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마저 안하는 마무리 훈련, 어떻게 봐야하나?
프로야구계에 수비나 주루플레이에서의 '나머지 훈련'이 사라졌다. 특타(특별타격훈련)는 여전히 존재하지만, 수비쪽 나머지 훈련의 대표적인 팀 SK마저도 김성근 감독이 떠나고 이만수 감독체제로 바뀌면서 자취가 사라졌다.
경기가 끝난 뒤 조명탑에 불을 끄지 않고 경기 중 나왔던 문제점을 반복 보완하는 '일과후 훈련'인 나머지 훈련의 실종을 어떻게 봐야 할까?
2007년부터 지난해까지 SK를 이끌었던 김성근 고양원더스 감독은 대표적인 나머지 훈련의 예찬론자다. 그는 "당일 나온 실수는 경기가 끝난 뒤 훈련을 통해 보완해야 좋지 않은 흐름이 다음 경기로 이어지지 않는다"며 자정이 넘을 때까지 훈련을 반복했다. SK 선수들은 "나머지 훈련이 경기력 향상에 도움이 됐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고 말해왔다.
나머지 훈련은 주로 경기에서 패했을 때 이뤄졌다. 번트실패나 수비실책으로 패하면, 실수했던 그 부분을 몸에 밸 때까지 반복 보완훈련을 해야했다. 김 감독이 직접 펑고배트를 들 때도 있었다. 타격부진이 이어지면 베테랑도 예외없이 감독의 눈에 들 때까지 '경기 후 특타(특별타격훈련)'를 했다. 박진만은 목동에서 실책한 뒤 문학구장으로 끌려(?)가 김 감독이 쳐준 펑고를 1000개 가량 소화한 뒤 귀가하는 굴욕을 맛보기도 했다. 박진만은 "선수 생활을 하면서 경기 후 펑고를 받고, 다음날 다시 선발로 뛰어본 적은 그 때가 처음이었다. 양다리에 알이 배겼는데도 뛸 수 있다는 게 신기했다"고 회상했다. 한 물 갔다는 평가를 받은 박진만은 은퇴위기를 딛고 아직도 안정된 수비를 뽐내고 있다. 프로선수를 학생선수 대하듯 한다는 비난여론이 있지만, SK가 위기때 강한 팀으로 자리매김한 데 빼놓을 수 없는 과정 중 하나가 나머지 훈련이었다. 김 감독이 떠나고도 실책 48개로 리그에서 가장 안정된 수비를 자랑한다.
나머지 훈련을 시키는 이유에 대해 김 감독은 "좋지 않은 흐름을 끊어내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실책 등으로 경기에서 패하면 여파가 이튿날까지 이어진다. 그는 "그날 문제는 그날 풀어야 한다. 실책했다는 자책감이 남아있으면 다음 경기에서 비슷한 상황이 오면 위축되게 마련"이라고 말했다. 훈련을 통해 실력이 향상되기를 바라는 게 아니라고도 했다. 그는 "훈련을 하고나면, 마음이 편해진다. 심리적으로 위안이 되기 때문이다. 나머지 훈련을 하기 싫어서라도 경기 때 집중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사람은 편한 것을 찾는 본능이 있다. 피곤하면 앉고 싶고, 앉으면 눕고 싶은 게 사람 마음이다. 승부의 세계에 있는 프로는 편한 것을 찾으면 성공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삼성이나 SK는 최근까지도 경기 후 개별적으로 특타를 하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다. 류중일, 이만수 감독은 "선수들이 자발적으로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수비나 주루플레이에서 '나머지 훈련'을 하는 선수들은 없다. 이해할 수 없는 플레이를 반복하는 한화나 같은 실수를 되풀이하는 KIA, LG 등도 "경기에서도 졌는데 나머지훈련까지 시키면 선수들이 반발한다"는 이유로 다음날 경기 전 훈련시간을 조금 늘리는 수준에서 그친다. 올시즌 프로야구에 대해 나오는 하향 평준화 평가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광주 | 장강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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