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데일리 = 강산 기자] '시간이 지나도 대한민국 최고 유격수.'
SK 와이번스 박진만의 응원가 가사는 귀에 쏙쏙 박힌다. 실제로 그는 시간이 지나도 대한민국 최고 유격수로 꼽힌다. 1996년 현대 유니콘스에서 프로에 첫발을 내디딘지 20년이 지났고, 1976년생으로 한국 나이 40세다. 세월이 참 많이 흘렀다. 하지만 여전히 안정감 넘치는 수비로 SK 내야에 힘을 보태고 있다. 지난 27일 인천 한화 이글스전에서는 끝내기 투런 홈런을 터트리며 노익장을 과시했다.
28일 인천 SK행복드림구장에서 만난 박진만은 2006년 제1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로고가 새겨진 언더셔츠를 입고 있었다. 당시 박진만은 한국 대표팀 주전 유격수로 4강행에 적잖은 힘을 보탰다. '명품 수비'로 세계를 놀라게 한 것은 물론이다. 한국이 2008년 베이징올림픽 결승에서 쿠바를 꺾고 금메달을 확정한 순간, 마지막 병살 플레이의 시발점도 박진만이었다. 대한민국 최고 유격수라는 호칭이 괜히 나온 게 아니다.
이제는 40대에 접어들었지만 의욕 하나는 젊은 선수 못지않다. "권용관(한화) 같은 선수들이 잘해야 한다"고 운을 뗀 박진만은 "그래야 젊은 선수들도 '저 나이에도 하는구나'라고 생각하고 잘하게 된다. 베테랑들이 잘해줘야 한다. 꾸준함으로 계속 이어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진만과 같은 1976년생 권용관은 현재 한화의 주전 유격수로 힘을 보태고 있다.
최근에는 후배 김성현이 주전 유격수 자리를 꿰차면서 주로 3루수나 1루수로 나서고 있다. 27일에도 1루수로 출전해 끝내기 투런포를 발사했는데, 같은 날 솔로포를 때린 권용관에 '최고령 유격수 홈런' 기록을 양보(?)해야 했다. "베테랑 들은 최고령이라는 타이틀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웃어 보인 박진만은 "그래도 유격수가 가장 마음 편하다. 다른 포지션은 아직 반응이 한 박자 늦는다"며 "유격수로 나가면 빠르게 예측하고 움직이는데, 다른 포지션에서는 타이밍이 조금씩 늦는다"고 말했다.
후배 김성현에게도 조언을 아끼지 않은 박진만이다. 김성현은 지난해 122경기에서 타율 2할 8푼 4리 5홈런 43타점을 기록했고, 적재적소에 명품 수비를 선보이며 혜성처럼 떠올랐다. 실책 18개를 저질렀으나 비난보다는 격려가 더 많았다. 그러나 올해는 57경기 만에 실책 16개를 저지르며 고전했다. 최근에는 2군행을 통보받기도 했다.
박진만은 "나도 처음에 그랬다. 실책 많이 했다"며 "그러면서 뉘우치고 또 생각 많이 하면서 고비를 넘겨야 한다. (김)성현이에게 '나도 실책 25개씩 했다. 슬기롭게 이겨내라'고 직접 얘기한다. 본인이 느끼고 고비를 넘어가지 않으면 안 된다. 아무래도 심리적인 부담이 큰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수비는 감각이 떨어지면 '제발 공이 오지 않았으면'하고 생각하게 된다. 자신도 모르게 위축된다. 나도 그런 시절이 있었다"고 조언했다.
실제 박진만은 입단 첫해인 1996년과 1999년 22개, 2001년 한 시즌 최다인 25개 실책을 각각 저질렀다. 그러나 2006년(8개)과 2008년(9개), 2009년(5개)에는 한자릿수 실책으로 안정감을 보였다. 최고 유격수도 어려움을 겪은 적이 있으니 후배에게 해줄 말이 많다.
박진만은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강정호(피츠버그 파이어리츠) 칭찬도 잊지 않았다. 그는 "장기레이스에서는 체력과 근력이 떨어지면 쉽지 않다. 그래서 (강)정호가 대단하다"며 "162경기 장기전은 쉽지 않다. 일본 선수들이 메이저리그에서 실패한 건 커리어부터 다른 데다 파워, 스피드, 근력, 체력 모두 차이가 컸다. 정호가 지금처럼 하는 것도 대단하다"고 칭찬했다.