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대구, 박현철 기자] 플레이오프 엔트리에서 투수 한 명을 늘리고 야수 한 명을 제외했다. 따라서 한 시대를 풍미한 베테랑 유격수의 활약도가 더욱 중요해졌다. 3년 연속 삼성 라이온즈와 한국시리즈에서 조우하게 된 SK 와이번스의 26인 엔트리 변화와 그에 따른 예상구도가 그려졌다.
SK는 23일 삼성과의 2012 팔도 프로야구 한국시리즈를 앞두고 26인 엔트리를 발표했다. 외국인 투수 데이브 부시(33)가 포함되고 대신 내야수 최윤석(25)이 한국시리즈 엔트리에서 제외되었다.
지난 6월 어깨 부상으로 한국을 떠난 아킬리노 로페즈를 대신해 대체 외국인 선수로 합류한 부시는 17경기 4승 6패 평균자책점 4.43으로 기대에 다소 못 미쳤다. 롯데와의 상대 전적도 2경기 2패 평균자책점 9.45로 부진했던 부시는 롯데와의 플레이오프 동안 다음 기회를 기다리고 있었다.
부시의 향후 활용 방안에 대해 이 감독은 “부시가 이번 시리즈에 맞춰 엔트리에 들어온다”라며 엔트리 포함 사실을 밝힌 뒤 “시즌 때는 주로 선발로 출장을 많이 했는데 이번에는 어떻게 활용할까 성준 코치와 고심하고 있다. 선수 본인이나 성 코치와 부시에 대해 이야기를 많이 못했고 바로 미디어데이라 아침 일찍 내려와서 시간이 없었다”라며 아직 결정하지 못했음을 이야기했다.
이미 1,2차전 선발을 윤희상과 마리오 산티아고로 결정한 이 감독은 “앞으로 부시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연구할 생각이다”라며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올 시즌 부시는 삼성을 상대로 3경기 1패 평균자책점 2.55의 좋은 투구 내용을 보여줬으며 홈경기에서는 3승 3패 평균자책점 4.09로 그나마 나았다. 따라서 시즌 막판 흔들렸던 부시의 구위가 괜찮은 정도로 회복되었다면 3차전 홈경기 선발로도 투입이 가능할 전망이다.
반면 내야수 최윤석은 아쉽게 엔트리에서 낙마했다. 공격력보다는 수비 면에서 안정도를 높이 평가받던 최윤석이었으나 그는 2차전에서 7회 황재균의 타구를 놓치며 동점 빌미를 내준 동시에 연장 10회 스퀴즈 번트에 실패하는 등 아쉬운 모습을 보이며 베테랑 박진만에게 자리를 내주고 말았다. 따라서 현재 SK 야수 엔트리에서 유격수로 나설 수 있는 선수는 박진만과 7년차 김성현 정도. 그러나 김성현은 롯데와의 플레이오프에서 2경기 교체 출장하는 데 그쳤다.
그만큼 베테랑 박진만의 공수 활약도가 더욱 중요해진 한국시리즈다. 플레이오프 5경기에서 박진만은 2할3푼1리(13타수 3안타)로 타격 면에서 큰 임팩트는 남기지 못했으나 안정된 수비를 펼치며 왕년의 국민 유격수다운 면모를 한껏 과시했다. 3차전에서 홍성흔의 평범한 땅볼을 흘린 실책을 제외하고는 깊은 타구나 잘 맞은 타구, 직선타 등 웬만한 내야수가 아니면 안타로 내줄 타구들을 어김없이 범타로 연결했던 선수가 바로 박진만이었다. 2차전 패전도 박진만의 이른 교체와 최윤석의 실수가 엇갈렸다는 야구인들의 평이 많았다.
선수 본인의 각오도 남다르다. 2010시즌까지 삼성에서 뛰다가 자유계약 방출 수순 속 고향팀 SK로 이적한 박진만은 지난해 한국시리즈를 앞두고 “2010년 삼성 소속으로 준우승을 차지했다. 이번에는 내가 SK 소속으로 삼성을 상대하는 데 2년 연속 준우승 유격수가 될 수는 없다”라며 투지를 불태웠으나 준플레이오프부터 한국시리즈까지 쭉 치르고 올라 온 여파는 이기지 못했다.
이번에도 전 소속팀 삼성에게 우승기를 내준다면 박진만 입장에서도 자존심에 상처가 생기는 일임에 분명하다. 롯데와의 플레이오프에서 충분히 주전 유격수로 가치가 있다는 점을 증명한 동시에 포스트시즌 역대 개인 최다 출장(98경기) 기록을 보유 중인 베테랑 박진만은 어떤 활약을 보여줄 것인가. 부시를 선택하고 최윤석 대신 박진만을 믿은 SK의 선택 중 가장 흥미로운 부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