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대구, 박현철 기자] “진만 선배는 정말 타구를 안정적으로 처리하시니까요. 큰 경기 출장 경험만 해도 어마어마하잖아요”.
한국 야구 유격수 계보를 이은 베테랑과 미래의 국가대표 유격수 자리에 도전하는 유망주의 대결. 특히 2010년 한솥밥을 먹기도 했던 유격수 선후배의 격돌이다. ‘국민 유격수’ 박진만(36, SK 와이번스)과 삼성 라이온즈의 현재이자 미래 김상수(22)의 유격수 전쟁이 2012 한국시리즈를 후끈 달굴 전망이다.
2년 연속 한국시리즈 제패를 노리는 삼성과 사상 초유 6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에 성공한 SK는 24일부터 7전 4선승제 한국시리즈에 돌입한다. 2010시즌부터 3년 연속 한국시리즈에서 맞붙으며 최근 3년 간 가장 강력한 야구를 펼치고 있는 양 팀의 대결은 신구 유격수들의 공수 활약도가 시리즈 성패를 좌우할 가능성이 크다.
SK는 한국시리즈 엔트리에 외국인 우완 데이브 부시를 가세시키면서 박진만과 함께 유격수 자리를 맡던 3년차 최윤석을 엔트리에서 제외했다. 안정된 수비를 자랑하던 최윤석은 롯데와의 플레이오프에서 아쉬운 모습을 잇달아 보이며 출장 기회를 선배 박진만에게 내주고 말았다.
플레이오프 5경기에서 박진만은 2할3푼1리(13타수 3안타)로 타격 면에서 큰 임팩트는 남기지 못했으나 안정된 수비를 펼치며 왕년의 국민 유격수다운 면모를 한껏 과시했다. 3차전에서 홍성흔의 평범한 땅볼을 흘린 실책을 제외하고는 깊은 타구나 잘 맞은 타구, 직선타 등 웬만한 내야수가 아니면 안타로 내줄 타구들을 어김없이 범타로 연결했던 선수가 바로 박진만이었다. 2차전 패전도 박진만의 이른 교체와 최윤석의 실수가 엇갈렸다는 야구인들의 평이 많았다.
선수 본인의 각오도 남다르다. 2004년 프리에이전트(FA)로 현대에서 삼성으로 이적한 뒤 2010시즌까지 삼성에서 뛰던 박진만은 신예 김상수를 미래 주축으로 점찍고 유격수 출장 기회를 부여한 삼성의 배려 속 조건 없이 자유계약으로 풀렸고 이후 고향팀 SK로 이적했다. 이후 삼성이 2010년 SK에서 14승을 올린 일본인 우완 가도쿠라 겐을 영입하며 시간차 트레이드와도 같은 모습을 보였던 바 있다.
박진만은 지난해 한국시리즈를 앞두고 “2010년 삼성 소속으로 준우승을 차지했다. 이번에는 내가 SK 소속으로 삼성을 상대하는 데 2년 연속 준우승 유격수가 될 수는 없다”라며 투지를 불태웠으나 준플레이오프부터 한국시리즈까지 쭉 치르고 올라 온 여파는 이기지 못했다. 반면 이번에는 플레이오프에서 ‘역시 박진만’이라는 호평을 연이어 받았고 팀도 플레이오프부터 가을 야구를 시작한 만큼 체력적으로 지난해보다 우위에 있다.
김상수는 올 시즌 129경기 2할7푼4리 2홈런 36타점 25도루 14실책을 기록하며 2년 연속 팀의 페넌트레이스 우승에 공헌했다. 또한 지난해 22실책으로 아쉬움을 비췄던 김상수는 한결 안정된 수비를 보여주며 유격수로서도 한 단계 더 성장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수비가 확실히 나아진 것 같다는 세간의 평에 대해 김상수는 “예전에는 무리하게 공을 잡은 뒤 타이밍이 늦은 순간 1루 송구로 이어 가려다보니 실책이 많았다. 지금은 무리하기보다 안정적인 수비를 펼치고자 노력 중이다”라고 밝혔다. 기본적으로 수비 범위가 넓은 편인데다 악송구 횟수도 현저히 줄어들며 점차 완성형 유격수로 성장 중인 김상수다.
후배의 입장인 만큼 김상수는 박진만의 큰 경기 안정감을 높이 평가하며 자신도 그렇게 안정된 수비를 하고 싶다는 바람을 이야기했다. 23일 한국시리즈를 앞두고 훈련을 치른 김상수는 “진만 선배는 포스트시즌만 해도 98경기나 나섰다. 한 시즌 페넌트레이스로 따져도 그만큼 출장하기도 힘든 데 그 자체만으로 대단한 선배”라며 “긴박한 순간에서도 안정적으로 수비를 한다는 점이 진만 선배의 가장 큰 장점”이라는 말로 선배의 장점을 습득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2000년대 국민 유격수 박진만과 강정호(넥센)-김선빈(KIA)-오지환(LG) 등과 함께 훗날 한국야구를 살찌울 대표 유격수감으로 주목을 받는 김상수. 양 팀 대표 유격수들의 격돌은 올 시즌 왕좌가 달린 한국시리즈에서 가장 불꽃 튀는 대결이 될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