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경기는 역시 수비싸움이다. 양팀 다 수비 실수가 빌미가 돼 실점을 했다. 많은 전문가들이 중요한 경기 일수록 베테랑들에게 기대를 거는 이유이기도 하다.
먼저 6회말 무사 1루에서 볼카운트 2-2에서 최정이 도루를 단행했다. 타이밍상 아웃이었지만, 롯데 2루수 박준서가 볼을 떨어뜨리면서 2실점의 빌미를 제공했다. 1사 1,2루에서 롯데는 정대현을 조기투입하는 초강수를 뒀지만 2사 후 조인성에게 2타점 2루타를 맞고 무너졌다. 3629일 만에 포스트시즌 무대를 밟은 조인성의 집중력을 우선 칭찬하고 싶다. 프랜차이즈 스타라는 화려한 수식어를 뒤로 하고 LG를 떠났을 때에는, 가을야구를 느껴보고 싶다는 절박함도 어느 정도 비중을 차지했을 것이다. 물론, 롯데 입장에서는 박준서의 기록되지 않은 실책이 뼈아팠을 것이다.
포인트는 여기서부터다. 2-1에서 2점을 추가해 3점차가 됐다면, 잠근다는 생각을 했어야 하지 않았나 싶다. 2사 2루 박진만 타석 때 SK 벤치는 이재원을 대타로 냈다. 1차전을 SK가 승리할 수 있었던 동력은 박진만의 다이빙 캐치가 있었기 때문이다. 포스트시즌만 95경기를 뛴 선수인데다 국제경험도 다양해 어떤 상황에서도 평정심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 박진만이 가진 최대 장점이다. 수비 강화라는 측면을 고려했더라면, 대타가 아니라 대주자를 기용하는 게 더 좋은 결과를 낳지 않았을까 싶다.
우려는 적중했다. 7회초 선두타자 전준우의 타구를 교체 유격수 최윤석이 잡아내지 못했다. 코스가 좋아 잡았더라도 1루에서 아웃시킬 수 있었다고 확신할 수 없다. 문제는 이후 황재균의 타구였다. 큰경기 경험이 많지 않은 최윤석은 타구의 속도와 방향, 그라운드 상태, 주자의 위치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하는 상황이었다. 더군다나 앞타자가 때린 타구를 처리할 수도 있었다는 아쉬움이 머릿속에 남아있기 때문에 평상심을 유지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결과적으로는 실책을 기록했고, 3점을 내줘 동점을 허용했다.
베테랑이 그라운드 위에 있는 것과 없는 것은 야수 전체에 끼치는 영향이 크다. 박진만의 존재감이 큰 경기 일수록 빛나는 이유다. 더군다나 유격수는, 야수진 전체에 중심을 잡아주는 역할을 한다. 유격수가 흔들리면, 야수진 전체가 불안해지기 때문이다. 양팀 다 아쉬운 부분이 남은 2차전이었지만, 탄탄한 수비로 상대를 압박하는 것도 경기를 풀어가는 하나의 방법이라는 것을 보여준 경기였다.
XTM해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