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김태우 기자] 달라도 많이 다르다. 한 선수는 한국시리즈가 자신의 안방이었다. 우승반지만 6개다. 반대로 한 선수는 10년 동안 가을잔치에 초대받지 못했다. 가을에는 조용히 산을 타는 게 일상이었다. 이렇게 두 선수에게 가을은 다른 추억으로 다가온다. 하지만 올해에는 같은 목표를 향해 의기투합했다. SK의 박진만(36)과 조인성(37)의 이야기다.
두 선수는 각 포지션에서 한국프로야구를 대표하는 선수였다. 박진만은 ‘국민 유격수’로 불렸다. 깔끔한 수비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조인성은 리그에서 손꼽히는 공격형 포수로 이름을 날렸다. 장타력은 물론 도루 저지에서도 강한 인상을 심었다. 두 선수 모두 아마추어 시절부터 오랜 기간 가슴팍에 태극마크를 달기도 했다. 이름 자체가 주는 무게감이 묵직한 베테랑 중의 베테랑들이다.
그러나 가을잔치라는 관점에서 보면 행보가 완전히 달랐다. 박진만은 포스트시즌의 사나이였다. 현대와 삼성, 그리고 SK를 거치며 지난해까지 포스트시즌에만 94경기에 나섰다. 역대 최다 기록이다. 반대로 조인성은 2002년 이후 단 한 번도 포스트시즌에 나선 적이 없다. 지난해까지 그의 소속팀이었던 LG가 하위권을 전전한 탓이다. 가을잔치는 철저히 남의 이야기였다.
그런 두 선수가 SK에서 뭉쳤다. 박진만은 지난해부터 SK 유니폼을 입고 있다. 조인성은 올해 FA를 선언하며 SK로 건너왔다. 두 선수가 팀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크다. 박진만은 여전히 SK의 유격수 자리를 지킨다. 전성기만한 기량은 나오지 않고 있지만 수비력은 건재하다. 큰 경기 경험이 풍부해 타석에서도 나름대로의 몫이 기대되고 있다. 올 시즌 타율 2할7푼1리, 9홈런 40타점을 기록한 조인성은 주전 포수 출격이 유력시된다.
그렇다면 가을을 맞이하는 두 선수의 느낌은 어떨까. 재미있게도 예상과는 다른 대답이다. 별 감흥이 없을 것은 박진만은 “시즌이든 국제대회든 포스트시즌이든 첫 경기은 항상 긴장된다. 여전히 가을은 설레는 무대”라고 웃었다. 반대로 잔뜩 긴장할 법도 한 조인성은 “10년 만에 나가는 건데 특별한 것은 없다. 긴장도 크게 하지 않는다”고 무덤덤한 표정을 지었다.
이처럼 모든 면에서 다른 두 선수지만 목표는 같다. 팀의 우승이다. 조인성은 “SK 선수들은 6년째 포스트시즌에 나가고 있다. 이 선수들과 함께 잘하면 될 것”이라고 의지를 다졌다. 주역보다는 조연으로 보탬이 되겠다는 뜻이다. 박진만은 “항상 팀웍이 잘 구축되어 있는 팀들이 우승과 가깝다”라고 전제한 뒤 “단기전에서는 세밀한 플레이가 필요하다. 흐름을 뺏기지 않아야 하고 무조건 막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자신감도 공통점이다. 조인성은 “SK는 공수에서 완벽한 팀이다. 10년 넘게 야구를 했지만 이 팀에서 훈련하며 정신적으로 한 단계 더 성숙할 수 있었던 것 같다”라고 했다. 박진만은 “롯데에 비해 세밀한 플레이와 수비력에서 앞서 있다고 생각한다. 흐름을 뺏기지 않는 것도 장점이다. 그래서 매년 한국시리즈에 나가는 것”이라고 자신했다. 두 베테랑이 합작할 가을잔치가 이제 막을 올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