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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SK 박진만(오른쪽)이 22일 문학구장에서 열린 롯데와의 플레이오프 5차전 6회초 무사 1루서 황재균의 2루 도루시 악송구를 잡아내고 있다. 2012.10.22 문학|홍승한기자hongsfilm@sportsseoul.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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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가 6연속시즌 한국시리즈 진출이라는 위업을 달성했다. 상대의 허점을 집요하게 파고드는 SK 특유의 힘이 경기를 거듭할수록 살아났다. '위대한 유산'을 지키려는 SK의 집념이 잘 드러난 PO 5차전을 박영길(전 롯데 삼성 태평양 감독) 객원기자와 함께 지켜봤다.
-믿었던 SK 선발 김광현이 예상외로 일찍 무너졌다.
1회 첫 두 타자를 상대할 때는 1차전때와 마찬가지로 빠른 볼 위주의 힘있는 투구가 돋보였다. '괜찮겠구나' 싶었는데, 2사 후 변화구 위주로 패턴을 바꾸면서 화를 자초했다. 150㎞짜리 직구를 가진 투수라면, 힘으로 윽박지르는 편이 훨씬 낫다. 쌀쌀한 날씨 때문에 타자들이 움츠러 들었다. 소위 '먹히는 타구'가 나오면 타자들은 심리적으로 더 위축된다. 쌀쌀한 날씨에 치르는 벼랑끝 승부에, 빠른 공을 가진 투수라면 직구-직구-변화구-직구 순으로 빠른 승부를 하는 편이 경기를 풀어가기도 수월하다는 것을 다시한 번 증명했다.
-SK 벤치의 발빠른 대응이 돋보였다. 이전과는 다른 움직임이었는데?
이만수 감독이 단기전을 치르면서 조금 성장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날 SK 벤치의 움직임은 적재적소에 잘 이뤄지지 않았나 싶다. 중간 중간 보이지 않는 실수도 더러 있었지만, 결과가 좋았기 때문에 자신감을 가질 수 있는 계기가 마련 됐을 것이다. 2회 2사 1,3루에서 채병용을 조기투입한 장면, 6회 2사 2루에서 박종윤이 대타로 들어서자 곧바로 박희수를 올린 대목도 포인트라 할 수 있다. 상대벤치가 던진 승부수를 역이용해 흐름을 지켜내는 모습은 칭찬할 만 하다.
-수비에서 SK의 압승이라는 결과가 나왔다. 박진만의 존재감이 돋보였는데?
유격수가 까다로운 타구를 쉽게 처리해주면, 투수는 심리적으로 안정감을 찾을 수 밖에 없다. 수비에서 핵이라 할 수 있는 박진만의 노련한 플레이는 한국시리즈 진출권을 SK가 따내는 데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고 볼 수 있다. 1차전 다이빙캐치, 4차전 두 번의 병살플레이 모두 SK가 승리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됐다. 5차전에서도 5회 문규현의 타구, 7회 홍성흔의 타구 등 까다로운 타구를 쉽게 처리했다. 타석에서도 5회처럼 밀어치는 타법으로 경기에 임한다면 더욱 좋은 모습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SK가 6연속시즌 한국시리즈 진출을 일궈냈다. 엄청난 위업이라고 할 수 있다.
SK가 강팀인 이유는 앞서 언급한대로 수비가 탄탄하다. 불필요한 실점을 막아낼 수 있는 수비는 공격에서 1점 이상의 가치를 지닌다. 공격에서도 적시타가 많이 터지지는 않았지만, 꼭 1점을 따내야 할 때 점수를 얻는 모습에 SK다운 플레이를 하는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전체적인 수비 조직력이나 작전수행 능력 등에서 SK가 롯데를 앞섰기 때문에 한국시리즈행 티켓을 거머쥐지 않았나 싶다.
-롯데도 선전했다. 정규시즌 4위를 차지해 플레이오프까지 진출하는 게 쉽지만은 않은 일이었다.
준PO와 PO를 통해 김성배라는 보물을 얻었다. 불펜진이 탄탄해졌다는 것은 1점 싸움에서 이길 확률이 높아졌다는 것을 뜻한다. 다만 수비의 세밀함은 겨우내 가다듬어야 하지 않겠나. 5차전에서도 박준서와 강민호가 하지 않아야 할 실수를 하면서 흐름을 넘겨줬다. 세기에서 부족한 부분이 드러난 게 아닌가 싶다. 양승호 감독에게 당부하고 싶은 것도 조금 더 냉정해졌으면 좋겠다는 점이다. 1996년 한국시리즈에서 해태 김응룡 감독이 현대 정명원에게 노히트노런으로 경기를 내준 뒤 "인천출신 심판들 문제있다"는 발언을 해 시리즈 분위기 자체를 바꿔놓은 적이 있다. 포스트시즌은 트릭과 꼼수 물고 늘어지는 집념 등 규칙 안에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이겨야 하는 무대다. 신사적인 모습은 그라운드 밖에서 보여주고, 경기 중에는 그야말로 냉혈한이 될 필요가 있다. 이번 포스트시즌을 통해 양 감독도 많은 것을 배우고 또 한단계 성장하는 계기가 됐을 것이다.
-SK는 하루 휴식을 취한 뒤 한국시리즈를 치러야 한다. 좋은 승부를 치르기 위해 어떤 부분을 보완해야 할까?
관건은 투수력이지 않을까. SK 투수진을 포함한 수비력이 삼성의 득점을 얼마나 봉쇄하느냐에 따라 승패가 갈릴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 투수들은 PO를 지켜보면서 나름대로 계산을 하고 들어올 것이다. 반대로 SK 투수들은 삼성이 그동안 어떤 준비를 했는지 모르는 상태에서 임한다. 수비나 작전수행 능력, 타자들의 기본능력 등은 엇비슷하다고 본다. 추운 날씨에 끝까지 최선을 다한 양팀 선수들 모두 고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