출했고 마침 김광림도 외야수 부문 골든글러브를 받았다.

▲ 1993년 한대화 (해태 → LG)

LG와 해태는 골든글러브 시상식을 앞두고 대형 트레이드를 성사시켰다. LG가 김상훈, 이병훈을 해태로 보내고 해태는 한대화, 신동수, 허문회를 LG에게 주는 조건이었다. 이 트레이드의 공식 성사일은 12월 4일로 기록돼 있다.

이미 한대화는 해태와 멀어진 상태였다. 스스로 트레이드를 자청할 정도였다. 1993년 올스타전에서 김응룡 감독에게 발길질을 당한 장면이 TV로 생중계되는 '굴욕'을 당하기도 했다.

타율 .266 13홈런 46타점으로 그리 대단한 성적은 아니었으나 3루수란 포지션을 놓고 봤을 때 마땅한 경쟁자가 없었다. 전년도(1992년) 수상자인 송구홍은 유격수로 전향한 상태였다.

한대화는 1994년 LG의 우승을 이끌며 한 차례 더 골든글러브의 주인공이 됐고 역대 개인 최다인 8개의 골든글러브를 보유하고 있다.

▲ 1999년 김동수 (LG → 삼성)

한국프로야구에 FA 제도가 처음으로 시행된 1999년 겨울, 김동수는 과감히 삼성으로 이적했다. FA로 골든글러브 소속팀이 바뀌는 첫 번째 사례다.

'초호화 선수단'을 만들고도 한국시리즈 우승이 좌절되자 삼성은 FA 정복에 나섰고 이강철과 김동수를 동시에 영입하는 발빠른 행보를 보였다.

이미 진갑용을 데리고 있는 상태였지만 한국시리즈 우승에 목마른 탓에 중복 투자를 선택했다. 타율 .287 16홈런 65타점으로 여전히 공격력이 뛰어난 포수였던 김동수는 유일한 경쟁자였던 박경완의 타율(.221)이 너무 낮은 탓에 비교적 쉽게 골든글러브를 얻을 수 있었다.

▲ 2004년 박진만 (현대 → 삼성)

삼성은 2004년 겨울 김응룡 감독이 사장으로 자리를 옮겼고 선동열 수석코치가 감독으로 취임했다. 마침 박진만과 심정수가 FA 자격을 얻었고 현대의 재정 악화로 두 선수 모두 잡기 벅차게 되자 삼성이 싹쓸이에 성공했다.

사실 1시즌 동안 유격수로 경험을 쌓은 조동찬이 있었지만 박진만 만큼 안정감 있는 유격수를 구하기도 어려웠다. 대신 조동찬은 3루로 자리를 옮겨 공격력을 극대화시켰다.

박진만은 타율 .286 17홈런 69타점으로 유격수 부문 골든글러브를 받았고 이로써 삼성만 6명이 골든글러브를 받게 돼 팀 역대 최다 수상 타이 기록을 세우는데 일등공신이 됐다.

▲ 2008년 홍성흔 (두산 → 롯데)

포수 마스크를 절대 놓지 않겠다던 그가 다른 포지션으로 골든글러브의 주인공이 되리라 예상한 사람은 얼마나 될까. 포지션 문제로 갈등을 빚을 때만 떠올려도 정말 극적인 부활이 아닐 수 없다. 지난 시즌 홍성흔은 생애 최고 타율(.331)을 올리며 타격 2위에 랭크되는 감격을 맛봤다. 그의 포지션은 지명타자였다.

시즌 뒤 FA를 신청한 홍성흔은 두산과 계약 조건을 두고 이견을 보였고 결국 시장에 나왔다. 그러나 LG가 이진영과 정성훈을 한꺼번에 잡아 입장이 난처해지는 듯 했으나 롯데의 적극적인 구애에 마음을 뺏기고 말았다.

롯데는 홍성흔을 포함해 5명의 골든글러브 수상자를 배출, 팀 최다 기록을 갈아치웠다. 벌써부터 시작된 '홍성흔 효과'에 입이 함지박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