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2013년

박진만 "WBC 공인구? 캐칭도 중요하다"

사비성 2012. 12. 25. 19:48

박진만 "WBC 공인구? 캐칭도 중요하다"

 

대표팀서 활약할 당시 박진만. 사진=뉴시스

[이데일리 스타in 정철우 기자]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공인구가 다시 화제가 되고 있다. 일본 대표팀 투수들이 일찌감치 이 공으로 훈련을 시작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뒤 부터다. 한국야구위원회(KBO)도 내년 1월 중 대표팀 선수들에게 공인구를 보낸다는 계획이다.

미국 롤링스 사가 제작한 WBC 공인구는 한국이나 일본에서 현재 사용하고 있는 공 보다 표면이 미끄러운 대신 실밥이 도드라져 있다는 특징을 갖고 있다. 유.불리를 떠나 생경한 스타일이라는 점에서 한국 투수들이 특별히 신경을 써야 한다. 이번 대표팀에 국제대회 경험이 많지 않은 선수들이 대거 포함돼 있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WBC에 대비해야 하는 것은 투수들 만이 아니다. 야수, 특히 내야수들 또한 전혀 다른 스타일의 타구를 맞을 준비를 먼저 해두어야 한다. WBC에서 그들이 잡아야 하는 타구는 한국에서 경험했던 것 과는 또 다른 차원의 것이기 때문이다.

2006년 1회 WBC와 2008 베이징 올림픽 주전 유격수였던 박진만은 “메이저리거들을 상대해야 하는 내야수들도 특별히 신경을 써야 한다. 한국에서 잡고 던지던 생각을 하면 큰 코 다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WBC에는 각 나라별로 다수의 메이저리거가 참가한다. 파워나 정확성, 스피드 모두 최고의 선수들이 모인 곳이 바로 메이저리그다. 그들의 타구는 한국 선수들의 그것 보다 훨씬 힘이 실려 있다. 그만큼 빠르고 거칠게 날아온다.

특히 최근 한국 내야수들은 갈수록 빨라지는 발야구를 막기 위해 잡는 것 이상으로 던지는 것에 신경을 많이 쓰고 있다. 조금이라도 빠르게 던지는 쪽으로 익숙해져 있다는 의미다. 하지만 이런 트렌드가 국제 대회에선 오히려 독이 될 수도 있다.

박진만은 “한국에서 수비할 땐 예측이 가능하다. ‘이정도 쫓아가면 됐다’ 싶으면 글러브로 공이 들어오기 때문에 ‘잡기’ 보다는 ‘던지기’에 좀 더 비중을 둘 수 있다. 하지만 메이저리거들을 상대해보니 타구 질이 전혀 달랐다. 리치까지 길기 때문에 바운드가 더욱 생소했다”며 “마지막 순간까지 공에서 시선이 떨어지면 안된다. 던지는 걸 먼저 생각하면 그 순간 공이 빠져나간다. 설사 송구가 늦어 내야 안타가 되는 한이 있더라도 일단 공을 잡는데 온 신경을 집중해야 한다. 한번 빠지면 이후 더 큰 일이 벌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인조 잔디에서 주로 수비했던 선수들은 더욱 긴장 해야 한다. 천연 잔디 구장은 훨씬 빠르고 불규칙한 바운드로 야수들을 괴롭히기 때문이다. “직선타 처럼 오는 빠른 바운드의 공은 마치 탄력 좋은 고무공 처럼 빠르게 살아 올라온다. 인조잔디 처럼 일정하게 올 거라 생각하고 기다렸다가는 실수할 확률이 높다”고 박진만은 지적했다.

가뜩이나 약해진 대표팀 전력에서 실책이 주는 부담감이 큰 것은 당연한 일. 또한 수비가 흔들리면 자신의 공격력에도 지장을 줄 수 밖에 없다. 대표팀 내야수들이 특별히 집중해서 준비해야 하는 이유다.

캠프가 시작되면 필딩 훈련때 보다 집중해서 마지막까지 공을 쫓는 플레이를 의식적으로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하고 있다.

박진만은 “병살 방해 슬라이딩도 한국에서처럼 예의 차리지 않는다. 자칫 큰 부상을 당할 수도 있다”며 “모든 부분에서 한국에서와는 다른 상황이라는 걸 꼭 명심해서 준비해야 한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