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2001년

[프로야구]현대 "4朴이 잘맞으니 대박"

사비성 2001. 5. 31. 22:01
[프로야구]현대 "4朴이 잘맞으니 대박"

[동아일보 2001-05-31 18:43]

 

‘김이박’이란 말이 있다. 한국의 3대 성씨를 차례대로 쓴 표현. 이 말을 거꾸로 뒤집으면 박씨는 많긴 하지만 김씨와 이씨에 비하면 적다는 뜻으로도 풀이된다.

그러나 최소한 프로야구단 현대에 있어선 박씨는 최대 성씨다. 지난해 현대는 4명의 박씨 타자가 생애 최고의 활약을 펼치며 한국시리즈 우승을견인했다. 포수 최초의 40홈런을 터뜨려 홈런왕과 최우수선수의 ‘두 마리 토끼’를 잡은 박경완을 비롯, 30홈런-30도루의 준족호타 박재홍, 타격왕 박종호, 유격수 골든글러브의 박진만. 이들은 공격에서는 물론 수비에서도 포수, 유격수, 2루수, 중견수로 이어지는 수비의 핵으로 활약했다.

결국 현대는 이들의 활약도에 따라 팀의 희비가 엇갈릴 정도로 ‘박씨 4인방’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졌다.

올해 현대가 4월19일 LG와 함께 공동 꼴찌까지 추락하는 극도의 부진을보인 것 또한 바로 이 때문이었다.

시즌초 ‘4박씨’의 타격 성적은 실로 참담했다. 4월19일까지 박경완만이 타율 0.319로 제 컨디션을 유지했을 뿐 박종호가 0.070에 머물렀고 박재홍이 0.171, 박진만이 0.244로 약속이나 한 듯 방망이가 허공을 돌았다.

그러나 현대는 이들이 살아나면서 이후 25승10패로 0.714의 경이적인 승률을 올리며 단독선두로 치고 나갔다.

이는 30일 현재 현대가 이긴 29경기에서 ‘4박씨’의 타율이 자신들의 시즌 타율보다 훨씬 높은 것에서도 여실히 증명된다.

박경완이 이긴 경기에서 0.345의 타율로 자신의 시즌 타율(0.276)을 무려 7푼 가까이 웃돈 것을 비롯, 박종호가 0.314(시즌 0.240), 박재홍이 0.294(0.274), 박진만이 0.267(0.259)로 일제히 상한가를 기록했다.

결국 올시즌 현대의 한국시리즈 2연패 꿈은 이들 ‘4박씨’의 어깨에 달렸다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닐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