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2010년

데뷔 첫 2루수 박진만 "방향이 헷갈려"

사비성 2010. 10. 13. 15:48

데뷔 첫 2루수 박진만 "방향이 헷갈려"
2010-10-13 10:36
생애 처음으로 2루수를 맡고 있는 삼성 박진만이 '방향성의 어려움'을 털어놓았다.

박진만은 2010년에 엄청난 변화를 경험중이다. 프로 데뷔후 줄곧 유격수로만 뛰었던 그가 정규시즌 막판에는 3루수로 변신했다. 이어 플레이오프에선 다시 2루에 서고 있다.

내야 수비가 비슷비슷한 것처럼 보이지만, 포지션에 따라 분명 움직임의 차이가 크다. 최근 잠실구장에서 만난 박진만은 "헷갈려 죽겠다"며 웃었다.

▶"어? 이방향 아니네"

박진만은 데뷔후 처음으로 2루를 맡게 되면서 방향성의 문제를 겪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유격수나 3루수를 볼 때는 타구가 날아오면 기본적으로 타구 방향으로 뛰면 된다. 그런데 2루수는 그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예를 들어 박진만이 2루수 위치에 있는데 타구가 유격수쪽으로 향했다 치자. 박진만은 타구와 반대 방향인 1루로 움직이는 게 원칙이다. 타구와는 직접 관련이 없는 상황에서 반대 방향으로 뛰는 건 1루 백업을 위해서다. 혹시 1루 뒤로 빠질 경우에 대비한 움직임이다.

박진만은 "그렇게 반대로 걸음을 옮겨야하는데, 역시 유격수 습관이 남아 있어서인지 일단 타구 쪽으로 무심코 한두 걸음 움직이다가 '어? 이 방향 아니지' 하면서 몸을 튼 적이 있다"고 말했다.

▶오른쪽 몸틀기의 어색함

또한 더블플레이때 낯선 움직임에 적응하느라 신경을 많이 썼다고 한다. 더블플레이와 관련해서, 유격수 시절 박진만의 방향성은 99% 자신의 왼쪽이었다. 즉 2루를 향해 던지면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2루수 위치에선 방향성이 달라진다. 박진만은 "1-2루간 타구를 내가 잡아서 2루에 던지려면 유격수 시절과 반대 차원의 역모션에 걸린다. 이때 오른쪽으로 몸을 틀어야하는데 그게 참 낯설었다"고 털어놓았다. 하지만 박진만은 이번 플레이오프 들어 자신이 출발점이 된 더블플레이를 무난히 소화했다. "한번 해보니 적응됐다"는 것이다.

뭔가 어설픈 모습이 잠시 보였던 것도 사실이다. 플레이오프 3차전때 박진만은 두산 이종욱의 비교적 평범한 2루수-2루간 타구를 잡아 1루로 던지다 스텝이 다소 엉키며 살려줬다. 이 때문에 삼성은 실점했다. 그건 지금 말하는 방향성과는 다른 문제다. 박진만은 2차전에서 오른쪽 무릎을 다쳤다. 그로 인해 타구 수습후 마무리 동작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배영수도 헷갈린다

삼성 투수 배영수는 "공을 돌리려고, 평소처럼 진만이형을 찾아보면 2루수 위치에 있어서 깜짝깜짝 놀란다" 며 웃었다. 아직까지는 영 어색하다는 것이다. 박진만도 "나도 영수가 어색하게 나한테 공 던지는 걸 보면서 웃는다"고 말했다. 상대가 대타를 준비할 때 심심한 투수가 유격수쪽으로 공을 돌리려는데, 정작 유격수는 2루수 자리에서 손들고 웃고 있는 셈이다.

야구에서 어렵지 않은 포지션은 없다. 수비 범위에 있어선 유격수가 가장 넓지만, 2루수는 온갖 백업플레이를 도맡아야하며 귀찮을 정도로 움직임이 많다. 일방향이 아니라 좌우 양방향으로 공을 던져야하는 문제도 있다.

오른쪽 무릎 부상 때문에 움직임이 약간 불편하지만, 박진만은 2루에 잘 적응하고 있다. 생애 처음으로, 그것도 중요한 단기전에서 2루를 곧바로 맡았으면서도 큰 무리없이 역할을 수행중이다. 박진만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